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기]너도 나도 해외로…생고생 예능이 대세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2023. 7. 1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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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엔데믹 맞아 해외 로케 예능들 급증했지만…
화제성-흥행 잡은 예능들, '생고생' 서사 필수
스타들 해외 즐기기만 하면 식상하단 평가
'서진이네' 장사 진정성 문제로 '갑론을박'
tvN, MBC 제공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이 본격화되자 국내 예능이 해외로 떠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프로그램은 많지 않다. 일반 스튜디오 예능보다 제작비는 많이 들지만 출연자들이 낯선 해외 풍경들을 보고 즐기기만 해도 '평타'는 했던 과거와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주요 방송사에서 현재 방영 중인 해외 로케(실제 경치가 배경인 촬영) 예능은 10편이다. 전체 방송사 예능 27편 중 약 1/3에 달하는 수치다. 올해 상반기 OTT를 포함, 종영한 예능들까지 포함하면 15편 가량을 훌쩍 넘는다. 콘셉트는 대체로 이렇다. 유명 셰프나 스타를 내세워 해외에서 한식을 선보이거나 자유롭게 로드 트립을 즐기고, 일부는 패키지 여행을 가기도 한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이 같은 예능은 많았다. 당시엔 인기가 많았지만 엔데믹 이후도 같은 레퍼토리가 반복되면서 시청자들은 식상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배경이 '해외'인 것을 제외하면 비슷한 설정에 딱히 특장점을 찾아보기 어렵단 것이다.

최근 들어 새로운 상류층인 연예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예능들이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조장한다는 여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예능도 스타들이 제작비나 협찬으로 여행을 즐기는 행위가 '어떤 재미'를 줄 수 있는지 과제가 생겼다. 유튜브만 가도 리얼하고 재미있는 '내돈내산'(자신이 직접 구매한) 해외 여행 브이로그들이 넘쳐 나는 실정이다.

물론 살아 남은 예능들은 존재한다. 이들의 큰 줄기를 이루는 테마는 바로 예측 불가능성에 기반한 '생고생' 서사다. 장사를 하든, 여행을 하든, 게임을 하든 출연자들은 쉽게 보상을 얻을 수 없으며 제작진의 미션이나 현지의 극한 상황을 맞닥뜨려 극복해 간다.

나영석 PD의 예능 tvN '뿅뿅 지구오락실'은 시즌2를 맞아 핀란드와 발리로 향했지만 여행이 프로그램의 메인은 아니다. 갖가지 게임을 통해 멤버 4명이 현지 음식 및 디저트를 쟁취하는 짜릿한 과정이 관전 포인트다. 이들 멤버는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을 땀에 적시며 진심과 열의를 다해 게임에 임하고, 때로는 제작진과 수 싸움까지 벌인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현지의 맛과 풍경을 즐긴다.

뜨거운 인기로 시즌3까지 확정된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이하 '태계일주') 역시 여행 난이도 최상급을 자랑한다. 시즌1 남미에 이어 시즌2에는 인도로 떠났다. 치안 등 문제로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여행지인 탓에, 현지인들의 문화를 체험해 볼 기회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태계일주'는 그런 시청자들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 수더분한 성격의 기안84를 메인 출연자로 내세워 말 그대로 '현지 밀착형' 여행기를 그렸다. 일회성 현지 체험을 넘어 실제 현지인 친구 집을 방문하는 등 현지 문화를 중점에 뒀다.

tvN 제공

호평을 얻은 JTBC '한국인의 식판'과 tvN '장사천재 백사장'도 '급식'과 '한식당 장사'라는 콘셉트 안에서 나름대로 치열한 사투를 벌인다. '한국인의 식판' 이연복 셰프와 멤버들은 한 학교에서 한국식 급식을 선보일 때마다 학생 수에 맞는 배식, 현지인 입맛과 한국 급식 메뉴 사이에서의 줄타기, 대량 재료 준비 등 여러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종영한 '장사천재 백사장'은 한식의 불모지에서 한식 테마 요리로 실제 수익을 내는 '식당 장사'를 했다. 요식업계의 큰 손, 백종원은 요리보다는 현지 돌발 상황을 미션처럼 해결하며 한식당을 운영해야 했다.

반면 이런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예능에는 논란이 따랐다. tvN '서진이네'가 대표적인 사례다. 최고 시청률 9.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지만 '서진이네'는 방영 내내 '진정성 부족'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한 마디로 다른 예능에 비해 고생 없이 식당 장사를 하며 '기분만 냈다'는 이야기였다. 현저히 적은 근무 시간이 주된 쟁점이었다. 일부 시청자들은 '서진이네' 멤버들의 일과 시간표를 세세하게 비교했고, 한쪽에서는 현지 사정에 맞는 근무 시간이라며 반박을 펼쳤다.

과거 '윤식당'이나 '서진이네'는 콘셉트나 업무 강도 면에서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 결국 이런 논란은 시청자들의 선호가 현저히 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편하게 해외 여행을 즐기는 스타들의 모습을 부러워하기 보다는 해외에서 고된 고생도 감수하는 출연자들의 행위에 더 공감한다. 그런 방향이 예능의 덕목인 '진정성 있는 리얼함' 그 자체로 여겨지고 있다.

방송 예능에서 더 이상 해외 로케는 만능 흥행 아이템이 아니게 됐다. 해외에 가서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해졌고, 제작진과 방송사도 차별화를 위해 고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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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ywj201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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