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헤븐 뮤비·친절한 금자씨 소환···광고시장 강타한 'Y2K 감성'

박시진 기자 2023. 7. 1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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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헤이딜러·코오롱몰 광고 등
옛 영화·영상 오마주·클리셰 접목
어디선가 본 장면으로 관심 유도
패션·식품 등 유통업계 전반 확산
중장년엔 향수·2030엔 호기심 불러
[서울경제]

#배우 한소희가 나무 위에 누워 있다 비닐로 덮이는 차를 한 대 발견한다. 이후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된 차들을 한 대 씩 확인하며 그 차를 찾는다. 이윽고 그 차를 발견하고는 본네트 위에 눕는다. “숨길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거든. 중고차야 미안 네 과거를 다 봐버렸어.”라는 문고가 뜨며 광고가 끝난다.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 ‘헤어질 결심’에 나온 장면을 오마주한 이 영상은 ‘중고차 숨은 이력 찾기' 헤이딜러 광고다.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지자 배우 김원훈과 주현영이 청재킷을 함께 뒤집어 쓰고 빗 속을 뛰어간다. 대학 건물 초입에 도착하자 멀쩡해 보이던 주현영이 갑자기 쓰러진다. 이후 병원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으며 둘은 웨딩숍으로 달려간다.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던 중 주현영이 숨을 거둔다. 배경 음악으로 2000년에 큰 인기를 끌었던 가수 조성모의 노래 ‘투 헤븐(To Heaven)’이 흐른다. ‘트렌디한 Y2K 패션까지 코오롱(002020)몰’이라는 문구가 나오며 영상에 모델들이 입고 등장했던 헤드폰, 집게 핀, 긴 청 치마, 가죽자켓 등의 소개가 나온다. 코오롱몰이 최근 선보인 뮤직비디오 광고다.

이른바 ‘세기말(Y2K) 스타일’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최근 큰 인기를 끌며 광고계에서도 과거 유명했던 영화나 드라마, 영상을 오마주하거나 상투적 표현(클리셰)으로 접목하는 기법이 유행하고 있다. 익숙함을 바탕으로 중장년층 고객들에게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한편 젊은 층에게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헤이딜러의 ‘중고차 숨은이력 찾기’ 광고 유튜브 누적 조회수는 최근 450만건을 상회했다. 박찬욱 감독과 한소희를 인터뷰한 메이킹 필름 영상의 조회수도 80만건을 넘기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헤이딜러 광고는 박 감독의 ‘헤어질 결심(2022)’, ‘박쥐(2009)', ‘친절한 금자씨(2005)’, ‘올드보이(2003)’ 등 4편의 작품 속 장면들이 숨어 있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금자(이영애)의 딸이 나무에 누워있던 장면,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송서래(탕웨이)가 잠복중인 장해준(박해일)의 차를 살피는 장면 등 박찬욱 감독의 팬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장면들을 광고 콘셉트에 맞게 오마주했다.

Y2K 패션 트렌드를 메인 콘셉트로 연출한 코오롱몰의 광고 역시 2000년대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클리셰가 연이어 등장한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추격전과 총격 장면, 맑은 하늘에 갑자기 쏟아지는 비, 멀쩡했던 여자 주인공의 시한부 선고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요소들을 활용해 뮤직비디오 포맷의 간접광고(PPL) 영상으로 만들어진 이번 광고는 X세대의 추억 뿐 아니라 2030세대의 호기심까지 자극한다.

과거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광고는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영화 ‘나홀로집에’에서 모티브를 얻은 ‘Home Not Alone’ 광고를 선보였다. 해당 광고에 어린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적용된 모니터로 게임을 하고, 영상을 보며 도둑들을 물리친다. 또 GS(078930)칼텍스는 슬램덩크에서 강백호와 서태웅이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장면을 담아 ‘너는 나의 윤활유, 킥스(Kixx)’ 광고를 공개했다. 구찌는 스탠리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아이즈 와이드샷’ 등을 오마주해 광고로 선보였다.

제일기획(030000) 관계자는 “광고에 오마주, 패러디, 클리셰 등의 기법을 차용하는 것은 쉽게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어 효과적"이라면서도 "원작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것을 경계하고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잘 녹여내기 위해서는 오마주할 장면이나 스토리를 선정할 때 브랜드나 제품과의 관련성을 심도있게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Y2K 열풍은 광고 뿐 아니라 패션을 비롯해 식품 등 유통업계 전반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1990년대 시대를 강타했던 Y2K스타일이 재유행하는 것은 기성세대에게는 추억과 향수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게는 새롭고 트렌디한 스타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과거 ‘노는 언니’들의 단골 아이템이었던 데님재킷, 곱창밴드, 두건 헤어 스타일부터 부츠컷 청바지, 오버사이즈 재킷, 크롭톱 등 레트로한 아이템이 회귀했다. 식품업계에서도 추억의 크림빵, 크림맥주가 다시 드고 Y2K 패션으로 주목 받은 아이돌그룹 뉴진스가 ‘핫한’ 광고 모델로 주목 받고 있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새 천년에 대한 불안과 기대가 공존했던 과거와 팬데믹 속에서 불안과 희망을 동시에 느끼는 현재 상황이 비슷해 Y2K 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시진 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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