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두 얼굴] 노동운동가가 전망한 챗GPT 시대 미래의 '노동'

박서연, 금준경 기자 2023. 7. 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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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두 얼굴 (18)] 하종강 성공회대 교수
"일자리 증감 일시적, 총고용량 감소한다고 보긴 어려워"
"AI로 인한 실직자, 정부·기업이 재교육해야"
"노조 활동, 변화하는 노동자 정서에 조응하는 노력 필요"

[미디어오늘 박서연, 금준경 기자]

“하종강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노동운동가인데 청년 시절 통닭구이 집에서 일하면서 노동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챗GPT에 '하종강'에 대해 물었더니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맞는 문장일까? 하종강 교수는 통닭구이 집에서 일해본 적이 없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과거에 통닭구이, 비녀꽂기 고문을 당했다. 과거 이런 이야기를 인터뷰에서 한 적 있는데, 챗GPT가 저렇게 엮어대더라. 팩트와 거짓을 섞어서 스토리를 만들어 냈다”고 했다.

▲하종강 성공회대 주임교수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성공회대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하종강 교수는 인공지능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전망이 과장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정 분야가 더는 발전하지 않고 정체된다면 그 분야가 다 실직하게 되겠지만, 어느 직종이든 계속 변화하고 새로운 기능이 요구된다. 일정한 패턴을 뛰어넘는 새로운 작업이 요구된다. 노동은 계속 조응하고 변화한다”고 말했다.

하종강 교수는 1·2·3차 산업혁명 초기마다 특정 일자리의 증감이 있었지만, 일시적이었고 총고용량이 감소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일례로 한 생명보험업체가 AI 광고모델을 발탁했는데, 이로 인해 모델 한 명은 일자리를 잃었지만, AI 모델을 만든 업체는 고용 인원을 3배 이상 늘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생겨날 경우를 대비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 기업은 실직 인력에 대해 재교육을 빨리 시켜서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미래사회가 될지라도 노동의 중요성은 희석되지 않는다. 여전히 노동자들이 필요할 것이고, 더욱 정교하게 착취당할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권리를 지키는 노동운동의 중요성이 희석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노동운동가이자 교육자인 하종강 성공회대 주임교수를 지난 17일 오전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성공회대에서 만났다.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사회적 공포감이 커졌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할 순 있다. 그러나 지금 사람들이 공포를 느끼는 것만큼 크게 줄어들진 않을 거다. 부풀려지고 과장된 측면이 있다. 향후 10~20년 동안 9~47% 일자리가 인공지능으로 인해 위협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총고용량은 유지될 거라는 연구 성과들도 만만찮다. 기계가 투입되기 시작할 때를 1차 산업혁명, 전기동력이 도입될 때를 2차 산업혁명, 컴퓨터가 도입될 때부터를 3차 산업혁명이라고 이야기한다. 매번 초기에는 실업률이 발생했다. 결국 일자리 총량은 늘었다.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 총량을 줄일 거라는 건 성급한 결론이다. 사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을 3차 후반부 정도로 본다. 1차, 2차, 3차는 100년 정도 시간적 간격이 있었다. 기업들은 고용을 유지하자는 노동계의 요구가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사고라고 몰아가려는 분위기가 있다. 기업의 이런 요구와 그걸 홍보하는 지식 장사꾼의 마케팅이 맞아떨어져 위기가 증폭돼 나타나는 거다.”

▲하종강 성공회대 주임교수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성공회대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주로 어떤 일자리가 타격을 받을 것 같나. 예를 들어 막내 작가의 일은 챗GPT가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있다.

“챗GPT는 그야말로 'Chat'이다. 대화하기 적당한 인공지능이라 사실과 거짓을 적당히 섞어 챗을 계속 만들어내는 거다. 제가 과거에 통닭구이, 비녀꽂기 고문을 당했다. 과거 이런 이야기를 인터뷰에서 한 적 있는데, 챗GPT가 '하종강은 대한민국 대표적인 노동운동가인데 청년 시절에 통닭구이 집에서 일하면서 노동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엮어대더라. 예술 분야가 더 이상 발전하지 않고 정체된다면 그쪽 분야가 다 실직하게 되겠지만, 새로운 기능이 요구되면서 각 분야도 변화한다. 어느 직종이 사라질 거라고 단정 짓긴 어렵다. 예전에는 소설이나 희곡 등이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지금은 패턴을 뛰어넘는 새로운 작업이 요구된다. 계속 조응하고 변화하는 것이다.”

-미국에선 인공지능 도입을 이유로 한 해고가 이어지고 있다.

“관련 보도를 보면 인공지능으로 인한 해고가 심각한 것처럼 다루는데 (5월 기준) 미국에서 8만 명이 해고됐다. 이 가운데 인공지능으로 인한 해고는 4000명이다. 5%에 그친다. 그렇게 공포스러운 건 아니다. 어느 생명보험 회사가 로지 AI를 가상 모델로 세웠다. 가상 모델이 실제 모델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로지를 개발한 회사의 대표가 고용인원을 3배 늘렸다고 밝혔다. 가상 모델이 실제 한사람 모델의 일자리를 빼앗은 건 맞다. 하지만 로지를 만들기 위해 수십 명이 고용됐다. 다만 초기에는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초기에 대량 실업이 발생하는 건 분명한 사실인데,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일자리로 대체가 된다.”

▲(5월 기준) 미국에서 8만 명이 해고됐는데, 이중 5%인 4000명 가량은 AI 때문에 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고 사유로 AI가 보고서에 기재된 건 처음이다. 사진=지난 6월2일 KBS 보도화면 갈무리.

-정부와 기업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정부나 기업은 실직한 인력에 재교육을 빨리 시켜야 한다. 유럽에서는 상식적인 거다. 해고는 곧 재교육을 의미한다. 이 방식을 도입한 한국 기업이 유한킴벌리다. 2009년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이 당시 쌍용자동차에서 단 한 명도 해고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2000명을 해고하지 않고 7000명의 근로 시간을 단축하라고 했다. 실제 유한킴벌리는 불황이 와서 조업이 단축되면 전체 직원의 일을 줄였다. 해고하지 않고, 전체 직원의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유지했다. 2교대, 3교대 하면서 남은 인력을 계속 재교육에 투입했다. 한국은 이런 이야기 나오면 유한킴벌리가 중소기업이라 가능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도요타도 사용했던 방식이다. 유럽은 국가 차원에서 이렇게 한다.”

▲민주당 등 야 4당 대표가 2009년 8월9일 오전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열린 야당대표 회동에서 쌍용차 사태와 관련, 경찰의 과잉진압 등을 비판하고 있다. 왼쪽부터 고 노회찬 당시 진보신당 대표, 강기갑 당시 민노당 대표, 정세균 당시 민주당 대표, 문국현 당시 창조한국당 대표. ⓒ연합뉴스

-업무와 고용 방식에도 변화가 도래할 것 같다. 이미 한국에는 배달 분야에 플랫폼 노동이 자리를 잡았는데, 이런 방식의 노동이 더욱 확산하지 않을까.

“당연히 확산된다. 확산되는 이유는 인류 사회 발전을 위해서가 아니다.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타다'를 규제하려고 했을 때 새로운 4차 산업혁명의 혁신 분야를 정부가 낡은 규제 방식으로 억제하는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사실 기존의 사업 형태를 기업이 노동법상 의무를 줄이는 방식으로 바꾼 것뿐이다. 플랫폼 산업은 거대한 플랫폼을 소유한 기업이 사람이 아닌 알고리즘을 통해 통제한다. '배달의민족'은 노동자를 알고리즘을 통해 초 단위로 계산해 평가한다. 성실한 사람에게는 좋은 배달을 많이 배당하고, 불성실한 사람은 원거리의 나쁜 일거리를 준다. 노동 통제는 더 세밀해지고, 노동자의 권리가 더 침해된다. 개인사업자로 분류하고, 시혜적 보험 혜택을 준다.”

-해외는 어떤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AB5(운전·배달기사 등 플랫폼 종사자를 자영업자가 아니라 노동자로 재분류) 법안은 우버 노동자를 자영업자로 분류하려면 회사가 굉장히 힘든 3단계를 거치도록 했다. 노동자들이 회사의 지휘통제로부터 자유롭고, 그 회사의 통상적인 비즈니스 이외 업무를 해야 하며, 스스로 독립적인 고객층이 있어야 독립사업자에 해당한다. 2020년 1월 AB5 법안을 제정해 우버 노동자로 인정하려고 했다. 그러나 1년 시행되다가 부결됐다. 선진적으로 법안을 마련했으나, 과반 이상의 주민이 반대표를 던져 거부당했다.”

▲우버 택시. ⓒ연합뉴스.

-결국 실패한 것 아닌가.

“미국의 플랫폼 사업자인 아마존, 우버 등이 그 법안을 부결시키려고 2억 달러를 썼다. 이 돈의 대부분은 노동 조건을 개선하는데 투입됐다. AB5 법안이 만들어졌다가 없어지긴 했지만, 그 과정을 통해 우버 노동자의 노동 조건이 굉장히 향상됐다. 프랑스, 독일, 영국 법원에서 우버 노동자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계속 나오는 이유는 두 가지다. 플랫폼 노동자도 인간다운 삶이 가능해야 하고, 그게 곧 사회 전체에 유익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단기적인 이익이 사회 전체의 이익과 일치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AB5 법안을 도입할 때 내세운 논리 역시 플랫폼 산업을 통해 이윤을 가져가는 기업이 노동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더 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시민의 세금으로 부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 개발 과정에서 벌어진 노동착취 문제가 있다. 챗GPT 개발 과정에서 케냐 노동자들이 혐오·차별 발언을 골라내는 업무(성적 아동 학대, 살인, 고문, 자살)를 하며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문제가 논란이 됐다.

“미래 사회가 되더라도 노동의 중요성이 희석되지 않을 거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노동을 통제하는 기술이 세밀하게 착취당하게 할 거다. 노동을 보호하는 활동은 더 많이 요구된다. 미래 신기술이 노동을 별로 중요하지 않게 만든다? 아니다. 제레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 책을 제목만 보고 '노동은 끝났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책을 보면 인간은 수천 년 동안 노동을 적게 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에 마지막 모습은 노동하지 않는 인간이라는 거다. 그때가 되면 기계를 소유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기에 이를 줄일 수 있는 각종 조치를 지금부터 준비하라는 게 핵심이다.”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몇 가지 방식을 이 책에서 제시한다. 그게 공유와 분배다. 로봇이 도입되면 일자리가 상실된다. 노동자는 실직하지만 생산력이 향상돼 더 많은 생산품이 나온다. 이걸 나누면 된다는 거다. 제레미 리프킨은 공공의 목적과 기업의 이윤추구가 결합될 수 있다고 본다. '캐시워크'라는 앱을 이용하면 걸을 때마다 10원 20원 준다. 이걸 보고 폐지 줍는 노인들이 떠올랐다. 리어카에 한가득 담아 가져가야 2000원 받는다. 기업의 광고 효과와 접목하면 그게 제레미 리프킨이 이야기하는 공공의 이익과 기업의 이익이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무궁무진하게 생겨날 수 있을 거다. 미래 사회가 될지라도 노동의 중요성은 희석되지 않는다. 여전히 노동자들이 필요할 것이고, 더욱 정교하게 착취당할 것이기 때문에 그들의 권리를 지키는 노동운동의 중요성이 희석되지 않을 거다. 인공지능 분야라고 노동의 중요성이 희석되지 않는다. 한국에 IT기업 노조가 만들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노동의 질에는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기자들은 노트북과 인터넷 덕에 전보다 쉽고 빠르게 기사를 쓸 수 있게 됐지만, 써야 하는 기사의 양은 늘고 속보 경쟁도 심화했다.

“문명에는 양면이 있다. 노동 강도를 저하시키면서 동시에 노동 강도를 높인다. 사무자동화가 되면서 노동 강도는 더 심해졌다. 20년 전쯤 '화이트 칼라의 위기'라는 책을 소개했다. 문명의 이기가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를 높이는데 기여한다고 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집에서도, 이동 중에도, 출퇴근 시에도, 휴가지에 가서도 노동을 계속한다. 그래서 긍정적 측면을 극대화하고 부정적 측면을 최대화시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프랑스의 한 기업은 회사가 모든 직원에게 노트북을 무상으로 지원한다고 했는데, 그걸 거부했다.”

▲하종강 성공회대 주임교수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성공회대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기술이 발전하면서 노동계에도 변화가 부는 것 같다. 해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IT 분야 노조가 늘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 이런 변화가 생긴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자연스러운 변화다. 노동조합은 어떤 시대가 되어도 조응하면서 변화할 뿐이지 몰락하지 않는다. 1차 산업혁명 당시 생산과정에 기계가 도입되면서 최초의 노동조합이 탄생했다. 기계가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고 우려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2차 산업혁명 때는 제조업 금속 노동자가 중요해졌고 금속노조가 출범했다. 3차 산업혁명 때는 지식 노동자가 중요해졌고 전교조, 공무원노조, 공공 부문 노조가 확대됐다. 4차 산업혁명 때는 IT 계열 노조가 더 강해질 거다.”

-노조가 앞으로 새롭게 해야 할 역할이 있을까.

“기존에 했던 걸 계속해야 한다. 그러면서 변화하는 노동자 정서에 조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5개 대학 학생들이 모인 적 있다. 앞에 평화나비 활동을 하더라. 그 해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출간 100주년이었다. 그래서 '데미안' 읽어본 학생 손들어보라고 했는데, 150명이 아무도 손 안 들었다. 헤르만 헤세가 누군지 아냐고 했는데 모르더라. '요즘 대학생 책 안 읽는다'고 해봤자 꼰대가 되는 거다. 노조도 마찬가지다. 예전처럼 30년 전 노동자의 철학을 강조하면 동화가 안 된다. 네이버에서 노조를 만들 때 조끼를 입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후드티를 만들었다. 변화하는 노동자 정서에 적응한 거다. 조직 사업 계속하는 등 예전 덕목은 지키되 새롭게 변화하는 정서에 따라 노조도 변화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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