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묀히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산장에서 오르는 산

신준범 2023. 7. 14. 07: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묀히 등반 정보]
아이거·융프라우와 함께 3대 미봉
묀히요흐산장에서 본 알레취빙하의 만년설원과 스위스 알프스 풍경. 등반을 하지 않더라도 역에서 1시간만 걸으면 스위스 산장을 체험할 수 있다

최고의 환경에서 최적의 등반을 할 수 있다. 4,000m대 고산등반을 체험할 수 있는 여건이 세계에서 가장 편리한 곳이다. 특히 2020년 개통한 최신 '아이거 익스프레스' 고속 곤돌라를 타면, 해발 1,400m를 40초 만에 오를 수 있다. 알피니즘이 시작된 도전의 벽, 아이거 북벽을 아이맥스 영화를 보듯 하늘에서 감상하며 오를 수 있다.

유럽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기차역 융프라우요흐역(3,454m)에서 제설차가 닦아놓은 눈길을 따라 1.7km 1시간을 걸으면 묀히요흐산장(3,657m)에 닿는다.

고소 적응과 스위스 산장 체험으로 1박 하고, 다음날 아침 묀히Mönch(4,107m)를 오른다. 스위스 산악 가이드를 고용해야 등반할 수 있다. 산장에서 역 방향으로 400m 되돌아가면 남동릉 루트가 시작되는 바윗길 입구에 닿는다. 초반 5m에는 철제 사다리가 박혀 있다. 등반 시 필요 없는 장비는 산장의 물품 보관 박스에 넣어 두거나 출발 지점 곁에 두고 간다. 관광객이 다니는 눈길에서 50m 정도 떨어져 있어 가이드를 동반한 등반팀만 갈 수 있다. 참고로 여기선 독일어를 많이 쓰는데 묀히(수도승)를 "멍크Mönch"라고 발음한다.

스키와 스키부츠를 조이는 드라이버.

우리나라의 한국산악회나 대한산악연맹 같은 역할을 하는 스위스 알펜 클럽SAC은 묀히 등반에 대해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융프라우요흐역에서 쉽게 오를 수 있는 인기 등반지이다. 이 산은 계속해서 과소평가되고 있다. 수많은 치명적인 사고는 묀히가 경험이 부족한 산악인을 위한 훈련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 준다.'

아이거, 융프라우와 함께 3대 미봉으로 꼽히며, 3개 산 중에서 등정이 가장 쉽지만 위험성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반 초보자들의 입문용 고산으로 인기를 얻는 것은 남동릉 출발 지점에서 정상까지 1.3km만 오르면 되기 때문. 3시간 정도면 정상에 닿는다.

산장 입구의 장비 보관소. 크램폰과 스틱 등의 장비를 여기서 착용하고 보관한다.

만만히 보기 어려운 것이, 정비된 등산로는 전혀 없으며, 조금만 방심하거나 발이 꼬이는 실수로 수백m를 추락할 수 있다. 암릉 구간이나 설릉을 오르는 데 등반기술이 필요한 건 아니라서, 암벽·빙벽 등반 경험이 없어도 오를 수 있다. 다만 충분한 산행 경험이 있어야 고도감에 위축되지 않고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등반에 필수적인 장비

필수 장비는 하네스, 헬멧, 크램폰, 로프, 선글라스, 잠금 카라비너 한 개, 아이스엑스, 크램폰 착용 가능한 중등산화 혹은 빙벽용 이중화 등이다. 높이 조절 가능한 스틱을 이용하면 운행 자체는 더 편하지만, 설사면에서 추락 시 정지하는 등의 안전을 위해 아이스엑스(피켈)가 필수 장비로 꼽힌다.

등산화를 제외한 모든 장비는 대여 가능하다. 주요 대여 장비는 하네스, 헬멧, 아이스엑스, 크램폰이며 로프는 가이드가 가져온다. 스위스 산악 가이드가 최대한 안전을 신경 써서 이끌어준다. 남동릉 입구에 지키는 사람은 없지만, 외국인은 가이드를 고용해야 등반 가능하다. 장비 대여 매장은 인터라켄에 있으며, 미리 신청하면 융프라우요흐역 혹은 묀히요흐산장까지 가이드가 대여 장비를 가져온다.

장비 대여 및 가이드 신청: outdoor.ch/en/outdoor-activities/moench

스위스 산악가이드 신청 사이트인 '스위스 아웃도어'에는 묀히 등반에 필요한 등반자의 수준을 이렇게 적어놓았다. Experience Level경험 척도: Advanced Beginner고급 초보자 아마 워킹산행 경험은 많지만 고산등반은 처음인 사람 정도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1일 묀히 등반 가이드 비용은 1인당 495스위스프랑(70만 원)이다.

등반은 남동릉으로 올라갔다가 온 길로 다시 내려오는 편도 왕복 (2.6km)이다. 좁은 능선에서 다른 등반자들과 마주쳤을 때 주의해야 한다. 내려가는 쪽이 양보해야 한다거나 하는 불문율은 없으며, 가이드의 별다른 지시가 없으면 그냥 진행하면 된다.

산장 식당의 카운터. 하루 세 끼 요리를 하는, 음식과 술이 나오는 곳이다.

하산 시 크램폰이 바짓단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여름에도 만년설이 있는 곳으로, 장갑은 여유분을 준비해야 한다. 다만 하산까지 5~6시간이면 끝나고, 급경사이므로 배낭은 25~40리터 정도에 최대한 가벼운 장비를 준비해야 유리하다. 쉼터라 할 만한 곳이 없으므로, 운행 중 빨아 마실 수 있는 호스가 있는 수낭을 준비하는 것이 유리하다.

고도가 있어 한여름에도 엄청 덥진 않지만 방수방풍 재킷은 필수다. 긴 바지가 필수이며 겨울 바지나 오버트라우저(방수바지)를 준비할 필요는 없다. 열이 많다면 여름 바지, 추위를 탄다면 삼계절용 바지로도 충분하다. 다만 등산화는 빙벽용 이중화가 없다면, 크램폰을 착용할 수 있는 중등산화가 있어야 한다. 마인들 히말라야, 한바그 알래스카 급의 제대로 된 중등산화 없이는 어렵다. 쌓인 눈에 반사되는 햇살이 강하므로 선글라스를 반드시 준비해야 하며, 눈 옆까지 완전히 차단해 주는 등산용 혹은 스포츠용 선글라스를 껴야 한다.

나무로 된 1~2층 침상에 이불이 깔려 있다. 저녁 6시까지 도착해야 하며, 도착 순서대로 방과 자리를 배정해준다.

빠르게 먹을 수 있고, 바로 힘을 낼 수 있는 에너지젤 같은 것을 준비해야 한다. 가능한 빠르게 올랐다가 하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가장 안락한 쉼터는 남동릉 500m 올랐을 때 만나는 강우 측정기(철제 시설물)다.

고도감 세고 가파르지만, 기술적으로 어려운 구간은 없다. 다만 실수는 곧 추락이므로 매순간 집중해야 한다. 정상 직전의 낭떠러지 설릉이 위험하지만 신중히 한 발씩 디디면 지날 수 있다. 정상은 아무런 표식이 없지만 3개 능선의 정점이므로 닿으면 정상임을 알 수 있다. 정상도 급비탈의 좁은 설사면이라 사진 찍을 때 주의해야 한다. 남동릉이 아닌 다른 하산 코스도 있으나 거리가 길고 난이도가 높아 가이드와 상의해서 코스를 결정해야 한다.

고산증세는 어지러움, 두통, 소화불량, 메스꺼움 등이다. 증상이 있을 경우 멈춰서 크게 심호흡을 하면 보통 1~2분 이내에 증상이 사라진다. 가급적 평소 활동량의 절반만 한다는 생각으로 활동량을 줄이는 것이 좋다. 맥주나 술보다는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다. 시간이 흘렀는데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고도를 낮춰야 한다.

저녁 6시 30분이 되면 숙박객들이 모두 모여 테이블별로 저녁 식사를 한다. 단일 메뉴로 스프나 샐러드, 메인요리와 디저트가 나온다. 숙박객의 8할은 스위스 등반가이며 나머지는 미국과 유럽에서 온 이들이다. 동양인은 대부분 점심 식사만 하고 역으로 돌아간다.

묀히요흐산장 이용법

융프라우요흐역에서 만년설원을 따라 1시간(1.7km) 걸으면 닿는다. 제설차가 닦아놓은 눈길을 걷는 코스라 산책 수준의 산행이다. 다만 열차로 급하게 고도를 높여서 올라온 탓에 약간의 어지러움증을 동반한 고소증세가 생길 수 있다. 머리가 아플 때는 잠깐 멈춰서 심호흡을 하면 회복된다. 평소 산행보다 느리게 걷는 것이 중요하다.

묀히를 비롯한 주변 산 등반과 스키를 즐기려는 이들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한다. 관광객들이 산장까지 걸어와서 커피나 식사를 하고 융프라우요흐역으로 돌아가는 코스도 인기 있다. 식당은 2층에 있으며 산장은 아이젠이나 스틱을 분리하고 들어가야 한다. 산장 식당에서는 와인, 맥주, 커피를 비롯한 다양한 스위스 음식을 판매한다. 아침 식사와 점심 식사(11:30~15:00), 저녁 식사를 판매하며 전날 저녁에 미리 예약하면 아침에 도시락(샌드위치)을 포장해 준다.

여러 개의 방이 1~3층에 나뉘어 있으며 방마다 10~30여 명이 묵을 수 있다. 목재로 된 2층 침상 구조이며 이불과 베개가 구비되어 있다. 총 120명이 묵을 수 있다. 남녀가 같이 방을 쓰도록 되어 있어 보통 일행은 성별 구분 없이 자리를 붙여서 준다.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해야 한다. 숙박은 전날 저녁 6시까지만 온라인 예약이 가능하며 SAC스위스 알펜클럽 회원이 아니더라도 로그인 없이 게스트로 예약 가능하다. 오후 6시 이후 당일 숙박 예약은 전화로 문의해야 한다. 전화 +41 33 971 34 72 홈페이지 moenchsjoch.ch

숙박객을 위한 저녁 식사(18시30분)는 단일 메뉴로 수프 혹은 샐러드, 메인 코스 요리, 디저트가 제공된다. 산장 도착이 늦어질 경우 전화해야 한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스위스 산악 가이드와 동행해 산장에 도착하는데, 18시 정각에 모든 산악가이드는 식당에 모여서 와인 한잔을 마시는 시간을 갖는다. 인사도 하고 등반과 날씨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다.

아침식사는 오전 5시 30분부터 7시까지 가능하며 날씨에 따라 시간은 조정된다. 빵과 잼, 치즈, 요구르트, 차가운 고기, 주스, 커피, 차 등이 뷔페식으로 제공된다. 1박 이용료는 78스위스프랑(11만 원)이며, 저녁식사와 아침식사가 포함되어 있다. 물은 만년설을 녹인 것이며, 빈 페트병에 담는 방식으로 식수를 판매한다. 10분마다 사진을 찍는 카메라가 산장 지붕에 설치되어 있어 날씨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moenchsjochhuette.roundshot.com

스위스 등반 지도: sac-cas.ch/de/huetten-und-touren/sac-tourenportal/1194

얀 루켓

interview

"이렇게 높은 고도에 온 가족 올 수 있는 곳 흔치 않아"

산장지기 얀 루켓Yann Roukt

Q

묀히요흐산장을 소개하면?

A

1979년 지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3,657m에 자리한 산장이다. 개인 산장이 아닌, 그린델발트 마을의 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산장이다. 보통 4~10월까지 문을 열고, 성수기인 7~8월에는 8명의 직원이, 비수기에는 4명의 직원이 일한다. 손님 절반은 식사와 차만 마시고 곧장 역으로 돌아가는 관광객이며, 절반은 숙박 손님이다. 보통 다음날 스키를 타거나 등반을 하거나 하이킹을 즐기는 이들이다. 한국 손님은 관광객이 대부분이라 식사만 하고 간다.

Q

가장 인기 있는 요리는?

A 감자, 치즈, 베이컨, 마카로니가 다 들어간 스위스 요리.

Q

산장의 에너지원은? 쓰레기 처리는?

A

태양열로 에너지를 충당해 친환경적이다. 쓰레기는 한 달에 두 번 헬기에 실어 보낸다. 식재료는 틈틈이 헬기를 통해 운반한다.

Q

산장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A

많은 음식을 요리해 만들고, 저녁식사로 낼 요리를 구상하는 것이 어렵다.

Q

산장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은?

A

매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게 재미있다.

Q

등반도 하나? 산장이 문을 닫는 비시즌에는 무엇을 하나?

A

미털레기 능선으로 아이거를 올랐다. 등반을 즐긴다. 비시즌에는 헬리콥터회사에서 일한다.

Q

산장을 잘 이용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A

하룻밤으로는 부족하다. 이틀 숙박을 하며 낮과 밤을 지켜보라. 아름답다. 처음 오면 피곤하다. 열차로 고도를 빠르게 올렸기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하룻밤 자면서 쉬고, 스위스 요리 먹으면서 쉬고. 여유 있는 시간을 가져라. 특히 새벽 5시 30분쯤 일출을 보면 좋다. 고도가 높은데도 온 가족을 동반해 쉽게 올 수 있는 이런 곳은 흔치 않다. 등반을 하지 않더라도 하룻밤 묵는 것만으로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월간산 7월호 기사입니다.

Copyright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