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역전세난?…현실화 가능성은 '글쎄'
"정부 대출규제 완화로 전세보증금 상환 여력 확대"
[아이뉴스24 안다솜 기자] 하반기 역전세난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으나 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폭발적으로 확산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60% 적용 등 선제적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해 임대인들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가능성이 줄어든 상황이어서다. 아울러 임대차 계약 갱신 2~3개월 전 역월세 제안 또는 급매 등 보증금 미반환을 예방하기 위해 임대인이 해결책 마련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점도 작용한다.
13일 종합 프롭테크 기업 '직방'이 전세 계약기간을 2년으로 간주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계약이 만료되는 2021년 하반기 전국 주택전세거래 총액은 149조800만원에 달한다. 2024년 상반기 계약이 만료되는 2022년 상반기 전세거래 총액은 153조900만원이다. 향후 1년간 전국의 전세계약이 만료되는 보증금 규모가 300조원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는 2011년 실거래가 공개 이후 집계된 거래액으로는 최고치다.
주택유형별로 보면, 2021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 전세거래 총액은 아파트가 228조3천800만원으로 전체 전세거래 총액의 75.6%를 차지한다. 이어 연립·다세대 33조4천200만원, 단독·다가구 22조8천100만원, 오피스텔 17조5천600만원에 이른다.
이에 부동산 시장에선 대규모 역전세난이 심화하며 보증금 반환을 못하는 사례가 급증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부동산 커뮤니티 등을 살펴보면 "집주인 등기부 등본을 자주 떼어보며 담보대출을 새로 받았는지 확인해 보고 있다"라거나 "보증금을 못 돌려받을까봐 걱정된다"는 등의 목소리들이 적지 않다.
이런 시각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보증금 미반환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나 경제적 파급이 통제 불가능 수준으로 커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은행의 분석을 보면 임대인의 보유 자산 규모 및 차입능력 등을 감안할 때 전반적 보증금 반환능력이 대체로 양호하다. 임대 가구의 보증금 반환능력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2023년 말 전세가격이 지난해 3월 대비 10∼20% 하락할 경우에도 전세 임대 가구(116만7천가구)의 대다수가 보유 금융자산과 추가 차입 등을 통해 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 것이다. 차입 후에도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가구 비중은 약 4.1∼7.6%(4만8천∼8만8천가구)로 추정됐다.
김성환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일부 임대인들은 세입자에게 미지급 전세보증금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특례보금자리론, 전세자금 대출, 전세자금 반환 대출 취급액을 봤을 땐 임대인들이 여전히 대출을 받아서라도 세입자들에겐 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대출제도 전환 역시 역전세 대란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보증금 반환기일이 도래한 역전세 상황에 처한 집주인에게 이달 말부터 1년간 대출 규제를 완화해 주기로 했다. 기존 적용되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대신 DTI 60%를 적용하게 된다.
예를 들어 연소득이 7천만원, 30년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의 주택담보대출 3억원(금리 4.5%), 연 5.5% 금리로 신용대출 6천만원의 대출이 있는 사람의 현재 DSR은 39.34%로 DSR 40% 규제 적용 시 추가 대출이 어렵다. 그런데 DTI로 계산하면 47.91%로 정부가 발표한 DTI 60% 적용 시 약 1억3천만원의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부 대책과 역월세 등으로 역전세난 문제가 심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보통 계약만료 2~3개월 전에 갱신 여부를 결정한다"며 "이미 집주인과 세입자가 역월세를 주든 하는 방식 등으로 어느 정도 해결된 사례가 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정부가 전향적으로 대출 규제를 풀어 전세금 반환 대출 여력을 확대했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할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다"며 "우려되는 부분은 임대인이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돌려주다 보니 가계부채 규모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선순위 저당권이 잡히면 세입자들은 전세보다 월세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고 집주인들은 대출 이자 등을 내기 위해 월세 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보면, 사람들이 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해 월세 가격이 오르게 되면 내년 쯤엔 다시 전셋값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부연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센터 부동산팀장은 "역전세 문제가 하방압력 요인이긴 하지만 시장에서 우려하는 만큼의 수준은 아니다"라며 "전체적으로 대출규제도 완화해 폭탄처럼 영향을 줄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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