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 숨 참고 '밀수' 다이브, 잔혹한 바다의 위험한 유혹

강효진 기자 2023. 7. 1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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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수. 제공ㅣNEW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영화 '밀수'가 강렬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벌이는 목숨 건 밀수판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밀수'(감독 류승완)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범죄활극이다. 두 주인공 진숙(염정아)과 춘자(김혜수)를 중심으로 톡톡 튀는 캐릭터들이 얽히고설킨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70년대 어느 작은 바닷가 마을 군천에 화학 공장이 들어서면서 물질로 생계를 잇던 해녀들은 일자리를 잃는다. 해외 물건을 들여오는 것도, 사용하는 것도 죄가 되던 시절, 밀수 제안을 받은 해녀들은 던지기 수법으로 바다에 가라앉은 밀수품들을 건져올리며 생계 활로를 모색한다.

그러던 중 해녀들의 인생을 뒤흔들어놓는 비극적인 사건이 차례로 발생한다. 생계를 위해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여야만 했던 해녀 리더 진숙은 춘자와 함께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조인성)의 밀수 판에 뛰어든다. 이 과정에서 밀수 판에 엮인 모든 이들이 서로에게 속고, 서로를 속인다. 배신과 연대 사이, 물길의 주인이 되기 위해 목숨을 건 진숙과 춘자의 활약이 펼쳐진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다. 특히 춘자는 전형적이면서도 김혜수에게는 지금까지 본 적 없던 새로운 톤이다. 과감한 캐릭터 확장 시도는 반갑지만, 관객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몇몇 장면에서는 다소 과할 만큼 쨍하게 울리는 톤에 호불호가 있을 수도 있다. 고민시는 적재적소에서 코믹 포인트를 살리는 '조커' 역할을 해주고, 박정민은 극과 극으로 변주하는 캐릭터를 등에 업고 신나게 종횡무진한다. 조인성은 짧고 굵게 멋지다. 분량이 많지 않아도 내내 함께했던 것처럼 강렬하게 뇌리에 박힌다. 가성비가 내려오는 활약이다.

▲ 밀수 스틸. 제공ㅣNEW
▲ 밀수 스틸. 제공ㅣNEW

가장 난이도가 높아 보이는 캐릭터는 염정아가 맡은 진숙이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 사이 비극으로 기력을 잃은 채 극을 이끌어가야 하는 강단있는 인물이다. 날뛰는 주변 캐릭터들에 둘러싸인 채 배우의 존재감으로 중심을 잡고 뚜벅뚜벅 나아간다. 김종수가 맡은 계장 역은 영화를 보고 나면 느끼게 되는 '찰떡' 캐스팅이다. 이보다 더 과했거나, 덜 돋보였다면 영화의 계산을 빗나갈 뻔 했다. '범죄도시3'를 본 눈썰미 좋은 관객들이라면 계장 옆 '토모' 안세호의 새로운 모습도 반가울 것이다.

비주얼 포인트는 시원한 바다와 70년대 레트로 감성이다. 해녀들의 휘파람 소리와 함께 청량함이 묻어난다. 중간중간 다소 소리가 넘친다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영화를 꽉 채운 당대 히트곡 BGM이 그 시절 분위기를 조성하며 분위기를 돋운다. 곳곳에 널린 그 시절 소품과 등장인물들의 과감한 패션, 소소한 액세서리, 타투까지 눈여겨볼 포인트가 많다.

류승완 감독답게 액션은 빠질 수 없는 포인트다. 바다 안팎으로 인상적인 액션 신이 쏟아진다. 가장 강렬한 장면은 권 상사의 호텔 액션신과 해녀들의 수중 추격전이다. 권 상사는 호텔의 좁은 복도와 한정된 공간을 활용한 빠르고 치명적인 1대 다 액션으로 탄성을 자아낸다.

▲ 밀수 스틸. 제공ㅣNEW

수중 액션 신은 물 속에서 더 자유로운 해녀들의 특성을 반영했다. 유쾌한 해녀들의 팀워크를 엿볼 수 있다. 앞 뒤 옆 위 아래를 가리지 않는 공간 활용이 기존 액션 신과는 새로운 재미를 준다. 보고 있자니 숨이 가빠질 만큼 박진감 넘치면서도 후련하다. 포스터 어딘가 숨겨져 있겠지만 보이진 않는 '히든 캐릭터'의 쓰임도 인상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긴장감과 잔혹함, 묘한 통쾌함을 모두 자아내는 다용도 활약을 펼친다.

주의할 점은 15세 관람가 치고도 다소 잔혹함의 수위가 높다는 것. 핵심 액션 신 뿐 아니라 사건 빌드업 과정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바다의 비극이 비주얼로도, 심정적으로도 결코 낮지 않은 수위다. 그만큼 몰입도가 높다고도 볼 수 있지만, 인물의 감정에 함께 매몰되다 보면 웃어야 할 타이밍을 놓칠 수 있으니 충격을 재빨리 털어내길 권한다.

진숙과 춘자의 관계성에 무게추를 두고, '밀수'의 감성과 정취에 흠뻑 젖어, 서로를 속고 속이는 '꾼'들의 장단에 몸을 맡긴 채 엔딩까지 함께 달려간다면 후련하고 만족스러운 관람이 될 것이다.

오는 26일 개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1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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