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집중호우 뒤 고온…고랭지배추, 무름병 확산 조짐에 방제작업 총력

최지연 2023. 7. 24.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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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변동성 높아진 고랭지배추 작황
태백·정선 재배면적 감소
병해로 단수도 줄어들 듯
강릉 안반데기는 면적↑
“8월초 기상 여건이 관건”
17일 고랭지배추 주산지인 강원 태백 매봉산에서 농민들이 약제를 살포하고 있다. 이달 중순 집중호우가 내린 뒤 고온의 날씨가 이어지면서 무름병 증상을 보이는 배추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올해 고랭지배추 초기 작황은 비교적 안정된 상태를 보였으나 최근 들어 악화된 기상 여건으로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이달 중순을 전후해 고랭지배추 주산지에 집중호우가 내린 뒤 고온 환경이 지속되면서 무름병이 빠르게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7∼18일 서울 가락시장 대아청과 경매사들과 함께 고랭지배추 최대 산지인 강원 태백·강릉 일대를 중심으로 배추 작황을 긴급 점검했다.

◆태백 재배면적 감소, 무름병 우려=17일 고랭지배추 최대 산지로 이름난 태백 매봉산에는 장대비가 쏟아졌다. 굵은 빗줄기에도 아랑곳 않고 농민들은 약제 살포에 여념이 없었다. 이달 들어 1∼17일 태백지역의 총 강우일수는 9일로, 농민들은 향후 기온 상승에 따라 병해가 빠르게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매봉산에서 3만6364㎡(1만1000평) 규모로 배추를 재배하는 정승래씨(64)는 “이달초까지만 해도 작황이 좋을 것으로 내다봤는데 비가 많이 온 후 날씨가 확 더워지니 무름병이 일부 생겨 배추들이 망가지기 시작했다”며 “비로 인한 병충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방제작업에 더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연작 피해로 매봉산 배추 재배면적이 감소했는데 6월말 내린 폭우로 15% 정도 감모가 된 상황이라 배추 생육관리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태백 제2 개간지의 배추밭 작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산지 작황 점검에 나선 고행서 대아청과 경매사가 밭에서 배추 하나를 뽑아 반으로 가르자, 하얀 배추 밑부분은 벌써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고 경매사는 “계속된 비로 배추가 물을 많이 흡수하면서 무름병이 진행되고 있다”며 “비가 내린 후 높은 기온이 계속되면 배추가 물러지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염려했다.

기온 상승으로 태백 관내 생산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태백시 관내 올해 재배면적은 433㏊로 지난해(459㏊) 대비 약 6% 감소한 데다 고온 등으로 생산량이 더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상호 태백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팀장은 “비가 계속 내리는 습한 날씨에다 고온까지 이어진다면 8·9월 배추는 무름병으로 단수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흑백필름으로 멀칭해 배추 뿌리 쪽 온도를 낮추고 물 고임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선, 계속 내린 비로 작황부진=정선에서 현재 출하 중인 준고랭지 지역의 배추는 작황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들어 계속된 비로 무름병이 돈 탓이다.

정선군 사북읍 직전리의 한 배추밭. 푸른 배추로 꽉 차 있어야 할 밭 사이사이 흙이 보이고 노란 잎도 듬성듬성 있었다. 39만6694㎡(12만평) 포전계약을 체결한 최병선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장은 “다음주부터 출하할 예정인 1만9835㎡(6000평) 밭에 무름병이 발생해 전체의 80% 정도만 수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선군 내 준고랭지 이하의 배추들은 비로 인해 유실되거나 수분을 많이 흡수해 무른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임계면지역 역시 부진한 작황과 배추값 약세로 농민들이 이중고를 겪는다는 얘기가 전해졌다. 변무림 임계농협 과장은 “올해 임계면 내 배추 재배면적은 약 150㏊로, 지난해보다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지난달까지는 작황을 정상 상태의 90% 수준으로 봤는데 비 때문에 현재는 60%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시세가 낮아 출하를 5일 정도 뒤로 미뤘는데, 그새 비가 내려 배추가 더 망가졌다”며 “김치공장의 봄배추 저장량이 많아 수요마저 시들해 시세도 내려앉았다”고 덧붙였다.

◆강릉은 재배면적 증가=강릉 안반데기 지역농가들은 이달 중순경 대부분 정식을 완료했다. 배추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선동 강릉 고랭지채소공동출하협의회장은 “올해 안반데기는 165만㎡(50만평) 전부 배추를 심어 재배면적이 작년 대비 약 5%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지난해 양배추를 심었던 농가도 올해는 배추를 심었다”고 말했다. 이어 “생육기 때 비가 자주 내리고 기온이 낮으면 배추 성장속도가 빨라진다”며 “현재 안반데기 지역은 정식일로부터 55∼65일 후에 수확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예년보다 5일 정도는 앞당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시갑 강원도무배추공동출하협의회장은 “배추는 정식일로부터 40일이 지난 후 생육 환경에 민감해진다”며 “2일에 고랭지배추 정식을 했기 때문에 40일 정도 지난 8월초 날씨가 작황을 좌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반데기는 지속적인 토양 관리를 통해 연작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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