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30만 명 감소” 제주 경제 빨간불…정부, 숙박비·밥값 ‘바가지’ 조사 착수

세종=박소정 기자 2023. 7. 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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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월 제주 관광객 전년 대비 30만 명 줄어
강원 영동 지역도 소비·서비스 매출 감소
정부 내수 활성 노력에도 “국내 관광 안 해”
기재부, 숙박비·지역축제 외식 값 특별 조사

우리나라 대표 여행지인 강원 영동·제주 등 지역의 관광 산업이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관광객이 줄고 소비도 침체하면서 지역 경제에 ‘빨간불’이 드리우는 모습이다. 특히 올여름 제주의 경우 작년에 비해 관광객이 30만 명 줄었다.

정부가 내수를 살리려 국내 관광 활성화에 발버둥을 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사람들은 국내 여행지의 ‘비싼 물가’ 탓이라고 토로한다. 어차피 같은 돈이 드니, 해외여행이 낫다는 것이다. 정부도 뒤늦게 성수기 휴양지 숙박비·밥값 등에 대한 물가 단속에 나섰다.

지난 5월 25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 협재해수욕장에서 관광객과 도민들이 훌쩍 다가온 여름 정취를 즐기고 있다. /뉴스1

◇ 제주 5~7월 관광객, 작년보다 30만 명 ‘뚝’

24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은 제주본부는 ‘최근 제주 지역 실물경제 동향’을 통해 “최근 제주 경제는 관광 수요 감소와 주택 경기 부진이 지속되며 소비 심리 회복에도 불구하고 회복세가 제약됐다”고 진단했다.

제주 지역 경제의 어두운 진단이 나온 것은 주요 먹거리인 관광이 매우 부진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제주 방문 관광객 수는 115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13만2000명 줄어들었다. 4월(-2만1000명)·5월(-12만6000명)에 이어 석 달째 감소세다. 7월 들어서도 1~11일 중 관광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3만명 줄어든 38만1000명에 그쳤다.

휴가 가기 좋은 5~7월인데도 작년보다 30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제주를 외면한 모습이다. 외국인 관광객은 증가세를 지속했지만, 주로 내국인 개별 관광객의 감소가 극심했다. 관광객이 줄면서 자연히 소비도 둔화했다. 지난 5월 중 제주 지역의 대형마트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동기 0.4% 증가했는데, 전월(3.4%)에 비해 증가세가 둔화했다.

지난 8일 개장한 강원 속초해수욕장의 모습. /연합뉴스

또 다른 국내 대표 관광지인 속초·양양·강릉·동해·삼척 등 강원 영동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5월 이 지역 방문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4.3% 감소했다. 숙박·음식점업, 예술·스포츠·여가업 등을 포함한 서비스업 매출지수도 2.7% 줄었다.

소비도 큰 폭으로 꺾였는데, 같은 달 강원 영동 지역의 신용카드 소비지수는 12.5%나 급감했다. 한은 강릉본부는 “지난해 5월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에 따른 대외활동 증가로 신용카드 소비지수가 큰 폭으로 상승한 데 따른 기저효과”라고 설명했다.

경북 울릉도 관광객도 급감했다. 한은 포항본부에 따르면, 5월 울릉도 입도 관광객 수는 6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21% 감소했다. 포항 운하 방문객 수와 크루즈 탑승객 수도 각각 14.5%, 19.4% 감소했다.

다만 일부 지역은 활기를 띠기도 했는데, 5월 경북 경주 보문관광단지의 숙박 객수는 8.9% 늘어난 19만 명으로 집계됐다. 전남 목포·장흥·강진·해남·영암·진도 등 서남부 지역에서의 일평균 방문객 수도 10.4% 증가한 25만5000명으로 사정이 나았다.

뉴스1

◇ 부랴부랴 ‘바가지요금’ 조사 나선 물가당국

정부는 ‘내수 활성화’를 위해 전국 지역의 관광을 부흥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효과가 나지 않는 모습이다. 주요 원인은 지역 고물가가 지목된다.

최근 경북 영양군 ‘영양 산나물 축제’에서 옛날 과자 1봉지를 7만원에 판매하고, 울릉도에서 많은 식당들이 ‘혼밥’(혼자 밥먹는) 손님을 받지 않아 논란된 것처럼, 국내 휴양지의 ‘바가지요금’에 대한 비난이 들끓고 있다. 차라리 똑같이 비싼 값이라면 해외여행이 낫다는 분위기도 대세로 자리 잡았다.

정부도 부랴부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8일 ‘2023년도 특별물가조사사업 수행단체 공모’를 냈다. 이는 국민 생활과 관련이 깊은 품목·분야에 대한 가격·유통 구조 분석을 위해, 소비자단체나 연구기관을 모집해 현장 가격 조사를 실시하는 것으로 비정기적으로 이뤄진다. 해당 조사 사업에서 제시된 정책 과제를 보면 현재 물가당국의 가장 큰 고민거리도 엿볼 수 있다.

이번 조사의 과제로는 ‘관광 산업’이 포함됐다. ‘숙박비 현황 조사’ 항목에선 ‘숙박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활용한 시기별 호텔·리조트 예약 가격 비교를 통해 성수기 가격 인상 현황을 분석’할 것을, ‘지역 축제 물가 분석’ 항목에선 ‘평소 대비 지역별 축제 시기의 외식·물품 가격 등을 비교 분석’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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