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린 곳 또 때린 '물폭탄'…수해 대책은 매번 구호에 그쳤다

최해련 2023. 7. 1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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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들 각자도생에 수해 반복
전문가 "'위험평가' 철처히 해야"
사진=연합뉴스


올 여름 집중호우로 충북 지역에서만 사망자가 17명이 나왔다. 그중 14명은 지난 15일 오전 8시40분께 물폭탄이 내린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숨졌다. 사고는 인근 미호천이 범람해 2~3분안에 6t가량의 하천물이 도로에 퍼부으면서 발생했다. 사고 발생 4시간 전 금강하천통제소가 관할 구청인 흥덕구청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안내했지만 도로 통제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관재’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017년, 2020년에 이어 내리 똑같은 지역에 내린 폭우는 올해도 어김없이 인명과 재산 피해를 안겼다. 수해 때마다 정부와 지자체가 호들갑을 떨며 내놓은 대책은 구호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할퀸 데 또 할퀴는 자연재해

집중호우로 물에 잠긴 청주의 한 건물. 사진=독자 제공


18일 기상청에 따르면 충북 청주는 지난 9일부터 일주일간 누적 강수량 563.5㎜를 기록했다. 충남 청양(642㎜), 충남 공주(638.5㎜), 세종(598.5㎜)에 이어 가장 많은 비가 내린 지역이다. 피해도 컸다. 이날 오전 11시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발표에 따르면 이번 장마기간 홍수와 산사태 등으로 사망한 41명 중 17명은 충북에서 나왔다. 

청주 서평리 주민 이상식 씨(73)는 “몇 년 전에도 흥덕구 지웰시티랑 근처 롯데아울렛이 잠겼는데 그때와 달라진 게 없다”며 하소연했다. 이 씨는 올해도 물이 집 대문까지 들어차 비가 세차게 오던 지난 15일 인근 오송중학교로 대피해야 했다. 

2017년, 2020년에 이어 날짜까지 엇비슷한 시기에 해당 지역에 수해가 발생해 안타까움은 커진다. 

2017년 7월 16일에도 청주에는 시간당 86.2㎜의 강한 비가 쏟아졌다. 이날 청주에 내린 하루 강수량은 290.2㎜였다. 당시에도 일기예보 상에는 시간당 최대 40~50㎜의 비가 전망됐지만 장마전선이 청주에 지속해 머물면서 큰 피해를 냈다. 당시 물난리로 청주에서만 2명이 숨지고 22명이 다쳤다.

54일간 장마가 이어진 2020년 충북에는 비 851㎜가 쏟아졌다. 8월 3일 미호천 상류인 진천과 음성에는 140~190㎜의 비가 내리면서 금강홍수통제소는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다. 잇단 장마에도 청주시는 재해 및 재난 예방 예산을 2020년 42억3565만원에서 올해 33억2585만원으로 삭감했다. 

구호에 그친 정부 정책

사진=연합뉴스


지하차도 참사도 되풀이되고 있다.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와 비슷한 사고는 2020년 부산 동구 초량 1지하차도와 2022년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도 있었다.

부산 동구 초량1지하차도 침수사고 당시 차량 7대가 물에 잠기고 3명이 사망했다.

사고 직후 행정안전부는 △집중호우 관련 자동차단시설 구축 △원격 차단 등 관련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산 동구청은 참사 이후 수동 차단기를 설치했고 내부를 감시할 수 있는 폐쇄회로(CCTV)를 늘렸다.

그러나 2년 후 포항서 침수사고가 반복됐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로까지 대책이 확산되지 않은 것이다. 태풍 힌남노가 지역에 강타하면서 냉천이 범람해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침수됐다. 주민 7명이 차를 빼내려다 사망했다.

올해 청주 오송 사고 현장서는 지하차도에 자동차단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차도 안에 있던 배수펌프 4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한다.

충북도청은 올 6월 행정안전부로부터 7억 원을 교부받아 오는 8월까지 준공 처리를 완료해 자동차단기를 도입할 계획이었다. 자동차단기는 행정안전부가 정한 위험등급 중 2등급 이상 도로에만 설치되는 시설이다. 그러나 사고가 난 궁평2지하차도는 행정안전부가 정한 위험등급 중 가장 낮은 3등급 시설이어서 예산 교부가 늦어졌다는 게 충북도 측의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삽시간에 물이 들어차는 지하공간 특성상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재난방지시설을 철저히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종수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도시계획 단계서부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위험평가를 철저히 시행해야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침수대책 관련 법안이 없는 건 아니다. 이날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태풍 힌남노 이후 현재까지 계류된 침수 관련 대책 법안은 최소 12건에 달한다. 다만 대다수의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한 두 차례 논의된 끝에 방치된 상황이다. 

최근 국회선 최춘식(국힘·경기 포천) 의원이 발의한 침수예방법안 제정이 논의되고 있다. 최 의원이 대표발의한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은 지하차도가 침수될 우려를 고려해 재난안전관리 당국(시도지사·군수·구청장)이 인근 제방 안전관리, 사전 교통 통제, 배수펌프 설치와 작동점검 등에 관한 계획를 의무적으로 수립해 이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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