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사기·조건만남…지능화된 소년 범죄[가출, 그 이후③]

정진형 기자 2023. 7.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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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사기 뒤 또래 통해 돈세탁
가출 청소년 등치는 '벽돌깨기'도
코로나19 때 무인점포 털이 기승
성매수남 습격해 갈취하는 '각목'
재범률 30%…"경찰 적극 개입을"
[서울=뉴시스] '가출팸'에 합류한 가정 밖 청소년들의 범죄가 점차 지능화되고 있다.


[서울=뉴시스]정진형 홍연우 기자 = #1. 친구가 가출 청소년들에게 폭행당한 일을 신고한 A(15)군은 지난해 4월 사건을 접수했다며 경찰차를 보내줄 테니 현재 위치를 알려달라는 '경찰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하지만 약속 장소에 나타난 것은 신고한 A군을 위협하려고 경찰관을 사칭한 가출 청소년들이었다.

'가출팸'에 합류한 가정 밖 청소년들의 범죄가 점차 지능화되고 있다. 단순한 폭행 갈취를 넘어 계획을 세우고 역할을 나눠 대담한 사기 범행을 벌이는 것이다.

17일 부경대 산학협력단이 경찰청 의뢰로 작성한 '가출팸·폭력서클 실태조사 및 대응방안'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가출 청소년들이 돈을 구하려고 가장 흔히 시도하는 범죄는 '인터넷 사기'로 나타났다.

중고나라, 당근마켓 등에 또래들이 선호하는 에어팟, 브랜드 운동화, 준명품 의류 등을 저렴하게 파는 것처럼 글을 올린 뒤 계좌로 선입금을 받은 뒤 물건을 보내지 않는 수법이 대부분이었다.

나아가 불법적으로 모은 돈의 압류나 몰수를 피하기 위해 자신보다 어린 청소년들을 이용해 '돈세탁'을 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연구진의 인터뷰에 응한 한 가출 청소년은 "보통 계좌 묶이면 골치 아파지니까 현금으로 들고다니긴 하는데 다 돈 세탁한다"며 "꼬맹이 한 두세명 불러다가 '너 이 계좌로 보내고, 넌 얘 계좌로 보내고, 누군 뽑아와서 이 계좌로 다시 넣고' 이런 식"이라고 설명했다.

가출 청소년을 등치는 이른바 '벽돌깨기' 수법도 있다. 원래 깨진 휴대전화를 상대방이 떨어뜨려 파손시킨 양 가장해 변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 경우 다른 범죄에 끌어들이는 경로가 되기도 한다.

경남 거제의 한 '가출팸'에 속한 B씨의 동네 선배 격인 C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팔려던 B씨가 액정을 깨트렸다며 수리비로 30만원을 요구한 사례가 있다. 그는 "돈을 못 갚을 거 같으면 사기 치든지 훔치라"며 B씨와 다른 가출팸 일원들과 함께 PC방 카운터 금고에서 20만원을 훔쳤다.

[창원=뉴시스] 강경국 기자 = 경남 양산과 부산 일대 무인 판매점에서 한 남성이 간이 금고를 파손하고 금품을 훔치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 영상에 녹화되고 있다. (사진=창원시청 제공). 2022.04.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코로나19 시기에는 무인점포를 노린 절도가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 연구진이 인터뷰한 한 가출 청소년 무리의 경우 과거 한달 동안 지역을 옮겨가며 턴 무인편의점들의 피해액은 8000만원에 달했다.

이들은 인적이 드문 야간 시간대를 택하고, 추적을 피하기 위해 택시 여러 대를 나눠 타거나 환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분류심사원 위탁 때 의기투합해 무인점포 털이를 함께 했다고 한다. 이 가출 청소년은 "심사원 가면 한 방에 5~6명씩 모아주는데 할 얘기가 없으니 '자기는 어떤 범죄를 했냐' 얘기하고 그걸 또 배운다"고 전했다.

다만 무인점포 절도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점주들도 현금 결제기나 지폐 교환기를 없애고 카드결제로 방식을 바꾸면서 잘 하지 않게 됐다고 한다.

여성 가출 청소년과의 성매매를 알선해주는 것처럼 성매수자들을 유인해 때리고 돈을 갈취하는 조건사기, 이른바 '각목'도 대표적인 범죄 유형이었다.

D군 등 8명은 2021년 9월부터 경기 성남시 일대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조건만남 글을 보고 연락해온 남성들을 집단 폭행하고 돈을 뺏었다. 이들에게 속옷 차림으로 "미성년자를 강간하려 했다"는 말을 시키는 동영상을 찍은 뒤 가족들로부터 음주운전 합의금 등을 받아오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이런 수법으로 성매수자 3명에게서 합계 6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았다.


연구진은 미성년자 대상 성매매 처벌을 걱정한 성매수 남성들이 금전 갈취를 신고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점을 가출 청소년들이 조건사기 범행을 벌이는 동기로 봤다.

연구진과 인터뷰한 가출 청소년은 "서른 몇명이 연합해서 커피숍에서 '각목가자'고 한다"며 "왜 각목이라고 하냐면 미성년자하고 그거(성관계)를 하려 한다고 해서 두들겨 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건사기는 보통 강도상해죄가 적용되고, 가담한 청소년들은 이전에도 소년보호처분 이력이 있는 경우가 많아 보통 9호 이상의 처분 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더욱이 가출팸에 속한 청소년들이 이런 계획 범죄에 가담하게 되면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작년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범죄소년 재범 현황'을 보면, 재범 비율은 ▲2017년 32.9%(2만3989명) ▲2018년 33.6%(2만2324명) ▲2019년 32.3%(2만1433명) ▲2020년 32.9%(2만1279명) ▲2021년 30.2%(1만6350명)으로 매년 30%대였다.

재범에 그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연간 재범 소년 가운데 약 50%는 3번 이상 범죄를 저질렀고, 6회 이상 범죄를 저지른 소년 비율도 같은 기간 20%를 상회했다.

연구용역을 수행한 김혁 교수는 보고서에서 "시시각각 달라지고 빠르게 지능화되는 청소년 비행은 지속적인 관심과 모니터링없이 쉽게 포착하기 어렵다"며 "청소년기의 비행이 성인기로 이행되지 않도록 경찰 단계에서 적극 개입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formation@newsis.com, hong1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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