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산업의 '비타민'…베트남 VTRE 희토류 공장은 지금 [르포]

김경택 기자 2023. 7. 2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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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토피아 희토류 사업 파트너 기업
원광 채굴부터 분리·정제·생산까지
총 17종의 희토류 제품화 역량 보유
VTRE 공장 작업자들이 희토류 원광을 정제 장비에 투입하고 있다. (사진=김경택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베트남=뉴시스] 김경택 기자 =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차로 1시간을 달려 도착한 VTRE(Vietnam Rare Earth JSC) 본사 희토류 공장. 당일 체감 온도가 45도에 육박하는 뜨거운 날씨에도 작업자들은 긴 소매와 두건, 마스크 등으로 중무장한 채 포대에 담겨있는 흙을 공정 장비에 투입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첨단 산업의 '비타민'이라고 불리는 희토류 정제 과정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VTRE는 베트남 허난성 푸리시에 위치한 희토류 전문기업이다. 자체 보유한 베트남 현지 광산에서 희토류가 포함된 퇴적 원광을 추출해 이를 공장으로 가져와 여러 번의 정제 과정을 통해 희토류 산화물을 생산한다. 희토류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 세토피아의 파트너사이기도 하다.

희토류(Rare Earth Elements)는 말 그대로 '진귀한 흙들의 종류'를 일컫는 용어다. 독특한 물리·화학적 성질을 지닌 원소로, 원소주기율표 상 원소기호 21번 스칸튬과 39번 이트륨을 비롯해 57번에서 71번까지의 란탄 계열 15개 원소를 합친 총 17종이 희토류로 분류된다. 소량으로도 소재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어 미래 가치 산업에서 활용되는 중요한 광물 자원 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다.

처음 마주한 VTRE 희토류 공장은 다소 고즈넉한 느낌을 자아냈다. 화려하진 않지만 공장 곳곳에 수목이 우거져 있어 자연 친화적인 이미지를 주기에 충분했고, 사무실과 연구실이 위치해 있는 3층 건물의 사무동과 희토류 정제·생산 시설이 위치한 7개 생산동이 공장 부지 안에 적당한 여유를 두고 배치돼 있어 방문자로 하여금 편안한 느낌을 선사했다.

VTRE 공장 전경. 생산동 건물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사진=김경택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희토류는 광산 채굴부터 시작해 분리·정제 공정을 거쳐 산화물 형태로 최종 생산된다. VTRE 공장은 희토류 광산에서 제염이 끝난 원광을 가져오는 단계부터 시작된다. 본사 공장에서 차량으로 5~6시간 가량 떨어져 있는 옌 푸(YEN PHU) 광산과 벤 덴(BEN DEN) 광산에서 원광을 채굴해 유독 물질의 제독(除毒) 등 세정·분해 과정을 거친 뒤 이를 본사 공장으로 운반해 분리·정제하는 식이다.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 공장 안에는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광산에서 들어온 분말(흙) 형태의 원광이 작업자들의 손을 거쳐 염산이 담겨있는 전용 탱크에 투입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원광 내부에 녹아있는 불순물은 여과되고 희토류 성분은 염산 속에 녹아 있는 상태로 부유하게 된다고 회사 관계자는 설명했다.

처음 투입 과정만 사람의 손을 거칠 뿐 나머지 공정은 대부분 자동화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희토류와 염산이 섞여있는 해당 용액은 내산성이 뛰어난 플라스틱 파이프를 통해 옆 공정으로 옮겨와 100단계에 걸친 2차 정제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는 등유를 포함해 'PC-88A'라는 유기 용매 등 특수 약품을 이용해 부유선광, 용매추출 방식의 용해, 분리가 이뤄진다.

가령 첫번째 셀에서 일부 희토류 성분을 추출한 뒤 남은 용액을 두번째 셀로 보내 또다시 약품을 투입해 분리하고, 다시 세번째 셀로 보내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식으로 총 100번에 걸친 정제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희토류 정제 공정. 희토류가 녹아 있는 용액이 100개의 셀을 통과하며 용해, 분리된다. (사진=김경택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100개의 셀을 지나는 과정 속에서 VTRE는 17종의 희토류를 모두 분리·추출할 수 있다. 해외 대규모 희토류 생산 업체의 경우 단일 성분의 희토류만 취급하는 데 반해 VTRE는 모든 종류의 희토류 성분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는 특정 성분의 희토류를 필요로 하는 고객사의 수요에 따라 맞춤 생산이 가능하다는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하는 희토류 성분만 추출한 뒤 나머지를 보관했다가 추후 수요에 따라 추가적으로 분리·정제하는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단계는 용액을 건조시키는 것이다. 각 셀에서 분리된 용액들은 알칼리성 물질을 투입해 중화작용을 거친 뒤 로(爐)에 투입된다. 로에서 건조 과정을 거친 용액은 최종 분말 형태의 희토류 산화물로 탈바꿈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생산된 희토류가 어디에 쓰이느냐다. 희토류는 '첨단산업의 비타민'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전기차 구동모터, 풍력발전기의 터빈, 로봇, 드론 등 첨단산업의 핵심 재료 뿐만 아니라 하드디스크, 에어컨, 스마트폰, 스피커 등 가전제품에도 널리 사용된다. 특히 전 세계적인 친환경 정책에 따라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빠른 속도로 대체하면서 전기차의 구동모터에 사용되는 영구자석이 희토류의 가장 큰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다.

VTRE가 정제 과정을 거쳐 생산한 희토류 디스프로슘(Dy) 산화물. (사진 = 김경택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VTRE가 생산한 희토류 산화물은 향후 세토피아와 VTRE의 합작법인인 'GCM'의 베트남 법인 'GCM VINA METAL'에서 정제 및 제련 과정 등을 통해 금속 형태로 가공될 전망이다. 생산된 금속 중 일부는 글로벌 영구자석 업체에 직접 판매하거나 세토피아의 한국 자회사 KCM인더스트리로 공급돼 영구자석 분말(파우더)로 가공될 예정이다. GCM의 유통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외 시장에서 직접 판매할 계획도 갖고 있다.

또 VTRE는 과거 자체 보유한 베트남 희토류 광산에서 원광을 채굴하는 데 그쳤지만 최근 세토피아와 GCM을 통해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위치한 피리지(Pea Ridge) 광산에서 희토류가 포함된 광산 산화물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GCM은 향후 미국에서도 영구자석의 핵심 희토류 성분인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NdPr) 금속을 생산해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업체들을 대상으로 공급·판매할 계획이다.

이밖에 GCM은 VTRE 본사 공장 부지 인근에 베트남 현지 법인 GCM VINA METAL의 생산 설비 구축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희토류 산화물 생산부터 금속 생산까지 일원화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한편 희토류는 전 세계 매장량 1위인 중국을 비롯해 베트남, 미국, 호주 등 다양한 국가에 매장돼 있다. 그러나 환경오염 및 중간공정 미비 등을 이유로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유통되는 희토류는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토피아와 VTRE가 손을 잡은 것은 현재 중국 중심의 희토류 관련 공급 시장의 헤게모니를 바꾸겠다는 하나의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탈중국화 움직임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세계 2위 희토류 매장량 보유국인 베트남에서 기회를 찾고 있는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mrk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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