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도, 나훈아도 '전곡 뮤비' 시원하게 쏩니다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3. 7. 2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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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기반 '보는 음악'의 진화
10대부터 70대까지
유튜브로 음악 즐겨
뮤직비디오 집중 투자로
영상 플랫폼서 인기몰이
'쿨 위드 유'로 컴백 뉴진스
데뷔 후 모든 곡 MV 제작
스타 '양조위'까지 동원
56주년 맞은 나훈아
꽃남방 입고 갈매기춤
유튜브 1억건 조회
데뷔 이래 발표한 13곡 모두 뮤직비디오를 보유한 뉴진스. 어도어

'보는 음악'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더 규모 있게, 더 파격적으로 시선을 사로잡고 음악을 넘어 제작자 메시지를 전달하는 뮤직비디오(MV)의 세계다. K팝에 새 트렌드를 몰고 온 뉴진스부터 데뷔 56주년이 된 가황 나훈아까지, 이들은 수록곡 전곡의 MV를 제작·공개하는 파격으로 음악과 스토리텔링의 한계를 허물고 있다.

먼저 뉴진스는 20일 공개한 신곡 '쿨 위드 유'에서 또 한 번 '대작 MV'로 전 세계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영상은 5인조의 청초한 소녀 멤버들과 퍼포먼스를 비추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리스 신화 '프시케와 에로스'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한 편의 영화 같다. 앞서 '디토'와 'OMG' MV를 만들었던 돌고래유괴단의 신우석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배우 정호연과 량차오웨이(양조위)가 깜짝 출연했다. 듣기 좋은 음악과 절절한 스토리, 연출력이 어우러진 이 작품은 우리나라 드라마타이즈 MV의 시초로 여겨지는 1998년 조성모의 발라드 곡 '투 헤븐(To Heaven)' MV의 파급력을 떠오르게 한다. 뉴진스는 데뷔 이래 선보인 모든 곡의 MV를 보유한 가수다. '쿨 위드 유'뿐 아니라 21일 정식 발표한 새 미니앨범 '겟 업'에 수록된 6곡도 모두 MV가 있다. 지난 7일 선공개한 '슈퍼 샤이'는 쨍한 햇볕 아래 도시 곳곳에서 멤버들과 군중이 발랄한 플래시몹을 선보이고, 또 다른 선공개 곡 '뉴 진스'는 미국 인기 애니메이션 '파워퍼프걸'과 협업한 영상이다.

물량 공세 속에서도 매 편 화제를 이끌어낸 비결은 이들 소속사 어도어의 총괄 프로듀서이자 최고경영자인 민희진 대표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SM엔터테인먼트 비주얼 아트 디렉터 출신인 그의 제작 노하우와 실행력, 대형 기획사 하이브 레이블로서 갖춘 막대한 자본력 등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민 대표는 올해 초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MV를 여러 편 찍는 것 또한 내가 프로듀서이자 대표이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었다"며 "오랜 실무로 겪은 내용을 바탕으로 창작과 비용 집행에서 밸런스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힌 바 있다.

뉴진스 '슈퍼 샤이' 뮤직비디오 한 장면. 유튜브 캡처

K팝에 퍼포먼스와 비주얼이 중요한 만큼 MV는 가수의 서사와 콘셉트를 설명하는 핵심 수단이다. SM엔터테인먼트 4인조 걸그룹 에스파 역시 지난 5월 미니 3집 '마이 월드'에서 타이틀곡 '스파이시'에 더해 '웰컴 투 마이 월드' '솔티&스위트' '써스티' '아임 언해피' 등 전곡에 MV 또는 트랙비디오를 붙였다. 트랙비디오란 MV보다는 짧지만 1~2분 분량으로 곡의 핵심 부분과 분위기를 소개하는 영상이다.

에스파는 특히 이 앨범에서 청춘 하이틴 콘셉트로 변신을 꾀했다. 데뷔 이래 광야라는 가상 공간을 배경으로 빌런을 무찌르는 전사 이미지로만 활동하다 처음 시도한 변화인데, 여러 비주얼 영상을 한꺼번에 내놓음으로써 자연스럽게 변화를 인식시킨 셈이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음악적으로나 비주얼적으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며 "제작 비용과 시간이 더 들긴 했지만 반응도 좋았다"고 평했다.

MV는 1960년대 비틀스를 시작으로 신곡 홍보를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쓰였다. 1981년 미국의 음악 방송 전문 채널 MTV 개국, 마이클 잭슨과 마돈나 등의 활약으로 '보는 음악' 시대가 일찍이 열렸다.

그럼에도 전곡 MV는 제작비 부담이 크고 홍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한계에 부딪히기 십상이다. 곡 제작에 수천만 원이 든다면 MV에는 억대가 든다. 보통은 타이틀곡과 후속곡까지 1~2곡을 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이유다. 거기에다 MV는 무료로 공개하는 콘텐츠. 유튜브 채널 광고 수익을 챙기는 경우도 있다지만 제작자로서 가성비 좋은 콘텐츠는 아니다. 한 중소기획사 관계자는 "요즘 걸그룹을 만들 때 한 곡 가격이 1500만~2000만원 수준인데, MV는 기준선이 3억원"이라며 "대형 기획사는 MV 제작비에 아예 상한을 두지 않고 투자한다"고 귀띔했다.

MV에 대한 집중 투자는 음악 유통과 콘텐츠 소비 지형 변화에서 기인한다. MP3나 음원 스트리밍으로 소비하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유튜브와 틱톡 등 영상 플랫폼이 음악을 보고 듣는 필수 창구가 됐다.

이런 흐름은 심지어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 올해 3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OTT 서비스 플랫폼별 이용 행태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연령대에서 유튜브 이용률이 90%대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유튜브 뮤직은 멜론·지니뮤직 등을 넘어 국내 음악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수 1위(닐슨코리아, 안드로이드 기준)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젊은 세대뿐 아니라 고령층도 유튜브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니 앞으로는 장르를 불문하고 MV 중심의 음악 유통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훈아 '기장갈매기' 뮤직비디오 한 장면. 유튜브 캡처

올해 일흔 여섯, 데뷔 56주년인 트로트 가수 나훈아도 부산 바다를 배경으로 꽃무늬 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갈매기춤'을 췄다. 갈매기의 날갯짓을 흉내내며 살랑살랑 몸을 흔드는데, 댄서 너댓 명과 대열을 맞추고 선 폼은 K팝 가수 못지않다. 지난 10일 깜짝 공개한 신보 '새벽'의 수록곡 '기장갈매기' MV다. 나훈아는 조직폭력배들을 물리치는 액션 연기까지 맛깔나게 소화했다.

백전노장의 이색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 역시 음반에 수록된 총 여섯 곡의 모든 MV를 제작했다. '사랑은 무슨 얼어 죽을 사랑이야(카톡)'란 곡의 MV에선 '이제는 사랑도 문자로 하고/ 이제는 이별까지 까똑거리고'라는 유머러스한 가사와 애니메이션 영상을, 곡 '타투'에선 록 밴드 사운드가 깔린 트로트 음악을 배경으로 할리 데이비슨 바이크를 모는 모습 등을 보여준다.

나훈아의 MV 도전은 데뷔 55주년인 지난해 본격 시작됐다. 이때 낸 '맞짱'MV는 갑옷을 입고 긴 머리를 휘날리는 나훈아가 세계관 속 마왕과 전투를 벌이는 판타지 무협 장르다. MV 유통사 다날엔터테인먼트 측은 "기본적인 스토리라인을 아티스트가 직접 구상했고, LED 스크린 촬영과 VFX(시각효과), 버추얼 프로덕션 등 기술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다날에 따르면 이 같은 나훈아의 MV 콘텐츠 총 55건의 누적 조회수는 최근 1억회를 넘었다. 2020년 신드롬을 일으켰던 곡 '테스형' MV가 1600만회에 달했고, '맞짱'이 201만회, 댄스 트로트 MV '체인지'도 180만회다. 이달 공개된 MV들도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으로 선정됐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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