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샤워실… 주말까지 충남·전북에 400㎜ 비

박상현 기자 2023. 7. 14.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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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충북·강원엔 300㎜

강하게 발달한 장마전선이 13일 한반도에 진입하며 전국에 많은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14일부터는 장마전선이 한반도를 남북으로 오르내리며 최소 일주일간 많은 비를 쏟아낼 전망이다.

장마전선이 전국에 많은 비를 뿌리기 시작한 13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일대 도로 곳곳이 물에 잠긴 가운데, 택시에서 내린 한 승객이 황급히 인도 위로 뛰어오르고 있다. 14일부터는 장마전선이 한반도를 남북으로 오르내리며 최소 일주일간 많은 비가 쏟아질 전망이다. /연합뉴스

기상청은 15일까지 장마전선이 남북으로 진동하면서 전국에 강하고 많은 비를 뿌리겠다고 13일 밝혔다. 13~15일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 100~300㎜, 충남·전북권 100~400㎜, 충북·경북·강원권 100~300㎜, 전남권 50~200㎜, 영남권 50~150㎜, 제주도 5~60㎜ 등이다. 14일 오전과 14일 밤 이후 수도권과 강원권엔 시간당 30~80㎜ 집중호우가 퍼붓겠다. 13일 밤 9시 기준 수도권 전역에 호우 경보가 내려졌다.

이번 장마전선은 20일까지 폭우를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16~17일은 전국, 18일은 중부지방, 19일은 충청권과 남부 지방, 20일은 전남·경남·제주도를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리겠다. 21일 이후에도 장마전선이 한반도 주변에 머물 가능성이 적지 않아 장맛비가 더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래픽=김성규

지난 6월 25일 시작된 올해 장마는 이달 12일까지 전국에 평균 316.8㎜의 비를 뿌렸다. 우리나라 여름철(6~8월) 중 가장 많은 비가 내리는 7월의 평년 강수량(1991~2020년)이 288.5㎜다. 불과 18일 만에 7월 한 달간 내리는 비보다 더 많은 양을 기록한 것이다. 지금까진 주로 남부 지방에 집중됐다. 장마 시작일부터 13일 오후 3시까지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 찍힌 누적 강수량을 보면, 광주광역시에 638.7㎜가 내렸다. 전북 남원(630.5㎜), 경북 영주(640㎜), 전남 구례(608㎜) 등에도 많은 비가 내렸다.

이번엔 중부지방의 비 피해가 우려된다. 지난 11일 게릴라성 호우로 서울 동작구·구로구에 이미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가 처음 발송됐다. 작년 8월 8일 시간당 141.5㎜의 비가 내리기도 했던 동작구엔 최근 391.5㎜의 비가 내렸다. 작년 침수 피해가 컸던 강남구에도 326.5㎜가 쏟아졌다. 장마전선이 21일 이후에도 한반도 주변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장맛비는 더 길어질 전망이다. 평년 장마 기간은 중부지방이 6월 25일부터 7월 26일, 남부 지방이 6월 23일부터 7월 24일, 제주도가 6월 19일부터 7월 20일까지다.

그래픽=김성규

현재 한반도 전역이 ‘샤워실’이라면, 제주도는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에 들면서 ‘사우나’에 갇힌 듯 덥겠다. 비와 함께 고온다습한 바람이 불며 기온을 높이겠다. 보통 장마가 끝나고 북태평양고기압이 세력을 넓혀 우리나라를 뒤덮으면 찜통같은 한여름 무더위가 시작된다. 제주는 이미 한여름 초입에 들어선 셈이다. 13일 제주도엔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비가 내릴 땐 열기가 잠시 식지만 그치면 습도가 높아 최고 체감 기온이 33도 이상 치솟겠다. 비구름이 밤사이 식어야 할 열기를 가두면서 열대야(熱帶夜·최저기온 25도 이상)가 나타나는 곳도 있겠다.

올여름 많은 비는 일찍이 예고됐다. 4년 만에 ‘엘니뇨’가 발달하며 현재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3~4도쯤 높고, 이례적으로 서태평양 해수면 온도까지 0.5~1도쯤 덩달아 오르면서 태평양이 ‘통째로’ 뜨거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바닷물이 뜨거울수록 수증기 양이 증가해 비구름의 덩치를 키우게 된다.

장마가 끝나고 찾아올 폭염도 혹독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기온 상승을 이끄는 동인도양과 필리핀해의 해수면 온도가 올봄부터 평년을 상회하기 시작한 이후 아직 떨어지지 않고 있다. 극단적 폭우와 폭염이 여름철 일상적 날씨가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온대 기후인 우리나라는 기후변화 여파로 동남아 같은 아열대 기후 특성이 나타나고 있다. 겨울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는 전형적 지구온난화 양상도 보이고 있다. 최남단 제주도는 이미 계절적으로 ‘겨울’이 사라졌다. 겨울이 사라진 도시는 현재 우리나라에 제주도가 유일하다.

기상청 기후정보포털에 따르면, 제주도는 1991~2000년 이미 계절적 의미의 겨울이 없었다. 겨울은 ‘일 평균 기온이 5도 아래로 내려간 후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을 시작으로 본다. 그런데 제주도는 이런 겨울이 없어졌다. 남부 지방도 겨울이 짧아지고 있다. 1900년대 기상관측을 시작한 부산의 경우 1905~1910년 평균 87일이던 겨울이 2011~2020년에는 53일로 총 34일이 줄었다. 전국에 기상관측망이 설치된 1970년대부터 보면 영남권에선 남해가 84일에서 75일로, 통영이 69일에서 67일로 줄었다. 호남권에선 여수가 79일에서 70일로, 장흥이 96일에서 84일로 감소했다.

다만 한반도가 아열대로 돌아섰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기온은 올라가지만 강수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11일 서울에 내린 시간당 72㎜ ‘게릴라성 호우’는 동남아의 스콜(squall)과 양상은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기상 현상이다. 게릴라성 호우는 고온다습한 공기와 한랭건조한 공기가 충돌해 형성한 비구름대가 비를 쏟아낸 것이다. 반면 스콜은 내륙에서 증발한 수증기만으로 만들어진 비구름대가 규칙적인 비를 뿌리는 것이다. 지금 한반도는 아열대가 아닌 ‘제3의 기후대’를 맞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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