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48도 끓고, 日북부 415㎜ 퍼부어… 세계 날씨가 미쳤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2023. 7. 17.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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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관측기록 줄줄이 깨져

하늘에 구멍이 난 듯한 폭우와 찜통더위 수준의 폭염으로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올여름 들어 태평양 바닷물이 통째로 뜨거워지는 엘니뇨가 나타나면서 전 세계 전역이 덥거나 습한 이상기후로 신음하고 있다.

일본 NHK 방송에 따르면, 일본 북부 아키타현의 다이헤이잔은 15일부터 16일 낮 12시 기준 415.5㎜(직전 48시간 강우량)의 폭우가 내렸다. 같은 현의 후지사토마치가 321.5㎜, 센보쿠·가쿠노다테 지역이 321.5㎜, 아키다시가 312.5㎜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아키타현의 대부분 지역이 일본 기상청 관측 이래 최다 강우량을 기록했다. 이틀간 내린 비는 예년의 7월 한 달 강우량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YONHAP PHOTO-1555> A view of a flooded road following heavy rain in Akita, northeastern Japan July 16, 2023, in this photo taken by Kyodo. Mandatory credit Kyodo/via REUTERS ATTENTION EDITORS - THIS IMAGE WAS PROVIDED BY A THIRD PARTY. MANDATORY CREDIT. JAPAN OUT. NO COMMERCIAL OR EDITORIAL SALES IN JAPAN/2023-07-16 13:49:41/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아키타현은 집중호우로 주변 하천이 범람해 아키타 시내의 주택과 건물 대부분이 침수됐다. 순간적으로 도로로 범람한 물에 휩싸인 운전자 1명이 사망했고 신칸센과 기차는 일부 구간 운행 정지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이 지역에 최고 경계 경보인 5단계 ‘긴급 안전 확보’ 명령을 내렸다. 피난 명령(4단계)보다 높은 명령으로, 각자가 자신의 현재 위치에서 생존 방법을 찾아 움직이라는 의미다. 피난 갈 상황이 아니라면, 주택 내 가능한 높은 곳으로 올라가거나 주변의 큰 건물로 이동하라는 것이다. 아키타시에서는 연휴가 끝나는 18일에 초·중학교 60개교가 임시 휴교에 들어갈 예정이다. NHK는 “폭우 탓에 아키타현의 오모노강이 위험 수위에 도달한 상황으로, 앞으로 시간당 강우량이 감소해도 여전히 범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도했다. 길이 133㎞인 오모노강 주변에는 6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수일째 몬순(우기) 폭우가 이어지는 인도 북부 지역도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13일 뉴델리 야무나강 범람으로 45년 만에 최악의 홍수가 난 가운데, 폭우가 이어지면서 16일 인도 기상청(IMD)은 히마찰프라데시, 우타라칸드, 인도령 잠무·카슈미르, 우타라프라데시, 비하르 등 전국 곳곳에 폭우 경보를 발령했다.

/그래픽=김성규, 사진=EPA·로이터·AFP 연합뉴스
/그래픽=김성규, 사진=EPA·로이터·AFP 연합뉴스
/그래픽=김성규, 사진=EPA·로이터·AFP 연합뉴스

올 들어 폭우가 전 세계를 강타한 이유는 지구온난화와 엘니뇨 때문이다. 비의 강도와 강수량을 결정짓는 것은 결국 비구름의 씨앗인 ‘수증기’인데,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수증기 발생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런 가운데, 현재 동태평양 감시 구역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올라가는 ‘엘니뇨’가 강하게 발달했고, 덩달아 서태평양 온도까지 올라갔다. 여기에 기후변화 여파로 넓은 지역에 골고루 뿌려지던 비가 최근에는 좁은 지역에 한꺼번에 많은 양을 쏟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이상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 기상청은 15일 남서부를 중심으로 섭씨 40~50도대 폭염이 내주까지 이어질 전망이라며, 인구 3분의 1에 해당하는 1억1300만명이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는 폭염 경보·주의보 영향 아래 들었다고 밝혔다. 이번 폭염은 상공에 뜨거운 공기가 갇히는 ‘열돔 현상’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지난달 텍사스·플로리다주 등 남부 걸프만에서 시작해 캘리포니아·워싱턴주 등 서부로 퍼지고 있다. 이미 미 최소 45개 지역이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15일 애리조나주 피닉스 수은주는 48도를 찍었으며,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도 47도로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지구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알려진 캘리포니아주 데스벨리는 54도였다.

남유럽과 동유럽도 폭염 비상이다. 유럽우주국(ESA)은 15일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 독일, 폴란드, 튀르키예와 발칸반도까지 등이 이번 주 폭염으로 ‘극한적 기상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탈리아 시칠리섬 등 유럽 여러 곳에서 내주 2021년 8월 유럽의 역대 최고기온 기록인 섭씨 48.8도를 갈아치울 전망이다.

이탈리아 로마에선 폭염으로 기절하는 시민과 관광객이 속출하자, 지난 주말부터 16개 도시에 적색 경보를 발령했다. 그리스는 아테네 일대 최고기온이 40도를 넘자, 14일부터 유적지인 아크로폴리스에 오후 시간대 관광객 출입을 금지했다.

일본 북부 지역에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 일본 열도의 다른 지역은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6일 낮 1시 30분쯤 일본 중부의 군마현 기류시는 낮 기온이 39.4도로 40도에 육박했다. 도쿄도의 후추시(37.3도)와 사이타마현 고시가야시(36.9도), 야마나시현 오쓰키시(36.6도) 등 지자체 100곳 이상이 35도를 넘었다. 도쿄도와 일본의 19개 현에는 열사병 경계 주의보가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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