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암꽃게만 3일간 숙성 간장게장…밥도둑에 지갑 열리네

2023. 7. 15.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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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동의 ‘맛있는 노포’
사진 1
‘밥도둑’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음식이 간장게장이다. 게장은 간장·술·식초 등에 참게를 담가 숙성시켜 먹던 우리 고유음식으로 조선조 1600년대부터 기록에서 보이며 ‘게젓’이라고도 불렸다. 지금은 주로 꽃게로 담그는데 간장게장 맛은 좋은 꽃게에서 나온다. 서해안에 많이 서식하는 꽃게는 수심 20~30m 모래바닥에서 통발을 이용해 잡는데 알이 꽉 찬 암꽃게가 인기다. 7~8월 금어기가 되기 전 4~6월에 잡은 꽃게를 급속 냉동해 연중 요리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간장게장으로 이름난 가게는 서울 신사역 부근 가게들과 북촌 ‘큰기와집’ 등 여러 곳이 있지만 오늘은 필자가 오랫동안 다닌 공덕동 마포경찰서 건너편 ‘진미식당’(사진1)을 소개한다. 여 사장님은 서산 고북 분이신데 2003년 마포경찰서 뒤편에서 처음 개업했다. 메뉴는 게장정식(사진2) 한 가지. 서울 가게는 이제 아들·딸이 거의 맡아 하고 사장님은 논산 본가에서 꽃게구입과 김치를 비롯한 밑반찬 준비 등으로 여념이 없으시다.

사진 2
이집에선 서해안 최상급 암꽃게만을 쓰는데 산란기에 잡아 급속냉동한 후 한 번 더 물을 뿌려 코팅하듯이 얼려서 쓴다. 진간장에 떨어진 꽃게다리를 비롯해 청양고추·생강·양파·무·대파 등과 물을 더해 끓여 식힌 후 꽃게에 붓고 3일간 숙성하며 매일 간장을 다시 끓여 부어 간을 맞춘다.

간장게장정식에는 청양고추와 통깨가 뿌려진 꽃게가 1인당 1마리씩 먹기 좋게 손질돼 나온다. 게 알이 듬뿍 든 몸통을 한입 베어 물면 감칠맛 나는 게살과 게 알을 함께 즐길 수 있다. 게 뚜껑에도 게 알이 풍성하게 있어 밥을 얹어 게장국물과 함께 자박하게 비비면 게장의 진미를 맛보게 된다.

계란찜·김·감태·낙지젓갈 등 각종 반찬과 함께 ‘게국지’도 나온다. 게국지는 호박을 많이 넣어 담근 김장김치(묵은지)에 간장게장 부산물을 넣고 슴슴하게 끓인 것으로 별미다. 원래 게국지는 흔한 게와 새우 등을 갈거나 토막 내어 김장철에 담아 삭힌 후 김치찌개처럼 끓여먹는 음식이다. 특유의 향으로 경험 없는 외지인들은 먹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이곳의 게국지는 순한 맛으로 변형시킨 것이다. 향 짙은 토속 게국지와는 조금 다르지만 나름 정감 있는 맛이다.

1인 정식이 4만5000원으로 다소 가격이 있는데 워낙 꽃게 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꽃게 생산은 줄고, 서해안 꽃게 경매장에 중국 상인들이 가세하면서 가격이 올랐다고 한다. 예약손님만 받는데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다. 값이 좀 부담되지만, 큰 맘 먹고 한 끼 식사의 행복을 즐길 수 있는 메뉴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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