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명 사망'한 공주 "30년 만에 이런 침수 처음"

유혜인 기자 2023. 7. 1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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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이런 침수는 처음 있는 일이에요. 양수기로 종일 물 빼내고 있어요."

17일 점심쯤 찾은 충남 공주시 옥룡동에 위치한 금강빌라에서 만난 주민 김모(60대) 씨는 분주한 손을 놀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 씨는 "공주에서 여기가 제일 지대가 낮다. 성인 남성 머리까지 물이 차올라 집이 다 잠겼었다"며 "어머니가 거동이 불편하셔서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니시는데 그게 다 침수됐다. 내 차는 말할 것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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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기에 일손까지 부족…자원봉사자 300여 명
전기 끊겨 엘리베이터, 전화기, 텔레비전 등 안 돼
석장리 발굴지 침수 "구석기 유적 다른 곳으로 옮겨"
17일 찾은 충남 공주시 옥룡동 금강빌라 주민들이 양수기로 침수된 지하실 물을 빼는 등 복구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김영태 기자

"30년 넘게 이런 침수는 처음 있는 일이에요. 양수기로 종일 물 빼내고 있어요."

17일 점심쯤 찾은 충남 공주시 옥룡동에 위치한 금강빌라에서 만난 주민 김모(60대) 씨는 분주한 손을 놀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점심도 거르고 마을 곳곳에 쌓인 토사물과 쓰레기를 치우는 중이었다. 점심시간임에도 금강빌라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은 동네를 정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김 씨는 "15일 새벽에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삽시간에 물이 차올랐다. 물이 얼마나 많으면 양수기를 9개나 썼는데도 아직 물을 다 퍼내지 못했다"며 "일손도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군인들도 온다고 하겠냐. 투입된 자원봉사자가 300여 명이라고 하더라"고 한숨을 쉬었다.

금강빌라는 이번 침수 피해로 전기 배선에도 문제가 생겼다. 텔레비전과 유선전화, 엘리베이터 등 전기를 사용하는 기기들이 먹통이 됐다. 1층에 놓여 있던 에어컨 실외기는 이번 집중 호우로 넘어지거나 뒤집혀 작동을 멈췄다.

32년째 이곳에 거주하고 있다는 최모(80대) 씨는 "비 맞아서 전기 배선에 문제가 생긴 건지 엘리베이터도 작동하지 않고 텔레비전도 안 된다. 차단기 전체를 바꿔야 한다더라"라며 "전기에 감전될 수도 있어 한국전기안전공사에서 사람이 나와서 같이 정비를 나선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팡이 대신 길이가 긴 우산을 짚고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나는 우산이라도 짚고 다니는데, 여기 움직이기 불편한 다른 노인들은 꼼짝없이 집에 고립된 상태"라고 혀를 찼다.

인근 주택가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옥룡동에서 나고 자랐다는 오 모(50대) 씨는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대화하는 내내 흙탕물로 범벅이 된 전동 휠체어 곳곳을 닦았다.

오 씨는 "공주에서 여기가 제일 지대가 낮다. 성인 남성 머리까지 물이 차올라 집이 다 잠겼었다"며 "어머니가 거동이 불편하셔서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니시는데 그게 다 침수됐다. 내 차는 말할 것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17일 찾은 충남 공주시 석장리 박물관에는 수해 복구 작업으로 인한 임시 휴관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김영태 기자

오후 3시. 우리나라 처음으로 구석기 유적이 발견된 석장리 박물관은 '수해 복구작업으로 임시휴관합니다'라고 적힌 큰 현수막이 입구에 나붙었다. 지난 토요일 발굴지까지 물이 차올라 직원들이 비상 대기를 한 가운데 비가 더 온다는 일기 예보 탓에 또 침수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시 한쪽에서는 금강이 넘치고 또 한쪽에서는 석장천이 범람해 박물관 주차장까지도 물이 찼던 때다.

최명진 석장리 박물관 관장은 "높이별로 1-3단으로 마련된 발굴지가 2단까지 차올랐었다"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주요 유물을 수장고 꼭대기에 올려놓는 등 대피를 시켰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흘간 내린 장대비로 남성 1명이 호우에 떠내려가고, 삶의 터전을 잃는 등 공주 시민들은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이번 주 수요일까지 충남 이남 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린다는 소식에 시민들의 눈물, 땀과 함께 걱정도 하염없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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