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적 템포가 필수? 최고의 OST는 지휘자 해석이 만들죠”

김미주 기자 2023. 7. 18. 03: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음악 세미나

- 센텀시티 영상벤처센터 초청
- LA 지휘자 앤젤 벨레즈 강연
- 전국 70명 북적 ‘뜨거운 관심’
- “소리 일으킬 때만 봉 휘둘러라”
- 후배 음악인에게 노하우 선사

미국 할리우드 영화음악 지휘자 앤젤 벨레즈(Angel Velez)가 부산을 찾아 지역 음악인들을 위한 마스터클래스를 열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전국에서 모여든 70여 명의 참석자들은 그의 지휘 철학과 음악에 대해 귀를 기울였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음악 지휘법 세미나인 ‘LAFCI’ 공동창립자이자 현역 지휘자인 앤젤 벨레즈(가운데)가 영화음악 지휘법을 알려주고 있다. 김미주 기자


지난 11일 부산영상벤처센터(해운대구 센텀시티) 컨퍼런스홀에서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음악 지휘법 세미나인 ‘LAFCI’(Los Angeles Film Conducting Initiative)가 열렸다. 이 행사는 LAFCI의 2025년 부산 개최를 위해 노력한 세 명의 작곡가에 의해 처음 성사됐다. 앤젤 벨레즈는 영화 ‘캡틴 마블’ ‘스타워즈:클론전쟁’ 등 대형 프로젝트를 담당한 현역 지휘자로, LAFCI 공동 창립자다. 매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영화음악 지휘법을 중심으로 영화음악 제작 과정 전반에 관해 강연하며, 5년에 한 번씩 각국에서 영화음악 연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이날 세미나에는 부산뿐만 아니라 서울 대구 등에서 찾아온 영화음악 작곡가 등 음악인 70여 명이 강의실을 가득 채워 열기를 증명했다.

“부산 방문은 처음”이라고 말을 꺼낸 앤젤 벨레즈는 지휘자로서 영화음악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와 신뢰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직접 스카이다이빙한 사진을 공유하며 “도전을 앞두고 무척 겁이 났다. 그러나 다른 사람 도움 없이 직접 뛰어내려야 했다”며 “이처럼 누군가에게 떠밀리지 않고 직접 (하늘에서) 뛰어내리는 자세로 무대에 매번 임하면 연주자들도 지휘자를 믿고 따라온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음악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이 따로 놀면 감동이 깨진다. 싱크로율이 맞지 않아서다”며 “‘타이타닉’의 아름다운 로맨스 장면에서 긴박한 분위기의 ‘죠스’ OST가 나온다고 상상해 보라. 몰입도가 크게 깨질 것”이라고 말했다.

영상과 싱크로율을 맞추기 위해 영화음악의 타이밍을 계산하는 도구들의 변천사도 흥미로웠다. 초기에는 악보의 마디마다 1.84초 3.67초 같은 방식으로 영상의 시간을 일일이 체크해 지휘자가 가늠해야 했다. 이후 정확한 타이밍을 위해 필름을 이어 붙인 흰 선으로 음악의 시작점을 알 수 있는 ‘PUNCHES & STREAMERS’, 소리로 정확한 박자를 알려주는 메트로놈과 비슷한 ‘UREI CLICKS’ 등이 등장했다. 그는 흰 선에서 벗어나 초록(재생) 빨강(정지) 등 색상 선으로 타이밍을 잴 수 있는 작곡가들의 공통된 약속 같은 기능도 알려줬다. 타이밍과 템포 등이 빼곡히 기록된 자신의 악보도 공개했다.

앤젤 벨레즈는 “몰입감을 느끼기 위해 영상 속 정확한 박자에 시작하는 영화음악은 필수”라면서도 “기계적 템포가 아닌 지휘자-오케스트라만의 해석이 때론 영상과 더 어울릴 때도 있다. 무엇이 더 중요시돼야 하는지는 우리가 늘 생각해 봐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강연 이후에는 참가자 중 3명을 무대로 불러 직접 영화음악 지휘법을 알려줬다. 앤젤 벨레즈는 “소리를 일으킬 때만 지휘봉을 휘둘러라” “지휘자가 성급하면 오케스트라도 빨라진다” 등 꿀팁을 아낌없이 알려줬다. 이어진 Q&A 시간에서는 현업에 있는 국내 영화음악 관계자들에 지휘 선배이자 인생 선배로서 진솔한 이야기를 건넸다. 세미나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끝이 났다. 강연을 마친 앤젤 벨레즈는 “부산과 할리우드가 영화음악으로 이렇게 연결돼 뜻깊다. 참석자들의 열정이 느껴져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이날 세미나는 엔씨소프트 제작 온라인게임 ‘길드워2:엔드오프드래곤즈’ 작곡 등에 참여한 작곡가 마이클 최가 처음 제안했고, 부산 영화음악계에서 주목받는 신예 작곡가 안후윤, 부마민주항쟁을 주제로 한 창작 뮤지컬 ‘1979:부마, 그 촛불의 시작’ 수록곡 34곡 등을 작곡한 부산 활동 뮤지컬 작곡가 강현민(활동명 강유)이 뜻을 모아 성사됐다.

강현민 작곡가는 “LAFCI 시범행사가 부산에서 열려 지역 활동 작곡가로서 기대가 크다. 영화음악 작곡가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속한 도담앙상블을 주축으로 부산에서 활동하는 연주자들을 섭외해 LAFCI 프로젝트 오케스트라를 구성했다. 오케스트라는 이날 앤젤 벨레즈와 호흡을 맞췄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