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리 모인 기생 여덟명… 동질감으로 우정 나누며, 고난의 삶 이겨낼 몸부림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시에서 우정은 사랑보다 즐겨 다룬 주제였다.
특수 신분인 기생의 우정은 더욱 그렇다.
1879년경 팔도 각지에서 온 여덟 명의 기생은 한양에서 수계(修禊) 모임을 갖고 우정을 기리는 시를 남겼다.
한시에 그려진 기생들의 우정은 한결 밝고 낭만적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조구치 겐지 감독의 영화 ‘게이샤’(원제 ‘기온바야시(祇園囃子)’·1953년)에선 기생처럼 특수한 신분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게이샤의 신산한 삶을 보여준다. 게이샤들이 오가는 골목 풍경은 공간의 깊이가 강조돼 그들의 폐쇄된 처지와 삶의 질곡을 암시한다. 게이샤들의 우의는 고민을 공유하는 어린 견습생 간에도 드러나지만, 선배 게이샤인 미요하루와 그의 보살핌을 받는 신세대 에이코와의 관계에서 더 잘 드러난다. 자신들의 처지를 잘 아는 미요하루는 기예와 웃음은 팔아도 자신을 팔지는 않겠다는 당돌한 에이코를 지켜주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한시에 그려진 기생들의 우정은 한결 밝고 낭만적이다. 팔선루에 모인 열다섯 살부터 스무 살 남짓한 기생들은 자신들이 의리는 친구와 같고 정은 형제와 같다고 자부하고(‘八仙樓集序’), 서로 떠나온 거리와 나이를 합쳐 동질감을 고취시켰다. 또 이백이 흠모했던 천모산 신선을 떠올리며 천상에서 내려온 여덟 선녀(八仙)로 자처했다.
제도적 질곡 아래서도 팔선루의 기생들은 연대 의식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를 긍정했다. 그들의 수계는 남성 문인을 흉내낸 것이지만 우정을 통해 고난과 불행에서 빠져나오려는 몸부림이기도 하다.(박영민) 그들의 시는 후일 모임의 막내 소운의 연인인 미산거사의 도움을 받아 ‘팔선루집(八仙樓集)’이란 시집으로 엮어진다. 기생들의 희귀한 모음 시집을 통해 그들만의 우정을 마주한다.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년 최저임금 9860원… 1만원 코앞서 속도조절
- 尹, 외국정상 최초로 美 핵잠수함 올라…“北, 핵 도발땐 종말”
- “北, 작년 가상자산 8800억 탈취…ICBM 30번 쏠 수 있어”
- [단독]檢, 김수현 前실장 기소…金, 보상 미비시 배임 문제 발생 인식
- 檢, 이재명 ‘7말 8초’ 조사 후 제3자 뇌물 영장 청구 전망
- 김남국, 상임위 중 코인 200번 이상 거래…거래액도 99억원 가량
- [단독]檢, ‘이화영 재판기록 유출 혐의’ 현근택 소환 조사
- “더 줄일 직원도 없는데…” 최저임금 인상에 소상공인들 ‘한숨’
- 경북 예천서 급류에 휩쓸린 실종된 해병대원 인양중
- 집중호우 사망자 46명·실종 4명…경북 사망자 2명 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