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방사능 오염 감시자’ 자주달개비[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정충신 기자 2023. 7. 1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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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주기적 노출 시 우성형질 자주색 꽃색이 열성형질 분홍, 흰색으로
환경단체 원전 주변 ‘자주달개비 보내기 운동’ 펼친 ‘방사능 지표식물’
북미 원산, 달개비계 대표주자…자주닭개비, 양달개비, 자로초 별칭도
토종식물 달개비(닭의장풀) 외 얼룩자주달개비, 브라질달개비, 꽃달개비도
■정충신의 꽃·나무 카페
붉은빛 도는 자주색 빛깔의 자주달개비 꽃에 빗방울이 맺힌 가운데 벌이 꿀을 빨고 있다.꽃은 5월에 가지 끝에 여러 개가 모여 달리고 당일에 피었다 진다. 수술은 6개다. 2021년 5월17일 용산 대통령실(옛 국방부) 무궁화동산 인근

자주달개비(Tradescantia reflexa)는 특이한 효능이 있다. 바로 방사능 오염을 감시하는 중요한 지표식물 역할을 한다.

2차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됐을 때 자주 달개비꽃이 하얗게 변했다고 해서 ‘원폭의 꽃’‘히로시마의 꽃’이란 별명을 얻었다.자주달개비는 보통 자주색을 띠지만 주기적으로 방사선에 노출됐을 경우 꽃잎이 분홍색이나 흰색(또는 無色)으로 변한다.

흰자주달개비에 빗방울이 맺혀 있다. 꽃잎에 주자색이 감돈다. 6월12일 북한강변 경기도 남양주 대너리스 카페 앞뜰

자주달개비의 우성형질은 자주색인데, 방사선 노출 시 자주색인 우성 형질이 손상된다. 이 때 분홍색을 발현하는 열성 형질이 나타나게 되면 분홍색으로 변하고 만약 방사선에 의해 우성 및 열성형질 모두가 손상될 경우 꽃잎이 무색으로 나타나게 된다.

6월12일 북한강변 경기도 남양주 대너리스카페 앞뜰의 흰자주달개비. 자주달개비는 자주색 분홍 흰색 3종류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환경단체는 자주달개비를 원전 인근 지역에 보내는 운동을 펼치기도 했고 실제로 원전 인근지역에서는 자주달개비를 많이 심어놓아 관찰하고 있기도 하다. 실제 1996년부터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전국의 10여개 환경단체가 ‘방사선 오염감시망’ 운동의 일환으로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전남 영광과 경북 울진, 경북 월성, 경남 고리 지역에 ‘자주달개비 보내기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담쟁이가 휘감은 아까시나무를 배경으로 활짝 핀 자주달개비. 2021년 5월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옛 국방부) 뒤뜰

한때 1급 발암물질인 라돈공포에 미세먼지까지 더해져 많은 분들이 불안해 하는데 방사능 유출 여부를 자주달개비로 파악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자주달개비를 방사능 지표식물이라고 한다.지표식물은 특정 대기질로 인해 식물이 변질되는 현상인데 이때 식물이 상태를 보고 오염 물질의 존재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지표식물 사례로는, 노랑코스모스 잎에 담배연기를 내뿜으면 붉은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노랑코스모스 꽃잎에는 노랑색을 나타내는 플라본(Flavone)이라는 색소가 존재한다. 그 색소가 강알칼리성인 담배연기를 만나면 붉은색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자주달개비는 닭의장풀과 자주달개비속의 여러해살이 풀이다. 자주빛이 도는 달개비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토종식물인 달개비, 일명 ‘닭의 장풀’과 같은 계통이지만 키가 훨씬 크고 색상도 붉은빛이 도는 자주색 등 훨씬 강렬하다. 다른 이름으로 자주닭개비, 양달개비, 자로초라고도 부른다.

자주색 분홍색 흰색 등 3종류의 자주달개비가 한군데 피어 있는 모습. 5월27일 북한강변 경기 양평의 한 식당 앞 정원에서

서양에서 온 달개비라고 해서 ‘양달개비’라고도 불리는데 우리나라 풍토에 완벽히 적응해 노지월동도 가능하며 화단에서도 매년 꽃을 피운다. 산과 들에 자라는 키작은 달개비에 비해 도심 화단에 식재되는데다 요즘에 다양한 빛깔의 자주달개비들을 만날 수가 있다. 방사능 지표식물의 ‘효험’까지 알려지면서 자주 볼 수 있는 식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인 관상용 원예식물로 들어 온 식물이다. 화단이나 정원, 길거리 등에서 재배되고 있다. 꽃은 자주색, 하늘색, 흰색, 홍색 그리고 겹꽃들도 있는데 5월경 피기 시작해 늦은 가을까지 꽃이 꽃줄기 끝에 모여서 달라는데 아침에 피고 오후에 시드는 하루살이 꽃으로 꽃받침조각과 꽃잎은 각각 3개씩이다. 수술대의 털은 세포가 연결돼 있어 식물학 세포 내 원형질 유동 관찰에 쓰인다. 우리나라 전역에 식재하거나 저절로 자란다.

잎은 어긋나게 달리는데 넓은 선형으로 끝이 뾰족하고 잎 밑부분은 줄기를 감싼다. 줄기는 청록색이고 곧추서며 키가 50cm내외로 자란다, 열매는 9월 이후에 여문다.

자주달개비는 약용으로 쓰인다. 당뇨에도 좋다고 하고 향균작용, 항염증작용, 이뇨, 체온강하작용을 한다고 한다. 생잎은 화상에도 좋다고 한다. 하지만 자주달개비의 수액은 접촉 시 발진이나 물집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한다. 알레르기에 반응에 예민한 사람들은 함부로 만지거나 전문가 소견 없이 섭취 및 복용해서는 안된다. 자주달개비 꽃말은 가을날에 더 어울릴 듯한 ‘외로운 추억’이다.

토종식물인 ‘닭의장풀’로 불리는 달개비. ‘닭벼슬꽃’이라고도 불린다. 자주달개비에 비해 훨씬 작고 꽃잎도 옅은 청색 분홍 계통이 많다. 2020년 9월6일 서울 안산

자주달개비가 토종식물 달개비를 젖히고 국내에서 달개비계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 달개비 종류는 훨씬 더 많다. 우리나라 자생의 야생 달개비, 이른바 ‘닭의장풀’은 귀 쫑긋 귀여운 모습으로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 자생한다. 시골집 닭장 근처에서 잘 자란다 해 ‘닭의장풀’이란 이름을 얻었다고 하고, 꽃이 닭벼슬을 닮아 ‘닭벼슬꽃’ 또는 ‘달개비’라 불리기도 한다. 위쪽 화려한 수술들은 가짜수술이며, 아래쪽의 암술 좌우에 있는 한 쌍이 꽃밥을 가지고 있는 진짜수술이다. 닭의장풀의 꽃말은 ‘순간의 즐거움’.

‘얼룩자주달개비(Tradescantia zebrina)’는 멕시코 원산의 달개비로, 제브리나는 얼룩말(zebra) 무늬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털달개비(Tradescantia sillamontana)’는 중앙아메리카 원산의 털이 보송한 달개비다.‘브라질달개비 (Tradescantia fluminensis)’는 브라질 원산의 자그만한 흰색 달개비다. ‘꽃달개비( Tradescantia blossfeldiana)’는 남아메리카 원산의 솜털달개비로, 이름처럼 달개비처럼 꽃이 가장 예쁜 달개비다.

글·사진=정충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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