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현장] 아파트 10층 높이서 떨어지는 하이다이빙 최병화...‘꼴찌라도 괜찮아’
오는 27일 3~4차 시기 앞둬
물에 들어가기까지 단 3초, 시속 100km에 가까운 속도의 낙하. 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아파트 10층 높이인 27m 상공에서 뛰어내리는 하이다이빙 종목의 최병화(32·인천광역시수영연맹)가 한국 선수론 최초로 고공 낙하를 시작했다.
한국의 유일한 ‘하이다이버’인 최병화는 25일 일본 후쿠오카 모모치 시사이드 파크에서 열린 2023 국제수영연맹 후쿠오카 세계선수권대회 하이다이빙 남자부 경기에서 1~2차 시기 합계 74.40점으로 전체 23명 가운데 최하위를 했다. 22위인 일본의 아라타 교헤이(27·102.00점)와 30점 가까이 차이가 났다.
한국 선수론 처음 나서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그는 시종일관 특유의 여유를 잃지 않았다. 길게 기른 머리를 묶은 채 그는 ‘추락의 미(美)’를 선보였다.
1차 시기에서 최병화는 난도(Dive Difficulty·DD) 2.8짜리 ‘312B’ 연기를 시도했다. 이는 앞을 보고 뛰면서 무릎을 편 채 양손으로 하체를 감싸 창 모양을 만드는 파이크(Pike) 자세로 한 바퀴를 돌아 뒤로 회전하며 입수하는 연기다. 그는 36.40점을 받아 전체 23명 가운데 20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한국 선수가 하이다이빙에서 최초로 점수를 내는 순간이었다.
소나기 때문에 경기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지만, 최병화는 2차 시기에선 파이크 자세로 몸을 한 바퀴 반 비틀고 세 바퀴 회전하는 DD 3.8짜리 ‘5163B’를 골랐다. 그러나 동작을 완수하지 못해 38.00점을 획득하는 데 그쳤고, 합계 74.40점으로 결국 순위표 맨 아래로 내려갔다.
그럼에도 최병화는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으며 한국 하이다이빙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수립한 점에 흡족해 했다.
하이다이빙은 2013년 당시 FINA(현 WA·World Aquatics)가 바르셀로나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다. 역사가 10년 정도밖에 안 된 신생 종목이다.
하이다이빙은 아무리 다이빙 선수라도 강심장을 갖지 않으면 엄두를 못 내는 ‘익스트림 스포츠’에 가깝다. 워낙 다치는 선수도 자주 나와 입수 지점 근처엔 여러 명의 안전요원이 대기하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다. 선수들은 물에서 나오면서 자기가 괜찮다는 ‘신호’도 보내야 한다.
해병대 특수수색대 출신인 최병화는 2014년 당시 연세대(체육교육학과) 재학 중 조선일보 뉴라시아자전거원정대에 합류해 100일 동안 1만5000km 대장정을 완주했다. 대학 시절엔 조정(漕艇) 선수이자 철인 3종 선수로도 활약하는 등 체력과 배짱에 있어선 항상 자신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뉴라시아자전거원정을 하며 러시아의 바이칼호수에서 다이빙한 것이 하이다이빙 입문 계기가 됐다. 2016년 국내외 다이빙 연습장을 찾아다니며 본격적으로 다이빙을 시작한 지 7년 만에 마침내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꿈을 이뤘다. 최병화는 자비를 들여 외국을 떠돌며 대회를 준비했고, 이번에 와일드카드 초청 대상으로 뽑혀 세계선수권대회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최병화의 고공 낙하는 계속된다.
총 4차 시기까지 연기하는 하이다이빙은 부상 위험 때문에 하루에 모든 일정을 소화하는 대신 이틀에 나눠 경기한다.
최병화는 27일 오후 12시부터 열릴 3~4차 시기에서 다시 낙하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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