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유리창 '불투명시트지' 떼어낸 편의점 둘러보니

이세현 기자 2023. 7. 1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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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말까지 전국 편의점서 시트지 대신 금연 포스터 부착
포스터 부착 가이드라인 없어 위치 제각각
편의점의 불투명 시트지 제거 이후 JTBC 취재진이 평일인 12일 오후 시간대 편의점들을 둘러봤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편의점은 금연 광고 포스터가 부착돼 있어 일부 창문을 가리고 있었다. 〈사진=이세현 기자〉
"편의점 안에서 밖이 보이지 않아서 너무 답답했는데 속이 시원하네요"(40대 편의점 점주 A씨)

취재진이 평일 오후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편의점을 방문해봤습니다. 청소년 등에게 담배 광고가 노출되지 않기 위해 편의점 외부에서 안쪽을 볼 수 없도록 지난 2021년부터 편의점 유리창에 설치된 불투명 시트지가 모두 제거된 상태였습니다.

이런 조치는 앞서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가 편의점에 부착한 불투명 시트지를 제거하고 금연 광고로 대체할 것을 보건복지부 등에 권고한 데 따른 것입니다.

편의점주들 "기존 유리창 시트지 부착은 이해할 수 없는 행정"



이 편의점을 운영하는 40대 A씨는 "그동안 불투명 시트지로 인해 너무 답답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창문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단순히 청소년에게 담배 광고 노출을 줄인다는 이유로 이런 탁상행정을 해왔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습니다.

A씨는 "미성년자로 추정되는 고객이 담배를 구입하려고 하면 신분증 등 검사를 통해 거르고 있지 않나"라며 "학생들은 다른 경로로 담배를 획득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런 걸 방지할 수 있는 효율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취재진은 도심 대로변과 다소 거리가 떨어져 인적이 드문 서울시 종로구의 한 편의점도 방문해봤습니다. 불투명 시트지 제거로 편의점 방문객이 누군지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편의점의 불투명 시트지 제거 이후 JTBC 취재진이 12일 오후 시간대 방문한 서울 종로구 한 편의점. 불투명 시트지가 제거돼 방문객을 확인할 수 있어 편의점 점주들은 반겼다. 〈사진=이세현 기자〉

이 편의점을 운영하는 50대 B씨는 "여성인 내가 혼자서 새벽 시간대 근무를 하려고 하면 안에서 밖이 보이지 않아 불안했다"며 "아르바이트생들 역시 손님과 종종 다투기도 하는데 (불투명 시트지로) 많이 무서워했었다. 마음대로 떼고 싶은데 떼지 못해 본사에 항의하기도 했었다"고 했습니다. B씨는 "불투명 시트지를 제거할 수 있다는 뉴스를 보고 바로 없애버렸다"고 덧붙였습니다.

불투명 시트지 대신 등장한 '금연 광고'…현장 반응은 엇갈려



불투명 시트지를 제거하는 대신 편의점은 금연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부착해야 합니다. 포스터 비용은 편의점을 운영하는 본사 측에서 부담하게 됩니다. 담배 광고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 부착하는 포스터인데 현장에서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B씨는 "본사 측에서 포스터를 배포하며 부착할 수 있는 아무 곳이나 부착하라고 했다. 따로 부착 위치는 설명해주지 않았다"며 "편의점마다 출입문과 창문 크기가 다른데 우리도 어디에 붙여야 하는지 한동안 고민했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불투명 시트지 대신 금연 포스터가 부착된 편의점들을 둘러봤습니다. 진열대의 담배 광고물을 보이지 않도록 포스터를 부착한 곳들은 적었고 다른 제품 광고처럼 남는 공간에 금연 포스터를 부착한 곳들이 대다수였습니다.

서울시 광진구에 위치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60대 점원 C씨는 "창문 규모가 작아 금연 광고를 남는 공간에 부착했다"며 "담배 광고를 가리기 위한 목적이라고 하지만 이 편의점은 출입문이 두 개여서 진열대의 담배 광고물이 사실상 노출되는 셈"이라고 했습니다.

편의점의 불투명 시트지 제거 이후 JTBC 취재진이 12일 밤 시간대 방문한 서울 광진구 한 편의점. 불투명 시트지가 제거돼 안에서 밖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진=이세현 기자〉

보건복지부 "현장 점검해 계속 안내"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가 지난 5월 17일 관련 권고안을 내며 금연 포스터 부착 위치를 '성인 눈높이 위치로 외부에서 보았을 때 편의점 내 담배 광고가 가장 잘 보이는 곳'으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권고안 이후 복지부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이처럼 편의점의 금연 포스터 부착이 일정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밖에서 편의점 담배 광고물이 보일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는 현행 국민건강증진법도 유명무실해진 상태입니다. 복지부는 금연 광고가 제대로 부착됐는지 현장 점검에 나설 계획인데 지금보다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동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전국편의점협회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에서 금연 광고 시안 2가지 정도를 제시하고 알아서 제작하고 부착하라고 해 5만여개 편의점의 부착 위치가 다르는 등 혼란이 일고 있다"며 "(복지부에서) 시범적으로 몇개 점포를 운영해 모니터링을 거쳐 (금연 광고 부착을) 결정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담배 광고물이 편의점 밖에서 아예 안 보이도록 할 수 없다. 담배 광고가 정말 문제라면 복지부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편의점 규모가 달라 금연 광고 포스터 부착이 일정하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며 "다만 현행법상 담배 광고물 노출을 최소화해야 하니 (담배 광고물을 가릴 수 있도록) 포스터 위치 조정 등을 현장 점검으로 지속 안내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향후 편의점 내 담배 광고 규제를 법안 도입 등 단계적으로 실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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