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단맛이 그리울 때 … 달달한 포르투갈 '와인 투어'
파리엔 사람이 너무 많고, 로마는 혼잡하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런던행 비행기 티켓을 사기엔 뭔가 아쉽다. 너무 관광지스럽지 않으면서도 현지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여행지가 그리운 요즘. 포르투갈 미항(美港) 포르투가 떠오르고 있다. 마침 맛있는 해산물과 달콤한 포트와인으로 가득한 포르투에서 명소로 주목받고 있는 공간도 생겼다. 복합문화공간 'WOW'다.
지루한 건물, 뻔한 인테리어, 빈약한 콘텐츠. 한 도시의 복합문화공간은 대개 몰개성적이다. 매일경제신문이 최근 방문한 WOW에서는 다른 복합문화공간과 차별화를 느낄 수 있었다. 수백 년 된 와인 저장고의 공간이 내뿜는 물성(物性)을 그대로 살렸기 때문이다.
WOW가 자리 잡은 빌라 노바 드 가이아는 약 700년 전부터 도루(Douro)강 상류 산자락에서 만든 와인을 저장하던 장소였다. 공간의 정체성에 맞게 와인에 대한 다양한 주제로 꾸민 시설이 가득했다.
와인은 더 이상 입으로만 느끼는 것이 아니었다.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는 몰입형 박물관이 자리했기 때문이다. WOW 박물관 중 하나인 '와인 익스피리언스'에서는 거대한 오크통에 담겨 시나브로 익어가는 포도주를 체험할 수 있다. 포도를 심고 수확하는 과정도 하나하나 사진으로 담아냈다. 3만ℓ가 담긴 오크통에서 내온 포트와인을 직접 마셔보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인생은 고진감래라지만 포르투에서만큼은 감진감래가 대세다. 단 포트와인과 더 달콤한 초콜릿을 함께 먹기 때문이다. 포르투의 특산인 포트와인은 높은 도수와 당도로 명성이 높다. 와인에 브랜디를 첨가한다. 주요 시장인 영국으로 수출하는데 뱃길이 긴 나머지 와인이 식초처럼 발효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브랜디를 섞기 시작했다. 주로 프랑스 와인을 수입했던 영국은 프랑스와 벌인 백년전쟁 이후 관계가 악화하면서 포르투갈을 와인의 대안으로 삼았다. '테일러' '그레이엄' 등 포트와인의 주요 브랜드가 영국인이 설립한 회사인 배경이다. 캐런 맥닐 미국 와인 작가는 "포르투갈이 포트와인의 어머니라면 영국은 포트와인의 아버지"라고 말했다.
WOW에서는 포트와인과 어울리는 초콜릿도 맛볼 수 있다. '더 초콜릿 스토리'라는 박물관이 있어서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나무는 적도를 기준으로 남북 위도 20도 사이의 열대지방에서만 난다. WOW 산하 초콜릿 브랜드가 '베인테 베인테(20, 20)'인 이유다.
이 박물관에서는 금방 제조한 초콜릿을 포트와인과 함께 즐길 수 있다. 당도 높은 와인과 단맛으로 가득 찬 초콜릿은 묘한 조화를 이뤄냈다. 아직 와인이 궁금한 여행객을 위해서는 '더 와인 스쿨'이라는 코스까지 준비했다.
여행의 가장 주요한 요소인 잠자리와 먹거리에서 WOW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잠자리는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 '더 이트만'은 포르투 여행의 백미로 꼽을 만했다. 포도주 저장고 단지 한가운데 자리한 호텔 '더 이트만'은 와인과 관련된 예술품과 장식품으로 가득했다.
호텔 곳곳에는 와인 저장소가 마련돼 있어 애호가를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이 공간을 운영하는 기업 플랫게이트파트너십의 에이드리언 브리지 최고경영자(CEO)는 "과거 포르투에는 세계적인 호텔 체인만 있었다"면서 "'더 이트만'은 역사적 개성을 살리면서도 호텔 자체의 고품격까지 잡아냈다"고 말했다. 객실 테라스에서는 포르투를 대표하는 도루강과 루이스 1세 다리를 감상할 수 있다. 눈으로 아름다움을 즐겼다면 이제 미각의 즐거움을 찾을 차례. WOW에는 미쉐린 별 2개 셰프가 운영하는 '미라미라' 레스토랑도 자리했다. 포르투 지역에서 난 싱싱한 재료로 차려낸 요리는 여행객의 입맛을 돋운다. 가격은 1인당 150유로. 각 요리에 걸맞은 와인까지 원한다면 300유로를 내야 했다. 저 멀리 보이는 포르투 도심 야경은 덤으로 따라온다.
지갑이 가벼운 소비자를 위한 시간도 마련됐다. WOW 중앙 광장에는 아시아 고객을 위한 스시 가게가 영업 중이었다. 제법 괜찮은 수준의 음식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되면서 양식에 지친 고객의 미각을 위로해줬다.
포도주 애호가만을 위한 공간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공간이 와인을 위한 것은 아니다. 1760년 건설된 건물을 활용한 앳킨슨 미술관에는 미술 애호가를 유혹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더 다이내믹 아이: 광학과 키네틱아트를 넘어서'다. 영국의 세계적인 미술관 테이트 소장품을 엄선했다.
빅토르 바사렐리, 리지아 클라크 등 작가 63인의 작품 100여 점이 여행객을 맞는다. 300년이 넘은 저택 안에서 현대미술을 경험하는 건 또 다른 호사 중 하나다. 브리지 CEO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여행객이 WOW를 목적지로 정해서 방문하게끔 콘텐츠를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포르투행 비행기를 끊을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포르투 가려면…
루프트한자 항공사가 인천에서 뮌헨 또는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 포루투까지 매일 운항한다. 루프트한자는 장거리 항공편에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를 마련하고 있다. 무료 수하물(23㎏)을 2개로 늘리고 광폭 공간과 웰컴드링크, 여행 키트를 제공한다.
[포르투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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