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묻지마 살인’이 불 지핀 ‘사형제 부활’ 여론…한동훈 특단 대책?

권준영 2023. 7. 24. 18: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디지털타임스 DB, 연합뉴스>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서 행인을 상대로 무차별 흉기를 휘두른 조모씨가 23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오후 2시 7분께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인근 칼부림 사건 범인이 도주하고 있는 장면이 녹화된 골목 CCTV 영상. <연합뉴스>

최근 전국을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게 만든 서울 관악구 신림동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인해 '사형제 부활'을 찬성하는 여론이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비공식 일정으로 직접 사고현장을 찾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사이코패스 등에 대한 관리 감독 방안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간 사형제 찬성 입장을 피력해온 한동훈 장관이 최근 연이어 터지고 있는 강력범죄 사건 발생과 맞물려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실제로 한 장관은 지난 5월 2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차히야 엘벡도르지 국제사형제 반대위원회 위원과 기예르모 끼르빠뜨릭 주한스페인 대사 등을 만나 북한 인권 문제와 사형제 존치 여부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신림동 묻지마 살인사건이 터진 후 관련 기사 댓글창 및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 다수의 네티즌들은 사형제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사회가 사이코패스 성향의 살인마들에게 면죄부를 줘선 안 되고, 피해 유족들에 대한 공감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실제 범죄 피해자 유족들은 "억울하고 원통하다"면서 재판부에 사형 선고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신림동 묻지마 사건에서 고인이 된 피해자의 사촌형이라고 밝힌 김모씨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제 동생이 억울하게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신림역 칼부림 사건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 요청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하의 청원글을 게재했다.

유족 김씨는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제 동생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한 분이라도 더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라는 마음과 가해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동생은 일면식 없는 사람에게 수차례 칼에 찔렸으며 CPR(심폐소생술)조차 받지 못하고 만 22살의 나이에 하늘의 별이 됐다"며 "얼굴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남겨진 칼자국과 상처를 보고 마음이 무너졌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고인은 서울에 있는 꿈꾸던 대학에 합격한 뒤 학생회장까지 당선된 모범생이었다"며 "신림에 간 이유도 생활비를 덜기 위해 저렴한 원룸을 알아보기 위해 부동산에 간 것"이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고인은 정말 착하고 어른스러웠다"며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일 때 수능을 3일 앞두고 어머니가 암 투병 끝에 가족의 곁을 먼저 떠났음에도 빈소를 지키고, 중학생인 남동생을 위로했다는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특히 김씨는 "외국에서 일하던 아버지의 사업이 힘들어지자 대학 입학 때부터 과외를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벌었고 최근엔 아르바이트를 하며 동생을 챙겼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또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형마저 잃은 고인의 어린 동생은 부모님도 없이 홀로 형을 떠나보냈다"면서 "고인의 동생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피의자를 절대 세상 밖으로 내보내지 말아 달라고 한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김씨는 "신림역 칼부림 사건의 가해자가 다시 사회에 나와 이번과 같은 억울한 사망자가 나오지 않도록 사형이라는 가장 엄정한 처벌을 요청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으로 그는 "유족들은 갱생을 가장한 피의자가 반성하지도 않는 반성문을 쓰며 감형을 받고 또 사회에 나올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다"면서 "이미 다수 범죄 전력이 있는 33살 피의자에게 교화되고 개선될 여지가 있다며 기회를 또 주지 않도록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6차례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크게 앞선 것으로 집계됐다. 2003년 9월 조사에서는 유지(52%)와 폐지(40%) 여론이 12%포인트 차이까지 좁혀지기도 했으나, 비교적 가장 최근인 지난해 7월 조사에선 사형제 존치 의견이 69%로 '폐지'(23%)를 큰 차이로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대체 형벌 도입을 전제로 사형제 폐지에 동의하는지'를 질문했을 땐 상이한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2018년 10월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대체 형벌이 마련될 경우 66.9%가 사형제 폐지에 찬성한다는 답변을 내놨다. 반면 폐지 반대는 31.9%에 그쳤다. 이 조사에서도 대체 형벌에 대한 언급 없이 사형제 폐지 여부만을 물었을 땐 폐지 20.3%, 폐지 반대 79.7%로 다른 설문조사 때와 유사한 결과가 도출됐다.

한동훈 장관은 지난 14일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윤석열 정부에서 사형제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당시 한 장관은 "100% 정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법무부가 흉악범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거나 인권을 보호하는 등의 여러 문제를 고려해 입장을 견지해왔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지난 6월 사형제 유지를 골자로 하는 변론요지서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제출했다. 한 장관은 "헌법재판소에서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