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뛰어든 언론사가 매체명을 비밀로 두는 까닭

박재령 기자 2023. 7. 1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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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언론사 틱톡 채널 분석… 5만 팔로워 조선비즈부터 30만 KBS까지
전력투구하지 않는 언론사들 "낮은 수익, 저널리즘 가치 부재"
언론사 이름 숨기고 10대 확보하려는 움직임 '등하교시간 콘텐츠'
'브랜디드 콘텐츠'로 수익다각화 노력, "연속성 있는 환경이 중요"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새로운 뉴스 플랫폼으로 '틱톡'이 떠오르는 가운데 국내 언론의 주요 틱톡 채널을 보면 '암호명3701', '하이니티', '디스커버리' 등 채널 이름으로는 어떤 매체인지 알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 유튜브에서도 언론사들이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별도의 브랜드를 만드는 시도가 많았는데 이 같은 경향이 확대된 것이다. 기성 언론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 상황에서 10대 등 새로운 지지층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숏폼' 특성상 저널리즘 가치와 단기 수익 부족 등의 과제가 남아 있어 적극적으로 틱톡에 뛰어든 언론사는 아직 소수로 파악됐다.

▲ 7월9일 기준 신문/통신/인터넷신문 틱톡 구독자 수 순위. 디자인=안혜나 기자
▲ 7월9일 기준 방송사 틱톡 구독자 수 순위. 디자인=안혜나 기자

'틱톡' 대세 떠올랐지만 전력투구 매체 적어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지난달 발간한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3'에 따르면, 전세계 18~24세의 38%가 설문조사 기준 지난주 틱톡을 사용했다고 응답했다. 하락세를 보이던 페이스북과 동률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18~24세의 40%가 틱톡을 경험했고, 전체의 15%는 뉴스 플랫폼으로 소비했다.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들은 “방송보다 틱톡에서 제공하는 뉴스가 더 편하고 친숙하다”고 밝혔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지난달 발간한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3'에 따르면, 전세계 18~24세의 38%가 설문조사 기준 지난주 틱톡을 사용했다고 응답했다. 사진=디지털 뉴스리포트 2023

하지만 이러한 외부 분석과 달리 대체로 국내 언론사들은 아직 틱톡에 전력투구하지 않고 있다. 영상 기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신문과 인터넷매체는 채널을 운영하지 않는 곳이 다수였다. 미디어오늘이 국내 신문의 주요 틱톡 채널을 분석한 결과, 조선비즈가 5만5000명으로 팔로워수 1위를 차지했는데, 2021년을 마지막으로 영상이 더 올라오지 않았다. 이외에 연합뉴스가 담당 기자를 두고 '저�퓽濫�', '포켓이슈', 'why요' 등의 숏폼 코너를 통해 4만6천명의 팔로워를 끌어모았고, '투톺뉴스' 등의 코너에선 박성은, 한지은 연합뉴스 기자가 직접 출연도 했다.

▲ 4만6천명의 팔로워를 가진 연합뉴스 틱톡계정. (왼쪽부터) 박성은, 한지은 기자가 출연하기도 한다. 사진=연합뉴스 틱톡 갈무리

영상 기반이 있는 방송사 역시 마찬가지다. 틱톡 영상을 따로 만들기보단 기존 영상을 재가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35만 명 팔로워를 가진 KBS는 뉴스 영상을 1분 내외 숏폼으로 편집해 올렸다. 공식 뉴스가 아닌 JTBC '헤이뉴스', SBS '스브스뉴스', MBC '14f' 등도 '미드폼'의 유튜브 영상이 짧게 올라왔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틱톡에 대한) 구체적 전략은 아직 준비 중”이라 밝혔고, 다른 방송사 관계자도 “멀티 플랫폼 측면에서 콘텐츠 확산의 한 방법으로 영상을 노출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예능 영상을 올리는 채널은 순위에서 제외했다.

이들이 틱톡에 미온적인 이유는 수익적인 문제가 크다. 틱톡 계약상 언론사임을 인증하는 '파란딱지'가 붙으면 영상 전후로 광고를 붙일 수 없다. 애초에 '숏폼'은 길이가 짧아 광고를 붙이기 어려워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2021년 시작해 틱톡 기준 1만9000명의 팔로워를 가진 '암호명3701' 채널에 출연하는 윤기은 경향신문 기자는 “가장 어려운 점은 수익이다. 어쨌든 틱톡도 새로운 수익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하는 건데 수익이 나지 않으면 왜 이걸 해야 하는지 명분도 약해진다”고 말했다.

국내 언론 지형이 포털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도 있다. 김주성 한국일보 미디어전략부문장은 “한국에서 틱톡 사용자가 많기는 하지만 이것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나 문제점 지적은 상대적으로 없었다. 지금은 포털에 사람들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라며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언론사로 직접 유입이 됐다. 근데 틱톡은 유입이 안 되다 보니 조금 언론이 더 소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익보단 구독층 확장 노력… 언론사명 숨긴 '버티컬브랜드'

▲ 왼쪽부터

이러한 어려움을 깨고 숏폼용 '버티컬 브랜드'를 만들어 새로운 구독층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조금씩 나타난다. 당장 수익 창출은 어렵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뉴스 유통 창구를 다변화하려는 노력이다. 이데일리 '하이니티'(high-nity), 경향신문 '암호명3701', 한겨레 '디스커버리'(THIScovery) 등이 있는데, 모두 기자가 출연해 10대가 좋아할만한 정보를 설명, 전달하는 게 특징이다. '등하교시간 단축', '수학여행 비용', '중학생 안 받는 스터디카페' 등의 내용이다.

윤기은 경향신문 기자는 “틱톡이 유튜브에 비하면 구독수가 가파르게 성장했다. 숏폼을 똑같이 유튜브에도 올리는데 틱톡이 비교할 수 없이 조회수가 더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김도성 한겨레 영상센터 시사보도제작부장은 “대학교 캠퍼스를 비교하거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먹방 음식을 요리하는 영상들은 호응을 받았다. 작년 초반 6개월 정도는 (조회수가) 100만 넘는 영상이 한 달에 하나 이상 나왔다”고 말했다.

▲ 서울경제 틱톡 버티컬브랜드 채널. 서울경제라는 것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왼쪽부터 '1q60', '지구용', '영화좋아하는오영이'. 사진=틱톡 갈무리

이러한 버티컬 브랜드는 '언론사'임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먼저 콘텐츠로 독자층을 넓힌 다음에 언론사 브랜드를 알리려는 전략이다. '지구용', '1q60', '서경마켓시그널' 등의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경제 디지털전략콘텐츠부 소속 김도연 PD는 “언론사인 걸 밝히면 해당 언론사에 대한 선입견으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우선 그것을 배제한 상태에서 콘텐츠로 승부를 봤으면 좋겠다는 목적”이라며 “콘텐츠를 먼저 보고 나중에 서울경제에서 했구나 알아야 긍정적 이미지가 쌓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도성 한겨레 제작부장은 “아예 한겨레 색깔을 빼야 한다고 생각하며 시작했다. 아무래도 주요 타깃층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그렇다. 우선 채널 자체 브랜딩을 강화하는 게 우선이고 그 이후에 한겨레하고 연결하는 게 순서다. 콘텐츠 영향력 확산 측면에서 그렇게 전략을 짠 것”이라고 말했다.

▲ JTBC가 최근 만든 '로켓뉴스' 채널. 소수의 인원이 AI를 활용해 음성, 원고를 만든 것이 특징이다. 사진=틱톡 갈무리

방송사 가운데는 JTBC가 최근 '로켓뉴스'라는 틱톡 채널을 만들었다. 소수의 인원이 AI를 활용해 음성, 원고를 만든 것이 특징이다. 로켓뉴스는 이메일까지도 JTBC가 아닌 gmail을 쓰면서 소속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AI 기반 숏폼 채널 '로켓뉴스'를 운영하는 이윤석 JTBC 모바일콘텐트팀 팀장은 “언론사 입장에선 기존 뉴스에 관심 있는 사람뿐 아니라 새로운 시청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JTBC가 빠진 이름을 가진 미디어가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전혀 (JTBC가) 아닌 것 같지만 저희가 만드는 콘텐츠 중간중간에 회사를 어필하는 콘텐츠들이 들어가 있다. JTBC 드라마 '킹더랜드' 출연진의 출근 영상을 다루는 식이다. 간접적으로 시청자층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포인트”라고 말했다.

틱톡만의 고유한 문화 있어… 저널리즘 가치 잡는 건 숙제

▲ 네이버는 언론사 구독 페이지에 숏폼 페이지를 따로 제공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갈무리

틱톡 이외에도 '숏폼'을 올릴 수 있는 창구는 많다. '유튜브 쇼츠'가 있고, 네이버도 언론사 구독 페이지에 숏폼 페이지를 따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틱톡이 다른 플랫폼과 다른 고유 문화와 이용층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윤기은 경향신문 기자는 “유튜브에는 경향신문 회사에 대한 공격적인 반응도 있고 냉담한 댓글이 많다. 하지만 틱톡은 저희가 콘텐츠 말미에 '이런 사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 묻는데 그럼 항상 거기에 진지하게 답하는 댓글이 달린다. 상호작용이 더 이뤄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도연 서울경제 PD는 “(지구용에서) 뜨는 콘텐츠를 몇 개 보면, 기본적으로 조회수를 먹고 가는 주제는 '화산 폭발', '지진', '공룡' 이런 것들이다. '개학 어떻게 될까요?', '학교 가야 될까요?' 등의 댓글로 보아 10대 친구들이 큰 관심을 갖는 것 같다”며 “물론 아직은 틱톡보다 네이버 숏폼 페이지의 유입이 더 높다. 네이버는 구독자 4백 만이라는 기반이 있지만 틱톡은 아직 시작 단계라 알고리즘을 타냐 못 타냐에 따라 (조회수) 편차가 크다”고 말했다.

▲ 조선비즈는 신문사 기준 팔로워 1등을 기록하고 있지만 연예인들의 학폭 이슈나, 열애설 등 가십성 영상이 다수다. 사진=틱톡 갈무리

숏폼 형식의 '저널리즘' 고민은 아직 남은 과제다. 선정적·자극적 영상이 틱톡에서 이목을 끌기엔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조선비즈는 신문사 기준 팔로워 1등을 기록하고 있지만 연예인들의 학폭 이슈나, 열애설 등 가십성 영상이 다수다. 방송사의 틱톡 채널을 봐도 블랙박스, CCTV에 담긴 사건/사고 영상이 상대적으로 조회수가 높다. 10~15분 정도의 영상이 다수인 한국일보 'h알파'는 틱톡에 편집 영상을 올리다 지난달 일시 중단했다. '탄소포집', '중국 반도체' 등의 내용이 틱톡에 적합한지 다시 검토하기 위해서다.

▲ 지난달을 마지막으로 정비 시간을 가지고 있는 한국일보 'h알파'. 사진=틱톡 갈무리

김주성 한국일보 부문장은 “기존 영상을 단순 편집하지 않고 숏폼용으로 따로 제작을 했었다. 하지만 지난달을 마지막으로 개비를 하려고 준비 중이다. 틱톡이라는 플랫폼의 특성하고 우리가 내는 영상하고 특성이 맞는지 고민이 있다”며 “낮은 수준이 아닌 저널리즘 가치를 해치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석 JTBC 팀장은 “영상 모토를 소프트하게 잡은 건 맞다. 하지만 옐로 저널리즘은 철저히 지양하고 있다. 삶의 이득이 될 정보를 찾아주거나 삶의 즐거움을 주는 아이템, 예를 들어 푸바오 관련 콘텐츠들은 자극적이지 않아도 반응이 굉장히 좋다”며 “지난번 누리호 발사 라이브를 했었는데 구독자가 없을 때였는데도 10만 이상의 반응이 있었다. 반드시 자극적인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것도 약간의 선입견”이라고 말했다.

'암호명3701'은 챗GPT 이슈를 단순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숙제, 과제 관련 AI 윤리 문제를 짚거나 우울증갤러리 성착취 문제 등 사회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주제를 빈번하게 던진다. 윤기은 경향신문 기자는 지난해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을 틱톡에서 다루며 “피해자 신변호 조치가 이뤄졌던 건 고소 직후 딱 한 달뿐”이라고 했다. '로켓뉴스' 역시 가십성 이슈보다는 '에어컨 전기요금 절약방법', '강수량 체감 수준 정리', '텀블러 세척법' 등 생활 정보 전달에 집중하고 있었다.

'브랜디드 콘텐츠' 통한 수익 창출 노력, “틱톡에도 유효”

▲ 사진=디지털 뉴스리포트 2022,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숏폼'의 낮은 수익성 지적에 담당자들은 '브랜디드 콘텐츠'를 통한 수익 다각화 방안을 내놨다. 유튜브 등 콘텐츠 안에 자연스럽게 제품을 녹여 홍보하는 마케팅 기법이 숏폼 등 틱톡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다. 언론사 타이틀을 달면 이 같은 수익 방안이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지만 '버티컬 브랜드'에선 새로운 수익 창구가 될 수 있다.

이윤석 JTBC 팀장은 “사실 언론사가 버티컬 미디어에 힘을 주는 이유는 '브랜디드 콘텐츠'로 광고 흐름이 넘어가는 것이 크다. 회사 이름이 달린 공식 계정에서는 그러한 콘텐츠 제작이 거의 불가능하니 완전히 버티컬 미디어를 만들어서 수익화를 하는 상황”이라 말했다. 김도성 한겨레 제작부장은 “기존에 하던 것처럼 유튜브 수익으로 제작비를 충당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기업을 상대로 영업해 브랜디드 콘텐츠로 수익을 내보자는 모델이었다”고 말했다.

김도성 한겨레 제작부장은 “조회수가 잘 나온다면 틱톡도 자체 수익으로 유지가 가능하다. 실제로 수백만원 상당의 계약도 몇 차례 했었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는 데 거부감이 없는 Z세대(1996년~2010년)가 지갑은 얇지만 구매력이 있어 B2C(business to consumer)를 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선 주요 고객”이라고 했다.

▲ 브랜디드 콘텐츠를 공개 모집하는 틱톡 광고. 사진=틱톡 영상 갈무리.

'브랜디드 콘텐츠'가 대세라고 해도 아직 언론사에겐 포털, 지면 광고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뉴스 중심인 언론사가 숏폼에 적극 투자를 할 수 있을까. 한 방송사 관계자는 틱톡 전략이 부족한 이유에 “영향력과 수익성을 모두 챙겨야 하는 입장에선 사례가 부족한 틱톡에 많은 자원을 배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윤석 JTBC 팀장은 “대부분의 언론사가 소수에 의존하고 있다. 한 명이 지쳐서 떠나버리면 채널 자체가 없어지는 악순환”이라며 “멈추는 일 없게 연속성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AI를 도입했다. 현재 오디오는 100% AI를 쓰고 있고, 원고 작성도 챗GPT 등을 활용하고 있다. 아직 영상 편집은 AI가 미숙해 사람이 하고 있지만 점차 AI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미래 방향인데 인원 변경이 있더라도 이 제작 시스템이 멈춰버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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