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는 지하차도 통제 요청 뭉개고...충북도는 행복청에 책임 미루고

신정훈 기자 2023. 7. 17.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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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90여 명 규모 수사본부 꾸려
17일 무너진 제방부터 현장감식
지난 15일 육군 특수전사령부 13특수임무여단 장병들이 소방요원들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리 지하차도에서 실종자 수색작전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교통통제만 미리 이뤄졌어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결과를 낳아놓고도 이 도로를 관할하는 충북도와 청주시 등 관련 기관들은 서로 책임을 미루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사고의 원인과 경위를 조사해 책임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주시, 홍수 위험 알고도 묵살

청주시 한 관계자는 17일 “구청으로부터 홍수 위험 사실을 통보받아 관련 부서와 상의했으나 미호강 인근이 논밭이어서 주민대피 명령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청주시 흥덕구청은 사고 당일인 15일 오전 6시34분쯤 금강홍수통제소로부터 ‘미호천교가 심각 단계에 도달했다. 계획홍수위(제방이 버틸 수 있는 한계수위)를 대비해 지자체 매뉴얼대로 통제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흥덕구청은 이 내용을 같은 날 오전 6시36분 청주시 하천과에, 오전 6시39분쯤 청주시 안전정책과에 각각 전달했다. 하지만 청주시는 이 내용을 오송 지하차도를 관리하는 충북도로관리사업소에 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청주시는 또 소방당국의 요청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고 당일 오전 7시 51분쯤 “미호강 제방이 유실될 것 같다”는 민원인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소방대원들은 오전 8시 3분쯤 현장에 도착해 “제방 둑이 무너져 미호강이 범람하고 있다”고 상황실에 보고했다. 상황실은 이 사실을 청주시 당직실에 전달했지만, 청주시는 도로 관리주체인 충북도에 통보하지 않았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 관련해 브리핑을 하는 이우종 충북도 행정부지사. /충북도

◇충북도 “행복청 둑 공사가 문제”

지하차도 관리를 맡고 있는 충북도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1차 책임을 주장하고 있다. 미호천교의 임시 제방을 제대로 쌓지 않아 사고를 유발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행복청은 “제방은 설계빈도 100년 계획홍수위(28.78m)보다 0.96m 높게 교량 하부까지 최대한으로 축조했다”며 “사고 당일 제방에 흙을 돋운것은 유례 없는 폭우로 월류가 우려돼 보강작업을 한 것 뿐”이라고 했다.

행정안전부는 2019년 전국의 위험지하차도 145곳을 세 등급으로 분류해 ‘호우경보’ 등이 발령되면 곧바로 통제하도록 했다. 사고가 난 궁평2지하차도는 3등급으로 호우경보 시 통제를 해야 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도 매뉴얼에는 지하차도 중앙이 50㎝가 잠겨야 도로를 통제하게 돼 있다”고 했다. 하지만 충북도 매뉴얼은 행안부 기준이 마련되기 이전인 2017년 5월 만들어졌고, ‘50㎝' 관련 기준은 있지도 않았다.

이에 청주시도로관리사업소 관계자는 “한글파일로 된 ‘상습 지하차도 점검표’를 2021년 6월 만들었고 이를 자체 지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승용차 바퀴 반 정도 높이인 50cm를 기준으로 교통 통제 기준을 정했는데 그 이상이면 통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수사본부 꾸린 경찰 “책임 규명해야”

경찰은 관련 기관 모두를 수사 대상에 올릴 전망이다. 충북경찰청은 17일 송영호 수사부장(경무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전담 수사본부를 꾸리고 수사관 88명을 배치됐다.

경찰은 미호강 홍수 경보에도 궁평2지하차도의 교통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경위와 이유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홍수경보를 발령한 금강홍수통제소, 지하도로 관리 주체인 충북도, 통제 요구에도 조치하지 않은 청주시와 흥덕구청 등을 두루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미호강 제방 유실에 대해서도 수사할 계획이다. 이 지역 주민들은 미호천교 확장 공사 때문에 임시로 만든 제방이 흙으로 만들어져 제 기능을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하차도와 제방관리 등을 소홀히 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관련 기관 관계자들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17일 오전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의 직접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미호천 제방에서 합동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신정훈 기자

◇무너진 제방부터 현장감식

경찰은 이날 지하차도 수색과 함께 무너진 임시 제방 일대에 대한 현장감식을 진행했다. 현장감식에는 충북도경찰청 과학수사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토목 전공 교수, 금강유역환경청, 소방청 등 관계자 20여 명이 참여했다.

충북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구조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아 제방에 대한 현장감식을 먼저 진행했다”며 “지하차도에 대해서는 수색이 마무리되는 대로 감식과 수사를 본격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조정실도 이번 사고와 관련한 원인 규명을 위한 감찰에 착수했다. 국무조정실은 ‘오송읍 주민 긴급대피’와 ‘궁평지하차도 긴급통제’를 요청하는 112 신고가 각각 한 차례씩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편 궁평2지하차도에서 침수된 차량은 당초 알려졌던 15대에서 2대 늘어난 17대로 확인됐고 17일 시신 5구가 추가로 발견되면서 수색작업은 완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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