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의 까칠한 축구]'잘 알지도 못하면서' 대표팀 발탁 '112명', 그들은 무슨 죄인가

2023. 7.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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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굳이 하지 말아도 될 말을 해서 논란을 부추기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의 헛발질 이야기다.

지난 18일 축구협회는 음주 논란에 선 이상민(성남)을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당연한 수순이다. 태극마크의 가치와 위상을 떨어뜨리는 발탁이었다.

무엇보다 규정을 지키지 않은 축구협회의 무능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규정상 이상민은 애초에 발탁 자격이 없는 선수였다. 지키라고 만든 규정에 눈을 감았다. 직무유기다. 축구협회의 엄청난 행정력에 감탄했다.

또 이 과정에 동참했던 황선홍 감독 역시 실망스럽다. 황 감독은 자살골을 넣고 아시안게임을 시작하게 됐다. 엔트리를 다 채우지 못하고 국제대회에 나가는 새로운 역사를 쓸 가능성이 크다.

이 사태로 축구협회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결국 무능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굳이 하지 말아도 될 말을 했다. 잘못을 깔끔히 인정을 하면 되는데, 조금이라도 핑계를 대고 싶었고, 조금이라도 책임 면피를 하고 싶었나 보다. K리그 구성원들을 황당하게 하는 발언이었다.

해당 선수의 경우 2020년부터 지금까지 K리그2 소속으로 뛰며 음주운전으로 프로축구연맹 징계를 받은 사실이 있고 이후 연령별 대표팀에 선발되었는데, K리그1이나 A대표팀 선수 등과 비교하면 리그 소식도 선수 관련 정보도 상대적으로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기에 2021년 첫 선발 당시 해당 사실과 연관되어 관련 규정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습니다.

간단히 핵심만 요약하면 K리그2 소속이라서 잘 몰랐다는 것이다. 먼저, 그게 자랑인가. 스스로 무능하다는 것을 세상에 알릴 필요가, 이렇게 큰 목소리로 알릴 필요가 있었는가.

더욱 심각한 건, 축구협회가 K리그를 대하는 '인식'이다. 평소 K리그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생각했기에 이런 어이없는 발언이 나올 수 있을까.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비열한 방법을 썼다. 상대를 '비하'하는 것이다.

K리그2가 창설된 지 올해가 10주년이다. 기념비적인 해다. 그런데 현실은 아프다. 10살이 된 K리그2는 한국 축구 최상위 단체에 이런 대우를 받고 있다. 축구협회와 K리그는 여전히 잘 모르는 사이. 언제쯤 친해질 수 있을까.



그런데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K리그 승강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이가 바로 정몽규 회장이다. 그리고 그가 구단주로 있는 클럽도 K리그2 소속이다. 이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K리그2를 잘 몰라서(실제로는 당시 엄청난 이슈가 됐고, 모를 수 없는 상황에서 모르는 것이 더 대단하다. 얼마나 관심이 없었으면)라고 하니, 잘 몰랐다고 치자. 이상민의 음주 사태를 몰랐고, 규정에 맞지 않는 선수를 뽑았다.

그렇다면 그렇게 모르는 K리그2에서 그동안 대표팀에 선발된 선수들은 어떻게 된 것인가.

이는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K리그2 소속 선수들을 대표팀에 발탁했다는 의미로 이어질 수 있다. K리그1이나 A대표팀 선수 등과 비교하면 리그 소식도 선수 관련 정보도 상대적으로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기에 당연히 선수 선발이 힘들었을 것이다.

아니라고? K리그2 선수도 잘 알고 뽑았다고 항변하고 싶나. 더 우스워진다. 선수 선발할 때는 K리그2를 잘 알고, 관심이 많았고, 선수 범죄를 파악할 때는 K리그2를 모르고, 관심이 없었다는 소리다. 이런 황당한 소리를 한국 축구팬들이 이해해주기를 바라나.

차라리 잘 모르는 리그의 선수는 뽑지 말아라. 뭐 하러 리그 소식과 선수 관련 정보가 부족한 선수들을 뽑으려 하나. 잘 아는 리그 선수만 뽑아라. 그게 축구협회의 창조 행정을 위해, 한국 축구팬들의 심적인 안정을 위해 더 좋은 방법이 아닌가.

지난 10년 동안 K리그2 소속으로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들은 무슨 죄인가. 축구협회의 경솔한 발언 하나로 잘 모르는 리그의 선수, 정보가 부족한 선수가 됐다. 국가를 위해 몸 바쳐 뛴 건 똑같은데, 숫자 1과 2의 차이로 이렇게 무시를 받아야 되는가.

지금 축구협회의 인식과 방식을 대비하면, 모두 잘못 뽑힌 선수들이다. 무려 '112명'이나 된다. A대표팀과 U-23 대표팀으로 제한했다. 왜? 너무 많아서. U-20 대표팀 등 연령을 더 낮추면 더 많아질 것 같아서 23세에서 끊었다.



K리그2 소속으로 U-23 대표팀에 선발됐고, A대표팀까지 이어진 선수들은 A대표팀 명단에 포함시켰다. A대표팀 28명, U-23 대표팀 84명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논란의 이상민은 제외했다.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군데렐라' 열풍을 일으킨 이정협을 비롯해 군인 이근호도 있었고, 한국의 간판 골키퍼 조현우도 K리그2 소속으로 처음 대표팀에 발탁됐다. 현재 A대표팀의 중심 역할을 하는 황인범, 조규성 모두 K리그2 소속으로 U-23을 지나 A대표팀까지 올라온 선수들이다.

그러고 보니 잘 알지도 못하는 리그의 선수들이 한국 축구에서 참 많은 일들을 해냈다. 처절한 외면 속에서도 한국 발전에 큰 도움을 준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K리그2는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당신들 역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가대표다.

◇역대 K리그2 소속 대표팀 발탁 명단(총 112명)

*A대표팀(28명)

-김재성(상주 상무). 이승기(광주), 최철순(상주 상무), 이근호(상주 상무), 오범석(안산 무궁화), 최철순(상주 상무), 염기훈(안산 무궁화), 이정협(상주 상무·부산·경남), 조현우(대구), 김동준(성남), 김성준(성남), 주세종(아산 무궁화), 윤영선(성남), 김문환(부산), 황인범(아산 무궁화·대전), 나상호(광주), 김준형(광주), 이진현(대전), 구성윤(김천 상무), 조규성(김천 상무), 박지수(김천 상무), 정승현(김천 상무), 구성윤(김천 상무), 김진규(부산), 엄지성(광주), 이재익(서울E), 조유민(대전), 권창훈(김천 상무)

*U-23 대표팀(84명)

-강윤성(제주), 고명석(부천), 고재현(서울E), 고동민(경남), 김한솔(대구), 김종우(수원FC), 김신(부천), 김동현(광주), 김정환(광주), 김태곤(광주), 김재우(부천), 김태현(대전), 김세윤(대전), 김찬(충남 아산), 김현우(제주), 김형원(경남), 김지훈(대전), 김병엽(전남), 김강산(부천), 김주성(김천 상무), 김주환(경남), 김천(충남 아산), 김정민(부산), 김정훈(김천 상무), 김종민(김포), 김륜성(김천 상무), 권기표(서울E), 권혁규(김천 상무), 맹성웅(안양), 박세환(충주 험멜), 박재우(대전), 박경민(부산), 박지민(김천 상무), 박정인(부산), 박태준(안양), 박재환(경남), 박창환(서울E), 변준수(대전), 박재용(안양), 안준수(부산), 엄원상(광주), 안재준(부천), 오현규(김천 상무), 오세훈(아산 무궁화), 오재혁(부천), 윤종규(경남), 이우혁(강원), 이건(안산), 이시영(성남), 이승모(광주), 이광재(부천), 이동경(안양), 이동준(부산), 이선걸(안양), 이유현(전남), 이희균(광주), 이정문(대전), 이지솔(대전), 이상민(서울E), 이지승(부산), 이규혁(제주), 이상헌(부산), 임창우(대전), 임민혁(광주), 임덕근(제주), 심상운(서울E), 서경주(서울E), 서진수(제주), 서명관(부천), 성호영(부산), 신상은(대전), 정호진(전남), 조성권(김포), 조위제(부산), 조혁택(부천), 주현성(서울E), 조영욱(김천 상무), 최재훈(안양), 최건주(안산), 최준(부산), 허율(광주), 한찬희(전남), 홍정운(대구), 황준호(부산)

[정몽규 회장, 황선홍 감독, 이정협, 이근호, 김문환, 황인범, 조현우, 조규성. 사진 = 대한축구협회]-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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