[서미숙의 집수다] 각양각색 집값 통계…"서울 아파트값 바닥 찍었나?"

서미숙 2023. 7. 26.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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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vs보합vs하락" 부동산원·KB·부동산R114 조사업체마다 통계 달라
표본과 조사방식, 실거래가 반영 정도 차이…시장 변곡점에 격차 두드러져
"인기단지는 바닥 찍고 올라, 비인기 단지는 약보합"…총선 이후 정부 대응 변수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9주 연속 상승 vs 51주째 하락 vs 2주 연속 보합"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조사하는 한국부동산원, KB국민은행, 부동산R114의 최근 서울 아파트값 변동 추이다.

아파트 실거래가 지수가 5개월 연속 상승하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4연속 동결했지만 시장에서 여전히 집값 바닥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근원에는 이처럼 3사의 서로 다른 집값 통계가 자리하고 있다.

통계가 중구난방이니 향후 집값 전망도 하나로 수렴하지 않는다. 아파트값이 저점을 찍고 상승기에 접어들었다는 '상승론'부터, 반짝 상승 후 하락할 것이라는 '데드캣 바운스'까지 갑론을박이 뜨겁다.

'귀신도 모른다'는 집값 전망, 과연 누구 말이 맞을까.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동산원은 표본조사, KB·R114는 전수조사…조사 방식도 달라

현재 주간 아파트값 동향을 발표하는 3개 업체(기관)는 서울 아파트값을 가장 공들여 조사한다.

그런데 최근 조사 결과는 보는 이를 어리둥절하게 한다.

국가공인통계인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값은 5월 4주부터 상승 전환해 9주 연속 오름세다.

반면 민간 통계인 KB국민은행의 서울 아파트값은 하락 폭이 줄긴 했어도 61주 연속 약세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의 서울 아파트값은 최근 긴 하락을 멈춘 뒤 지난주까지 2주 연속 보합이다.

통계상으로 부동산원을 제외하면 서울 아파트값은 여전히 약보합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차이가 뭘까.

일단 조사 대상과 조사 방식이 서로 다르다.

한국부동산원은 전국의 주요 아파트만 대상으로 하는 표본조사를 한다. 2017년까지 전국기준 7천4가구에 불과했던 부동산원의 주간 통계 표본은 2020년에 9천400가구로 늘리고도 통계 신뢰도에 논란이 일자 이듬해에 3만2천가구(1만7천745개 단지)로 조사 대상을 확대했다.

이에 비해 KB와 부동산R114 등 민간 통계는 대외적으로 '전수조사'를 표방한다.

과거 한국주택은행 시절부터 대출을 위해 집값 조사를 해온 KB국민은행은 줄곧 표본조사를 해오다 지난해 11월부터 전수조사로 바꿨다. 조사 대상은 6만3천여가구로 부동산원의 2배다.

부동산R114도 전수조사 방식인데, 다른 두 곳이 주택형(평형)당 1건의 시세를 조사하는 반면, R114는 단지 전체의 가격 변동을 구하는 시가총액 방식을 쓴다.

조사업체들은 이런 조사 대상의 차이가 통계 결과의 차이로 이어졌다고 설명한다.

표본조사는 지역별 인기단지가 많이 포함되는 반면, 전수조사는 거래나 시세 변동이 적은 비인기지역의 소규모 아파트까지 포함되면서 가격 변동이 상대적으로 둔감해진다.

표본이 적은 부동산원에 비해 KB나 R114는 조사 대상이 많다 보니 지금처럼 시장의 추이가 바뀌는 변곡점에서 흐름이 달라지는 데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과거 부동산원의 표본에 지역 대표 단지가 빠져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아서 주요 인기 단지가 많이 추가됐다"며 "최근 상승 거래가 증가한 아파트 대부분이 지역 랜드마크이거나 선호도 높은 대단지여서 부동산원의 가격 상승 전환이 좀 더 빨랐던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부동산원은 시세 조사원이 마치 공시가격 조사를 하듯 해당 평형의 매물, 거래가격, 호가 등을 직접 조사·판단해 적정 가격을 입력한다.

이에 비해 KB나 R114는 모니터링 중개업소가 입력한 금액을 토대로 조사원의 검수 과정을 거쳐 시세를 확정한다.

각각 부동산원은 시세 조사원, KB나 R114는 중개업소의 주관이 많이 개입할 수 있는 구조다.

서울의 한 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실거래가 반영 여부도 차이…시장 변곡점에 민감도 격차 커져

더 큰 차이는 실거래가 반영 여부에 있다.

부동산원은 문재인 정권 때부터 '집주인 호가가 아닌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금액이 진정한 시세'라며 실거래가 반영 비율을 높였다. 심지어 3∼4주 전에 팔린 거래가도 금주에 거래 신고가 이뤄지면 적정성 여부를 거쳐 그 주의 주간 시세 동향에 반영한다.

이에 비해 KB나 R114도 실거래가를 시세에 반영하지만 부동산원보다는 소극적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올해 들어 급매물 거래가 많다 보니 중개업소에서 이를 정상적인 거래가격으로 보지 않아 시세에 참고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KB 시세는 대출과 직결되는데, 가격 변동이 큰 급매물 거래가를 시세에 반영하면 대출액이 들쭉날쭉해지는 문제가 발생해 실거래가를 보수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조사 표본 수가 적고 실거래가 반영 비중이 큰 부동산원의 시세가 상대적으로 가격 민감도가 커지는 것이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을 봐도 부동산원은 작년 2월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서 연간 7.7% 하락했다.

이에 비해 KB의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8월부터 하락이 시작돼 연간 2.96% 떨어졌다. 낙폭이 부동산원의 절반도 안되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는 부동산원의 누적 하락률이 -3.74%인데 5, 6월에 각각 0.01%, 0.17% 오르며 하락 폭을 상쇄한 반면, KB 조사에선 상반기에 6.42% 떨어져 작년 연간 낙폭을 크게 웃돌고 있다.

또 다른 시장 지표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를 보면 서울이 지난해 연간 22.3% 하락한 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 연속 올라 누적으로 7.75% 상승했다.

KB보다는 부동산원의 시세가 실거래가지수와 좀 더 유사한 추이를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원의 주간 동향이 과거에도 지금처럼 시장 상황을 빠르게 반영했던 것은 아니다.

임대차 3법 시행과 저금리 장기화로 집값이 급등한 2020년과 2021년에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값은 연간으로 각각 3.01%, 8.02% 상승했다.

이 시기 KB(당시 표본조사)의 서울 아파트값은 각각 13.06%, 16.4% 뛰었고 R114도 13.81%, 14.73% 상승했다.

현재 국토부와 부동산원은 지난 정부 때 집값 통계를 왜곡했다는 의혹으로 1년 가까이 감사원의 감사를 받고 있다.

부동산원의 시세는 정부 부동산 정책에, KB의 시세는 시중은행의 대출 시 담보가격 평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지표다.

시세 조사가 부동산원은 정부 입김으로부터, KB는 대출 정책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파트값 다시 떨어질까…내년 총선 이후 정부 정책 변화 주목

조사 기관마다 제각각인 통계는 시장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집값 바닥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유튜브 등 온라인상에서는 '데드캣 바운스'에 근거한 집값 하락론이 인기다.

데드캣 바운스는 죽은 고양이도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튀어 오른다는 것에 빗댄 증시 용어로, 추세적 하락장에 일시적으로 주가가 상승한 것을 의미한다.

부동산으로 가져오면 최근 가격 반등세는 급매물 거래에 따른 일시적인 상승이며, 다시 하락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현재 거래량이 예년의 50∼60% 수준에 그치고, 역전세난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가 크다는 점,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 소득 대비 집값(PIR)이 높다는 점, 가계대출 연체율이 증가 추세라는 점 등이 근거로 꼽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아파트값이 급락했다가 2009년에 잠시 오른 뒤에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장기 하락세가 지속된 상황이 대표적인 예다.

이에 비해 부동산원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두달 넘게 이어지자 집값이 바닥을 찍고 추세적 상승세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고 실거래가가 5개월째 상승 중인 점, 집주인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 시행 등으로 역전세난 문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커진 점, 최근 공사비 상승에 따른 분양가 인상 등을 상승 요인으로 든다.

정부 정책 역시 대출·세제·청약 등 전방위에서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어 규제 강화로 인한 가격 하락 가능성도 낮다는 것이다.

거래 시장도 회복세를 보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집계된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5일 현재 총 3천792건으로 신고 기한인 이달 말까지 4천건에 육박할 전망이다. 아직 5년 장기 평균인 5천∼6천건에는 못미치지만 작년 11월(728건)부터 8개월 연속 증가 추세다.

우리나라보다 가격 하락 폭이 작았던 미국 등지도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주택가격지수인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올해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 연속 올랐고, 상승 폭도 3개월 연속 확대됐다.

결론적으로 서울의 모든 아파트값이 올랐다고 볼 순 없지만 최소한 최근 거래량을 주도하고 있는 주요 아파트는 바닥을 찍고 상승 중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KB국민은행이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의 가격 변동률을 지수화한 'KB선도아파트 50지수' 역시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 연속 올랐고, 상승 폭도 커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런 대표 단지들의 가격 변화는 결국 시차를 두고 주택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최근 사업승인 등 인허가와 착공 물량 감소는 3년 뒤 공급 물량 축소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 진짜 변수는 따로 있다.

정부는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부실 우려가 커지자 금융권을 압박해 둔촌 주공 조합의 대출을 연장해주고, 공공기관의 PF 보증을 확대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서며 급한 불을 껐다. 최근 새마을금고 자금 인출 사태를 서둘러 진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택시장과 경제의 경착륙을 막기 위한 조처였는데 결과적으로 집값을 흔들 만한 주요한 변수를 정부가 임시방편으로 틀어막은 셈이 됐다.

그러나 이런 정부 기조가 내년 4월 총선 이후에도 계속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현재 가계대출과 연체율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고, 부동산 PF 부실 우려는 여전히 시장의 잠재적 시한폭탄이다.

한 부동산 시행사 대표는 "지방과 중소 건설사의 PF 부실은 터지기 일보직전인데 정부가 막아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총선 전까지는 경제 안정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집값을 방어할 가능성이 크지만, 그 후에 부실기업과 부실 사업장 정리로 방향을 튼다면 집값도 다시 출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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