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의 시선에 맞춘 인프라…걱정 없이 페달만 밟았다

김영미 여행작가 2023. 7. 19.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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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세계여행] 세계7대 사이클링코스 日 시마나미 카이도
인노시마대교는 이층 구조로 자동차는 위층을, 자전거는 아래층을 달린다.

일본의 세토내해에는 1,000여 개의 섬이 보석처럼 떠있다. 이 섬들과 섬을 잇는 다리와 해안도로를 이용한 바닷길은 대부분 자전거 라이딩이 가능하다. 이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코스는 토비시마 카이도Tobishima Kaido와 시마나미 카이도Shimanami Kaido 사이클링 코스이다.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시마나미 카이도는 자동차전용도로에 자전거도로를 병설한 발상도 신박하지만 자전거를 위한 배려심과 아름다운 경관은 CNN이 선정한 세계 7대 자전거 코스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일본의 세토내해는 일년 내내 날씨가 따뜻해서 자전거 타기엔 참 좋은 환경이다.

혼슈의 오나미치Onamichi와 시코쿠의 이마바리Imabari를 달리는 시마나미 카이도는 도로 곁으로 펼쳐지는 세토내해의 수천 개의 작은 섬들과 아름다운 바다가 어우러지는 풍경은 환상적이다.

여명 빛에 휩싸인 타타라대교. 타타라대교는 특히 일출이 아름답다.

CNN 선정 '세계 7대 사이클링코스'

혼슈의 오노미치에서 시작해 무카이시마섬Mukaishima Island, 인노시마섬Innoshima Island, 이쿠치섬Ikuchi Island, 오미시마섬Omishima Island, 하카타섬Hakata Island, 오시마oshima를 거쳐서 시코쿠의 이마바리를 연결하는 시마나미 카이도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아름답지만 시마나미 카이도를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바로 자전거 코스이다. 전체 거리는 약 70km. 사이클링 숙련자들은 3~4시간이면 완주할 수 있다.

그중 기본 코스가 파란색이고 난이도도 평범한 길이다. 파란색 코스에서 가장 어려운 구간은 이마바리 인근의 오시마 구간. 다른 섬은 산의 봉우리를 지나가는 산악 지형이 한 개인데 오시마에는 두 곳이나 있다. 남쪽인 이마바리에서 출발해서 북쪽으로 라이딩을 하면 뒤에서 바람이 불어서 바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어렵지 않은 코스이고, 이번 여행은 히로시마를 중심으로 계획했기 때문에 오노미치를 출발지로 정했다. 찬찬히 라이딩하고 싶은 마음에 1박 2일의 일정을 계획했다.

히로시마에서 기차로 도착한 오노미치는 일본 감성이 가득한 바닷가 마을이다. 작지만 유서 깊은 도시인데 시마나미 카이도로 더욱 유명해져서 자전거숍도 여러 곳 있다. 자전거 렌털뿐 아니라 점검도 용이하다. 우리가 잘 아는 오코노미야키가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역시 작은 식당에서 맛본 오코노미야키는 잊을 수 없는 맛이다.

시마나미 카이도를 라이딩하는 자전거는 평범한 일반 자전거가 대부분이다.

시내 중심에 있는 로프웨이를 타고 센코지공원 전망대에 오르면 오노미치뿐 아니라 시마나미 카이도가 있는 세토내해를 조망할 수 있다. 특히 일몰이 아름답다.

오노미치에서 무카이시마섬까지는 신오노미치대교ShinOnomichi Bridge를 건널 수 있지만 도로 폭이 좁고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을 뿐 아니라 교통량도 많기 때문에 페리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페리요금은 70~110엔. 소요시간은 5~10분이다. 페리마다 요금이 다르고 장소가 조금씩 차이가 난다.

페리에서 내리면 무카이시마섬이다. 시마나미 카이도 출발지점이 페리 선착장 바로 앞이다. 노면에 그려진 시마나미 카이도 블루라인만 따라가면 되어서 길 찾기도 쉽다. 본격적으로 라이딩을 시작한다. 한적한 작은 섬의 자전거길을 달리는 사람은 나뿐이다. 천천히 마을을 기웃거리다 보니 어느새 바다 곁을 라이딩하고 있다. 길은 참 평이하다. 파란 하늘과 파란 세토내해 바닷물을 만나니 나도 바다에 떠 있는 듯하다.

이쿠치섬의 세토다 해변에는 다양한 조형물들이 설치되어 있어서 라이딩의 즐거움을 더해 준다.
쿠루시마해협대교는 자전거 진입을 용이하게 해주기 위해 루프로 설계되었다. 자전거 라이더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안전을 위한 세심한 배려 그리고 인심

길가에는 귤이 가득 쌓여 있다. 귤을 망에 넣어서 팔고 있다. 안 그래도 무거운 자전거 가방에 귤을 한 망 사서 넣었다. 일본에선 과일이 너무 비싸서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었는데 한 망을 먹고 나면 이젠 과일 생각이 안 나려나?

첫 번째 다리인 인노시마대교 진입로로 들어서는 언덕길을 올라가고 있는데 반대편에서 오던 라이더가 자전거를 세우더니 인사한다. 그리고 브롬톤 탑 튜브를 가리키며 그걸 만들어서 판다며 휴대폰을 꺼내더니 자기가 만든 제품들을 보여 준다. 다양한 가방과 자전거 탑 튜브 그리고 안장가방까지 가죽제품이 참으로 다양하다. 브랜드 이름은 'Ledo Selo'란다. 자기 제품을 보여 주고 싶다며 집으로 초대했다. 나는 이마바리로 갔다가 이틀 후 다시 이곳을 지나간다고 했더니 전화하라고 번호를 알려준다.

시마나미 카이도를 이어주는 섬의 기후는 제주와 비슷해서 귤밭이 상당히 많다.

인노시마대교 입구에는 자전거와 보행자길이 따로 표시되어 있고 경사도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자전거 라이더를 위한 세심한 배려에 감사하다. 차량, 오토바이, 자전거, 보행자가 모두 각자의 길을 달리고 걸으니 사고가 날 가능성은 많이 줄겠다. 인노시마대교는 총거리 1,270m로 이층으로 되어 있고 자동차는 위층을, 자전거는 아래층을 달린다. 바다에 놓인 대교를 이렇게 편하게 건널 수 있다니! 참으로 신기하고 감사하다. 신박한 설계를 보니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너무 많다.

인노시마섬에는 귤밭이 상당히 많다. 제주와 기후가 비슷해서 이곳도 귤 농사가 잘되나보다. 아마도 무카이시마섬에서 샀던 귤도 인노시마섬에서 재배한 것은 아닐는지?

인노시마섬은 한때 지방 막부의 통제를 받지 않던 무라카미 해적이 거점으로 삼았던 곳으로 수군성에 가면 이들이 바다에서 활동하며 사용했던 무기, 갑옷과 유물을 볼 수 있다.

인노시마대교 진입로에서 펑크 난 타이어를 수리하고 있는 라이더. 타이어 펑크 수리에 필요한 도구는 항상 휴대하고 다닌다고 한다.

이쿠치섬으로 들어가기 전에 점심식사를 할 만한 식당을 찾아보았지만 아직 휴가철이 아니어서인지 대부분 휴업 중이다. 먼 길을 갈 때는 일단 배가 든든해야 한다는 내 철칙을 지켜야 해서 더 늦기 전에 식당을 열심히 찾았다. 다행히 이쿠치교가 보이는 오마카세 전문 식당에서 아주 근사한 점심식사를 즐겼다.

두 번째 다리인 이쿠치교는 길이 790m에 불과한 사장교. 인노시마대교와는 달리 자전거도로에서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이쿠치교를 내려와서 바닷가로 달리는데 진한 핑크빛 무대가 보인다. 무엇인지 궁금해서 가까이 가보니 길바닥에 동백꽃이 가득 떨어져 있다.

이쿠치섬의 세토다Setoda 비치는 노을이 유명한데 너무 일찍 도착해 노을은 보지 못하고 타타라대교로 향한다. 이쿠치섬은 일본에서 레몬이 처음 재배된 곳이다. 거리엔 레몬 조형물이 무척 많다.

시마나미 카이도의 다리 중에서도 특히 아름답기로 유명한 타타라대교는 일출이 멋지다. 타타라대교는 총길이 1,480m의 사장교. 다리의 주탑 아래에서 효오시기拍子木를 두드리면 소리가 반사하면서 하늘에 올라가는 신기한 현상인 '타타라 우는 용多々羅鳴き龍'을 체험할 수 있다. 효오시기 대신 손바닥을 쳤는데도 소리가 울려 아이처럼 신기해서 몇 번이나 손바닥을 쳤다.

조금 더 가니 시코쿠 에히메와 혼슈 히로시마의 경계선이다. 타타라대교 중간에는 휴식장소도 있다.

진한 핑크빛 동백꽃이 이쿠치섬의 길가에 가득하다.

너무 청결했던 라이더 숙소

타타라대교를 건너 숙소인 아이링크 호스텔앤카페에 도착. 라이더들을 위한 전문숙소이다. 철저하게 사적인 공간이 보장되고 모든 공간이 너무나 청결하다. 개인실에는 벽에 자전거도 걸어놓을 수 있다. 비용도 비싸지 않고 영어를 하는 스태프들이 있어서 도움받기도 편하다. 그런데 지금은 비수기여서 손님은 단 2명뿐이라 스태프가 더 많다.

자전거 타고 5분 거리에 천연 온천이 있는데 무척 저렴하다. 노천탕도 있다.

1박을 예약하고 갔는데 저녁에 일본 현지 라이더랑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마바리에서 오노미치로 돌아갈 때 버스를 이용하려던 계획을 자전거 왕복으로 수정하면서 이곳 숙박도 2박으로 변경했다. 후쿠오카에 산다는 현지 라이더는 규슈에서 자전거 타기 좋은 길도 소개해 주고 규슈 여행에 대한 전반적인 일정을 짜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여행지에서 만난 여행자에게서 받는 정보는 언제나 알차고 생생하다.

이쿠치섬에 있는 레몬의자 쉼터. 타타라대교를 조망하기에 좋은 장소이다.

다음날 새벽, 다시 돌아올 것이라 오늘 라이딩에 필요한 소지품만 챙기니 자전거 페달링이 참 편하다. 환상적인 타타라대교의 일출을 보기 위해 어둠 속에서 숙소를 출발한다. 타타라대교 전망데크에 도착하니 세상이 오렌지빛이다. 살짝 흥분을 하면서 기다렸지만 수평선 너머의 태양은 구름 속에서 나오질 않는다.

오미시마섬은 가장 큰 섬이지만 거리는 길지 않아서 비교적 수월하게 새벽 라이딩을 즐겼다. 이곳도 곳곳에 감귤 밭이 있다, 섬 중앙을 지나는 난이도가 조금 높은 코스도 있어서 시간 여유가 있으면 즐겨도 좋겠다.

유일하게 아치형 다리인 오미시마교를 지나니 하카타오시마대교까지는 불과 5km이다. 오시마는 소금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유명하다. 그리고 세토내해국립공원이 있어서 시간 여유가 있다면 자전거는 잠시 세워두고 산책하면 좋다. 오시마섬의 코스는 17km로 가장 길고 험난한 루트이다. 이 코스는 라이딩 내내 전형적인 일본 어촌의 시골 풍광을 선물한다.

시마나미 카이도 종착지인 이마바리 사이클 스테이션. 자전거 렌털과 정비가 가능하고 관광정보도 얻을 수 있다.

쿠루시마해협대교Kurushima-Kaikyo Bridge는 3개의 현수교가 이어져 있고 전체 길이는 약 4km. 올라가는 입구의 루프가 참 신기하다. 달팽이관처럼 한 바퀴 돈 후 다리 입구에 도착한다. 쿠루시마해협대교가 높아서 자전거 진입을 용이하게 해주기 위한 설계인 듯하다. 그 루프 안을 일사불란하게 이동하는 라이더들의 움직임은 예술적이다. 달팽이 루프를 타고 올라오는 라이더들을 구경하느라 한참을 이동하지 못했다. 너무 아름답다.

쿠루시마해협대교의 가장 높은 곳은 해수면에서부터 높이가 65m에 달한다고 한다. 이마바리 항구에 선적해 놓은 컨테이너들이 마치 레고 장난감처럼 보인다.

제3대교를 건너는 곳에는 우마섬Uma Island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물론 자전거와 함께 탈 수 있다. 여행을 조금 더 다양하게 즐기고 싶다면 섬에 내려가 보는 것도 좋다. 쿠루시마해협대교를 건너면 선라이즈 이토야마Sunrise Itoyama이다. 선라이즈 이토야마는 시마나미 카이도 라이더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시설로 쿠루시마해협대교를 조망하기에도 멋진 곳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숙박도 할 수 있고 헬멧과 잠금장치 등도 대여 가능하고 다양한 자전거 용품도 판다.

오노미치의 센코지공원 전망대에 오르면 오노미치뿐 아니라 시마나미 카이도가 있는 세토내해를 조망할 수 있다.

드디어 종착지인 이마바리역 앞 이마바리 사이클 스테이션에 도착했다. 지도를 보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세토내해의 6개의 섬과 6개의 다리를 건너온 길들의 풍경이 스쳐지나간다.

이마바리 사이클 스테이션에서는 자전거 렌털과 정비가 가능하고 관광정보도 얻을 수 있다. 렌털용 자전거도 무척 많다. 시마나미 카이도만 라이딩할 생각이라면 구태여 한국에서부터 자전거를 가지고 올 필요도 없어 보인다.

다시 숙소인 아이링크 호스텔앤카페로 돌아가는 거리가 30여 km인데 몸은 참 가볍다. 아마도 시마나미 카이도를 완주했다는 성취감 덕분은 아닐는지.

자전거가 삶이자 생활인 그들

쿠루시마해협대교에서 자전거를 타는 가족을 만났다. 바람도 엄청 심한데 바다에 놓인 다리를 어린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 타고 건너는 것은 우리로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모두 그냥 집에서 타는 일반 자전거이다. 아기 엄마들은 앞에 베이비시트가 부착된 자전거를 타고 있다. 이런 차림새로 이런 길을? 한국이라면 어떠했을까? 인사를 나누고 쿠루시마해협대교를 함께 건넜다.

이들이 바다에 놓인 길이 4km나 되는 다리를 건너서 간 곳은 우리로 치면 주말장터 같은 곳이다. 임시식당으로 천막을 친 곳에서 해산물과 고기를 주문해서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대부분 가족 단위로 주말 외식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다. 아기와 함께 자전거를 탄 가족들도 이곳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아기들까지 있는데 차를 이용하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바다를 건넌다? 나라면? 많은 생각을 했다.

숙소에 돌아와 온천욕으로 피로를 풀고 나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내일 가야 할 길이 있지만 코스도 거리도 전혀 부담이 없다.

시마나미 카이도 자전거도로 개념도

오노미치로 돌아가는 길에 이틀 전 길에서 만났던 라이더에게 연락을 했다. 그와 함께 그의 집으로 가니 부인이 무척 반겨준다.

가죽제품을 만드는 그는 공방을 차리고도 남을 만큼 장비가 갖추어져 있다. 직업이 아니고 취미란다. 그의 나이는 66세, 그의 부인은 64세. 은퇴 후 각자 좋아하는 것을 하면 살아간단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갑자기 그가 작업 준비를 한다. 나에게 줄 소품을 고르고 거기에 나한테 기념될 만한 글을 각인한다. 시마나미라는 글자와 자전거, 내 이름까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선물을 받았다. 길에 나서니 이런 멋진 행운이 기다리고 있다.

2박3일간 시마나미 카이도 라이딩을 마치고 오노미치에 안착했다. 6개의 섬을 구석구석 돌아보려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와야 할 것 같다. 다시 갈 수 있다면 2~3일 정도의 일정으로 블루라인을 벗어나 섬마다의 특별한 문화를 느끼고 자연을 좀 더 가까이에서 접하고 싶다.

info

2024년 3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자전거통행료 무료

▶오노미치로 가는 방법

신간센으로 신오노미치로 이동한 후에 버스 또는 택시로 오노미치로 이동.

신간센으로 후쿠야마Fukuyama까지 이동하고 후쿠야마에서 JR로 오노미치로 이동

▶이마바리 가는 방법

JR로 마쓰야마Matsuyama에서 이마바리 이동

월간산 7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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