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XT와 조나스브라더스의 특급 콜라보의 의미

아이즈 ize 김성대(대중음악 평론가) 2023. 7. 1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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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김성대(대중음악 평론가)

사진=빅히트뮤직

1991년. 팝 스타 조지 마이클이 두 번째 단독 투어 공연 'Cover to Cover'를 돌고 있었다. 그리고 3월 23일, 그 일환이었던 웸블리 아레나 공연에서 특별한 손님이 출연했으니 바로 'Don't Let the Sun Go Down on Me'를 작곡하고 부른 엘튼 존이었다. 같은 곡 1절을 조지 마이클 혼자 다 부르고 2절로 들어갈 찰나 조지가 외친다. "여러분, 엘튼 존입니다!" 원작자의 출연에 놀란 관중들은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보냈고 두 사람은 곡이 끝날 때까지 한 무대에서 듀엣으로 열창했다. 이처럼 콘서트에서 게스트는 깜짝 등장일 때 더 빛이 나고 감동도 배가된다. 이는 비단 라이브 무대에서 뿐만 아니다. 뮤직비디오에서도 마찬가지다.

얼마전 흥미로운 영상이 하나 공개됐다. 미국의 형제 보이밴드 조나스 브라더스와 한국의 보이밴드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가 협업한 버블검 팝 트랙 'Do It Like That' 뮤직비디오였다. '롤링스톤'은 영상 머리에서 클래퍼보드로 밝힌 이 조합을 '8인조 슈퍼그룹'으로 표현했다. 비욘세부터 유투, 폴 맥카트니, 테일러 스위프트, 블랙핑크, 아델, 릴 나스 엑스 등 쟁쟁한 뮤지션들과 작업해온 라이언 테더가 프로듀싱 한 이 곡은 전인류가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쉬운 코러스와 인류 공용어인 영어 가사 등 글로벌 지향 싱글이란 점에서 마치 TXT식 'Dynamite'처럼도 들렸다.

달달한 멜로디와 펑키한 비트, 묵직한 베이스 라인이라는 모던팝 공식을 망라한 곡의 뮤직비디오는 닉, 조, 케빈 조나스가 춤추는 밴드 콘셉트로 한 명씩 등장하며 문을 연다. 서두에서 다룬 이야기로 치자면 조나스 브라더스는 조지 마이클인 셈이다. 그렇다면 엘튼 존은 TXT의 몫이 되리란 얘긴데, 연준이 대뜸 화면을 채우며 전하는 임팩트가 증명하듯 역시나 뒤에 등장하는 쪽이 더 극적인 느낌을 주는 건 뮤비도 콘서트 게스트 공식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참새 발자국마저 잡아낼 듯 새하얀 사운드스테이지에서 긍정과 행복으로 똘똘 뭉친 동작 하나하나는 마치 '틱톡(TikTok) 챌린지'를 노리는 것처럼 선명하고 반복적이다. 또한 미끄러지는 화면 전환, 클로즈업과 풀숏을 교차시킨 편집 및 멤버들의 동선은 일련의 80~90년대 하이틴 팝 뮤직비디오를 떠올리게 한다.

사진=빅히트뮤직

과거엔 뉴스에서 다뤘을 법한 해외 유명 뮤지션과 국내 아티스트의 콜라보가 이젠 놀이처럼 서로가 서로를 찾아 어울리는 모양새다. 분명 격세지감을 갖게 하는 흥분되는 현상임에도 만사란 것이 또 익숙해지면 무감해지게 마련이라 사람들은 언젠가부터 국외 가수들의 피처링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80년대 마돈나와 김완선이, 90년대 듀스와 MC해머가 콜라보를 하는 모양새라고 하면 이 상황의 가치를 조금은 드러낼 수 있을까. 차이라면 저 가상의 조합이 동시대를 전제한 것인 반면 조나스 브라더스와 TXT는 데뷔(조나스 브라더스는 2005년, TXT는 2019년에 데뷔했다)에서만 무려 14년 차이가 나는 것 정도겠다.

케이팝 아티스트가 해외 아티스트와 콜라보 해온 역사는 조규찬이 브라이언 맥나이트와 함께 부른 'Thank You {For Saving My Life}'를 비롯해 보아의 'Eat You Up' 리믹스 버전에 플로 라이다(Flo Rida)가 피처링 한 사례 등 2000년대까지 거슬러 가지만 그 빈도나 밀도감에서 근래와 비교할 수준은 아니었다. 당장 떠오르는 것만 나열해도 BTS와 니키 미나즈의 'IDOL', 레이디 가가와 블랙 핑크의 'Sour Candy', 싸이와 스눕 독의 'Hangover', 지드래곤과 미시 엘리엇의 '닐리리야 (Niliria)', 두아 리파와 화사의 'Physical' 리믹스 버전, 씨엘이 참여한 블랙 아이드 피스의 'DOPENESS', 찰리 푸스와 정국의 'Left and Right', 기타리스트 나일 로저스가 함께 한 르세라핌의 'UNFORGIVEN' 등 그 수는 한 자리에서 헤아리기 벅찰 정도다.

사진=빅히트뮤직

다른 사람의 곡에 참여해 그 곡을 더 빛내거나 완성시키는 콜라보는 보통 아티스트 측 간 친분과 경영 상 전략에서 비롯한다. 특히 후자는 콜라보 할 사람(그룹)의 인기나 영향력을 척도로 삼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아마 블랙핑크와 BTS에게 끊임없이 타국 아티스트들이 러브콜을 날리는 이유일 것이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콜라보는 아티스트 당사자들 사이 예술적 공감, 소통을 전제로 한 것이다. 러브콜을 보낸다는 건 상대를 음악적으로 인정한다는 얘기이고 러브콜을 받아들이는 행위 역시 그 상대와 함께 할 마음이 있다는 뜻이다. 지금은 '레게 강 같은 평화'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스컬&하하가 7년 전 밥 말리의 아들 스티븐 말리에게 데모를 보내 2년 동안 콜라보를 끈질기게 요청한 경우가 그렇다. 데모를 보낸 쪽의 삼고초려 노력도 갸륵한 면이 있었겠지만 정작 데모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프로인 스티븐 말리 측이 협업 제안을 받아들였을 리는 없다. 이처럼 콜라보는 실현되면 훈훈하게 흘러가지만 성사되지 않으면 러브콜을 보낸 쪽 입장이 난처해지고 결과적으로 아무 것도 아닌 게 되어버려 그 자체는 매우 냉정한 비즈니스적 판단의 영역이기도 하다.

TXT는 미국 투어 때 'Do It Like That'을 접하고 꼭 여름에 발표하고 싶다는 의사를 비쳤다고 한다. 게다가 어린 시절 좋아한 보이밴드와 콜라보라니, 그들에겐 더 바랄 것 없는 조건이었을 게다. 허나 사실 한국 팬들은 해외 아티스트와 협업에 종종 이중감정을 갖는다. 마음으론 늘 케이팝의 글로벌화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론 케이팝은 '우리 것'이라는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비즈니스에 국경이란 없는 법. 어디까지나 프로 가수들의 다국적 콜라보는 서로의 경제적 예술적 이해타산 아래 따져 맺은 계약일뿐더러 케이팝 그룹, 솔로 가수들 입장에선 자신들이 그만한 기량을 갖추고 있다는 걸 세계에 증명할 기회이기도 하다. TXT와 조나스 브라더스도 예외일 수 없다. 국적은 존재의 구분이되 예술은 그 구분을 지운 지구인 모두의 것이다. 우린 그냥 그들의 심사숙고 끝에 나왔을 매끈한 결과물을 마음껏 즐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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