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부수고 녹이는게 아니다…플라스틱 역재생, 다시 '신의 선물'로

김훈남 기자 2023. 7.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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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플라스틱으로 '돌리는' 경제<3회>: 화학재활용이 온다(종합)
[편집자주] 신의 선물에서 인류 최악의 발명품으로 전락한 플라스틱. 우리나라의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2021년 기준 492만톤으로 추정된다. 매일 1만톤 이상 나오는 폐플라스틱은 재활용률은 50% 수준에 그친다. 정부와 산업계는 이같은 폐플라스틱의 환경위협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기 위해 '탈(脫) 플라스틱과 순환경제 조성'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품생산에서 소비, 폐기,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플라스틱 분야 순환경제 조성을 위한 노력을 점검하고 2027년 83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선점을 넘어 대한민국 수출 체력 강화에 이르는 길을 찾아본다.
年17% 커지는 화학적 시장에서 K-순환경제 기회를 찾다
용인 소재 자원순환 센터에 폐플라스틱이 쌓여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2025년 적용되는 유럽의 플라스틱 재활용 목표는 현재 기계적 재활용 설비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다"

지난달 유럽에서 만난 재활용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폐플라스틱을 다시 쓰는 방법은 기계적(Mechanical) 혹은 화학적(Chemical) 공정을 거쳐 새 제품을 만드는 것인데 현재 주류 기술인 기계적 재활용만으로는 주요 규제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석유화학이 주력 산업인 우리나라가 순환경제로 전환하고 수출을 늘리기 위해선 이 화학적 재활용 산업에서 주도권을 잡아야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플라스틱은 단량체(모노머) 상태인 원료 물질에 열과 압력, 촉매 등 작용을 더해 만든 중합체(폴리머)다. 해중합, 원료화, 정제 등 기술간 차이는 있지만 화학적 재활용은 통상 폐플라스틱에 열을 가해 단량체 상태로 되돌리는 일종의 '역재생'을 거쳐 만든 원료로 새 제품을 만드는 공정이다. 중합체 상태인 플라스틱을 잘게 부수고 녹여 성질변화 없이 상태만 바꿔 쓰는 기계적(물리적) 재활용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20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2020년 글로벌 화학적 재활용 시장규모는 생산량(수요) 기준 90만톤(t). 전체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에서의 비중은 6.6%에 불과하다. 하지만 10년 후인 2030년 화학적 재활용 시장은 410만톤으로 추산된다. 연간 17.1%의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기계적 재활용 시장이 2.8%씩 커지는 것과 비교하면 6배 이상 성장속도가 빠르다는 얘기다.

화학적 재활용 시장의 성장성이 높은 이유는 현재 주류 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인 기계적 재활용만으론 유럽 등 순환경제 주요국 규제를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플라스틱 제조 시 30%이상 재생원료를 사용하도록 규정했고 미국은 2025년까지 25%, 2030년까지 50% 이상의 재생원료 사용의무를 부과한다. 기계적 재활용 설비를 늘리고 효율을 극대화하더라도 이같은 규제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기계적 재활용은 재활용 횟수가 늘어나거나 착색염료·첨가제·이물질 등이 섞일수록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일례로 플라스틱 제품 중에서도 가장 물성(소재의 특성)이 좋은 투명 페트(PET)만 따로 모아 기계적 재활용 원료로 사용하고 원유기반 새 제품을 섞는 것은 재활용 제품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화학적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을 원료인 '납사'(나프타) 상태까지 되돌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론적으로 기술에 따라 복수의 플라스틱 소재가 섞이거나 이물질이 있어도 재활용이 가능하고 원료(폐플라스틱)와 다른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수도 있다. 당장의 플라스틱 규제 충족뿐만 아니라 '새 자원 투입없이 폐자원에서 제품을 만드는' 완전한 의미의, '닫힌'(Closed) 순환경제를 구축하기 위해선 화학적 재활용 기술이 필수라는 의견이 나온다.

오세천 공주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기계적 재활용으로는 플라스틱 제품이 요구하는 물성을 충족하기 어렵고 유럽 같은 주요국 규제를 만족시키기 어렵다"며 "완벽한 플라스틱 대체 소재를 찾기 전 까진 화학적 재활용 산업은 갈 수밖에 없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유와 석유화학 공정에서 투입한 화학적 재활용 재생원료를 최종 제품에서 얼마나 인정할지 기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도 세계적 규모의 정유·석유화학기업이 많은 만큼 화학적 재활용 분야에선 글로벌 기준 마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원유가 밀려나는 유럽, 폐플라스틱이 빈자리 채운다
핀란드 포르보에 위치한 Neste의 복합 정유소. 핀란드 최대 정유사 네스테는 2005년부터 바이오디젤 사업에 투자, 현재 그룹의 가장 큰 수익을 재생원료 사업에서 올리고 있다. /사진제공=네스테

유럽연합(EU)이 플라스틱의 재생원료 사용 의무 등 순환경제 규범을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이 지역 석유화학 업계도 기존의 원유 기반 '선형' 플라스틱 생산에서 재생원료 기반 '순환' 생산 체제로의 전환과 신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은 일부 기업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재생 플라스틱 원료로 사용하는 화학적 재활용 분야에서 이미 수익을 내고 있다. 게다가 화학적 재활용의 난제 중 하나인 유색 페트(PET) 처리 기술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우리 주요 제조업 중 하나인 석유화학 업계가 글로벌 순환경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이들 유럽 기업과의 격차를 따라잡아야 한다.

■ 핀란드 최대 석유회사 '네스테'의 새 먹거리는 '재생제품'

핀란드 최대 정유회사 네스테의 헤이키 페르킬라(Heikki Farkkila) 화학재활용부문 부사장(오른쪽)과 아웃티 테라스(Outi Teras)화학 재활용 기술 상용화 부문 책임자가 지난달 2일 핀란드 에스푸 본사에서 진행한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회사의 재생원료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훈남 기자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 시내에서 차로 30분여 거리 도시 에스푸(Espoo)에 본사를 두고 있는 '네스테'(Neste)는 70년 넘는 업력을 자랑하는 핀란드 최대 정유회사다. 동시에 재생가능 원료로 만든 '바이오디젤'에 처음 투자를 시작해 2007년 가동을 시작한 에너지 전환 모델의 선구자로도 유명하다.

네스테의 올해 1분기 IR보고서에 따르면 그룹 기준 매출은 52억9800만유로(약 7조5200억원)이다. 이중 재생제품(Renewable Products) 부문의 세전영업이익(EBITA)은 4억1500만유로다.

석유제품(Oil Products)과 마케팅 및 서비스 부문을 제치고 그룹 내 사업 중 가장 큰 수익을 냈다. 재생제품의 마진은 톤(t)당 945달러로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썼다. 폐기물로부터 재생 가능한 항공연료를 만들어내는 한편 재생가능한 중합체(폴리머)와 화학물질을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개화하는 시장인 만큼 정확한 추산은 어렵지만 세계 재생원료 시장의 1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SK지오센트릭과 LG화학 등 우리 기업에도 화학제품 생산에 재생원료를 공급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에스푸 소재 네스테 본사에서 만난 헤이키 페르킬라(Heikki Farkkila) 화학재활용 부문 부사장은 "네스테는 폐플라스틱을 액화시켜 새로운 플라스틱의 고품질 원료로 전환하는 전환하는 기술과 밸류체인을 개발한다"며 "(투자 초기에는) 재생가능한 디젤에 집중했지만 지속 가능한 항공 연료와 폴리머 및 화학제품에 쓰는 재생 및 재활용 가능 납사(나프타) 등 모두 상업화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네스테는 폐기물 기반 원료의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한 전처리 기술에 핵심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며 "현재 석유화학 업계가 사용하는 원유기반 제품과 품질이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 "투명 넘어 유색페트도 문제없어"…화학적 재활용의 매력은?

네덜란드의 화학적 재활용 기업 아이오니카의 마르텐 스톡(Maarten Stolk) 사업개발 담당이 지난달 5일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사무실에서 진행한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회사의 기술을 소개했다. /사진=김훈남 기자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본사 두고 있는 화학적 재활용 회사 '아이오니카(Ioniqa)'는 버려진 페트병을 녹여 새 제품의 원료로 만드는 화학적 재활용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의 기술이 특별한 것은 화학적 재활용 과정에서 장애물인 '착색' 염료와 라벨·뚜껑·알루미늄 등 이물질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이다. 고품질 플라스틱 중 하나인 페트는 착색 염료나 첨가제가 들어가면 재활용이 어려운 소재다. 이 때문에 폐플라스틱을 세척해 새 옷감으로 만는 기계적 재활용의 경우 투명 페트병만을 소재로 사용하기도 한다.

2009년 에인트호번공과대학의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아이오니카는 저품질 폐페트에서 품질저하없이 새 플라스틱 원료를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유무색 구분없이 모든 페트를 수거한 뒤 자기장과 촉매를 통해 착색염료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3000만유로 규모 투자를 유치했고 한국 석유화학기업과 협업도 꾸준히 모색 중이라고 한다.

에인트호번 소재 아이오니카 사무실에서 만난 마르텐 스톡(Maarten Stolk) 사업개발 담당은 "아이오니카는 기본적으로 질이 떨어지는 폐기물을 원료로 공급해 촉매반응 및 회수·원심분리·침전 등을 활용해 플라스틱 원료를 정제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며 "기존의 해중합보다 큰 크기로 복합체(폴리머)를 분리해 새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공정을 단순화하고 투자와 운영에 들어가는 비중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원유 기반의 페트와 동일한 품질을 유지하면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자동차 범퍼와 샴푸병, 음료병 등은 결국 수명이 다하는 탓에 적절한 폐기물 관리가 필요하고 어떤 경우든 매립하는 것보다 재활용이 이익"이라며 "화학적 재활용인 해중합 기술은 기계적 재활용에 적절하지 않은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닫힌' 자원순환을 달성해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폐비닐 골칫덩이? 깜짝 변신에 모셔간다…"이젠 구하는 게 더 힘들어"
10일 오전 충북 괴산 소재 중부인더스트리 본사에서 열분해유 설비가 가동되고 있다. /사진=김훈남 기자

# 충북 괴산의 한 산길을 5분여 달리자 보이는 폐기물처리 업체 중부인더스트리의 공장. 산처럼 쌓여있는 비닐만 보면 여느 폐자원 처리시설과 비슷하지만 이곳은 폐비닐을 분해해 열분해유를 만드는 '제조'시설이다.

300도(℃) 가량 고온으로 비닐을 녹이는 열분해유 설비 4기가 열기를 뿜으며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비닐에서 나온 유증기를 찬물로 식히고 다시 열을 가하는 작업을 14시간쯤 반복하면 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품 중 하나인 열분해유가 배출된다. 이렇게 만든 열분해유는 정유업체에 공급돼 기존 원유와 섞어 새 제품을 만드는 실증사업에 쓰이고 있다.

지난 10일 공장에서 만난 김기철 중부인더스트리 이사는 "예전엔 열분해유 팔 곳을 찾는 게 일이었는데 요즘은 비닐을 구하는 게 더 힘들다"고 업계 분위기를 설명했다. 초기 시장에서 열분해유는 주로 산업현장의 저품질 난방용도로 쓰였는데 플라스틱 순환경제 조성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석유화학 업계의 원료로 팔려나간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의 설명처럼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연합(EU) 등 순환경제 선도국이 주도하는 재생원료 의무 사용 비율에 대응하고 화학적 재활용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선 시장이 열리고 있는 지금, 투자가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화학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은 화학적 재활용 분야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 중 하나다. 2021년 캐나다 루프인더스트리에 지분 10%를 투자하고 2030년까지 아시아 4개 국가에 연간 처리능력 40만톤 규모 화학적 재활용 설비를 지을 계획을 밝혔고 울산에 운영 중인 산단에 2025년까지 7만톤 규모 열분해 및 폐페트(PET) 재활용 설비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폐플라스틱 재활용 규모는 2025년 90만톤, 2027년 250만톤으로 대폭 확대한다는 목표다.

플라스틱 용기를 많이 사용하는 식품·화장품·유통 기업과의 '동맹' 사례도 속속 나온다. SK케미칼은 2021년 세계 최초로 화학적 재생 플라스틱 소재 '코폴리에스터'를 개발한 데 이어 순환재활용페트(CR-PET) 소재를 오뚜기의 육류소스 용기에 100% 적용했다. LG화학은 유통업체 쿠팡과 손잡고 쿠팡에서 배출하는 3000톤 규모 물류 포장용 비닐을 재활용해 다시 공급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2024년까지 1000억원 투자해 울산 PET 공장 전체를 재생 PET 공장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고 효성은 부산·전남지역에서 수거한 폐어망을 모아 연간 1800톤가량 나일론 섬유를 생산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국내 화학적 재활용 산업이 자리잡기 위해선 고품질의 원료 수급과 폐기물 관점의 규제해소, 적정한 가격평가 등 산업 환경이 개선돼야한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열분해유 시장에 뛰어든 SK지오센트릭,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케미칼 등 국내 기업들은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의 실증특례(규제샌드박스, 신기술에 대해 일정기간 기존 규제를 유예하는 것)로 사업을 추진 중인데 본격적인 화학적 재활용 산업 육성을 위해선 폐플라스틱을 '폐기물'이 아닌 '산업 원료'로 보는 규제 전환이 필수라는 설명이다.

또 폐기물의 선별 정도와 이물질 여부가 제품 생산효율과 직결되는 화학적 재활용 산업 특성상 분리 배출된 플라스틱 폐기물을 종류별로 선별하고 세척하는 등 '전처리' 작업에 따라 수익성이 갈린다고 한다.

김기철 이사는 "사업 초기만 해도 무상으로 제공받았던 폐비닐을 최근에는 25톤 트럭기준 120만원에 사오고 있다"며 "아파트 등 분리배출 체계가 잘 돼있는 곳의 폐비닐은 50~60%까지 열분해유를 만들 수 있지만 이물질이 많거나 다른 소재가 섞이면 수율이 20~30%까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규제가 만드는 신시장…정부 플라스틱 순환경제 정책은?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순환경제 활성화를 통한 산업 신성장 전략, 농식품분야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 딥사이언스 창업 활성화 방안, 부처별 수출 투자 정책과제 이행 실적 및 계획 등을 논의했다. 2023.6.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는 지난달 21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열고 '순환경제 활성화를 통한 산업 신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글로벌 순환경제 선도국가 도약을 목표로 내걸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9개 산업별로 9대 선도 순환경제 과제를 담은 'CE9'(Circular Economy 9) 프로젝트가 핵심이다.

CE9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9개 과제 중 2개가 플라스틱의 화학적 재활용 산업을 위한 프로젝트다. 정부는 석유화학 산업에 '열분해유 생산 확대'와 '고급 원료화 전환' 등 프로젝트 2개를 배당해 폐플라스틱을 고부가가치 산업원료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들 프로젝트는 그동안 폐기물 처리산업에 속했던 플라스틱 재활용을 제조업으로 다루는 데 의미가 있다.

정부는 우선 열분해유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법령의 신속 정비에 나선다. 열분해유를 원유와 함께 정유공정 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석유사업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주로 폐비닐을 녹여 만드는 열분해유는 원유를 대체해 납사, 경유 등 생산의 실증특례(규제샌드박스)를 제외하면 정유공정에 사용할 수 없다.

정부는 열분해유 생산을 주업으로 삼는 경우에도 제조업으로 인정해 대형화와 첨단화를 유도하고 산업단지 입주 등 입지 지원에 나선다.

또 원료인 폐플라스틱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열분해유 기반 플라스틱 제품에 대해 폐기물부담금 감면을 추진하고 폐기물 선별시설 고도화, 폐비닐 재선별시설 구축 등 선별설비를 확충한다.

폐플라스틱을 고급원료로 사용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과거에 낮은 품질로 인해 공장용 연료 등으로 쓰이던 폐플라스틱을 고금 원료로 바꾸고 폐플라스틱 해중합(복합체인 플라스틱은 분해해 단량체로 만드는 과정)과 플라즈마 열분해 등 물성 개선을 위한 C2C(Cradle to Cradle, 사용한 제품을 동일 제품 생산에 필요한 산업원료로 재생산하는 것)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이밖에 2024년부터 고부가 재활용 사업 전환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과 설비 개선 비용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번 순환경제 성장전략과 더불어 국내 순환경제 활성화를 위해선 폐기물의 자원 인정범위 정립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행 규정상 순환경제의 원료로 쓰이는 폐자원은 폐기물관리법에 의해 처분과 재사용·재활용에 무게를 두고 관리된다.

이들 폐자원은 순환경제 전환시 새로운 제품의 원료로 돌아가는 만큼 단순한 폐기물이 아니라 산업의 자원으로서 관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시에 초기 순환경제 시장조성을 이끌기 위한 재생원료 의무 사용 등 정부차원의 규제 역시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조현렬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플라스틱 순환경제는 규제가 이끄는 신시장"으로 "완성자 업계가 탄소배출 규제로 전기차시장을 개화한 것처럼 전반적으로 원유기반 제품에 비해 가격이 비싸 경제성이 안나오는 부분에 대한 지원은 정부의 정책에서 나와야한다"고 말했다.

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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