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만년 만에 가장 뜨거운 지구에 엘니뇨가 닥쳤다[딥다이브]
요즘 날씨가 이상합니다. 장마철이라서가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너무 뜨겁습니다. 지난주 목요일(6일)은 지구 평균 온도가 1979년부터 관측한 이래 가장 높은 날이었는데요. 두번째로 더운 날이 지난주 금요일(7일), 세번째는 수요일(5일)이었습니다. 확실히 이상하죠?
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
뜨거워도 너무 뜨거운 지구
미국 메인대학교의 기후재분석기(Climate Reanalyzer)는 1979년부터 현재까지 지구 지표면 2m 높이의 평균 기온을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위성 데이터와 지표면∙열기구 관측,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기반으로 산출하는데요. 지난 3일의 수치가 전 세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습니다. 처음으로 지구 평균 온도가 17도를 돌파(17.01도)해 ‘역사 상 가장 더운 날’ 기록을 새로 썼기 때문입니다.
기록적인 무더위는 세계 곳곳을 강타하고 있습니다. 베이징은 지난주 9일 연속 기온이 섭씨 35도를 넘어섰습니다. 1961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처음 있는 기록입니다. 미국에선 6월 말 텍사스 일부 지역을 불태운 무더위로 인해 수천명이 응급실에 실려갔습니다(12명은 사망). 멕시코는 치솟은 기온 때문에 올 3월 이후 최소 11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인도의 맹렬한 폭염은 비하르주 지역에서 44명을 사망케했고요. 캐나다의 전례 없는 대형 산불로 뉴욕까지 미세먼지에 뒤덮여야 했죠.
기후 변화에 있어 1.5도는 중요한 수치라는 얘기를 들어보신 적 있을 겁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각국은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보다 2도 이내, 가급적 1.5도만큼만 오르게 하자고 목표를 세웠으니까요. 그런데 지난달 초 EU의 코페르니쿠스 지구관측소 연구원들은 지구의 지표 기온이 처음으로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5도 상승한 것을 목격했습니다. 임계점에 다다른 겁니다. 독일 칼스루에공과대학의 하랄트 쿤스트만 교수는 “6월에 1.5도 임계점에 도달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우리는 오랜 기간 이 한도를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합니다.
12만년 전 온도를 넘어설까
기후 기록이 남아있는 건 1800년대부터이지만 과학자들은 나이테, 빙핵, 해양퇴적물, 산호초 같은 데이터로 더 길고 긴 시간의 기온도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이런 데이터를 종합해 봤을 때 “올해 7월은 약 12만 년 전의 간빙기 이후 역사상 가장 더운 달이 될 것”(독일 라이프치히대학의 카르스턴 하우스틴 박사의 가디언 인터뷰)이라고 합니다.
12만년 전 간빙기엔 해수면이 지금보다 30피트(9m) 정도 더 높았다고 하죠. 그런데 지금 속도대로 온난화가 계속 진행되면 금세기 중반에 12만년 전 수준에 도달합니다. 이번 세기말인 2100년이면 지금보다도 2.7도 더 지구가 뜨거워지고요. 그럼 어떻게 되냐고요? 국립기상과학원 표현을 빌리자면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모험의 세계에 들어가게 됩니다.” 과연 그래도 인류가 적응해 견딜 수 있을까요? 아무도 장담 못 할 일입니다.
그래서 결론은?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이야기입니다. 탄소배출을 줄여서 온난화 속도를 최대한 늦춰야죠. 기후과학자 제프 베라르델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불치병과 달리 우리는 문제와 해결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주의를 기울이고 신속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엘니뇨가 이제 막 돌아왔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지난 4일 엘니뇨 발생을 선언했습니다. 7~9월 엘니뇨가 발생해 올겨울 최소 중간급 이상으로 발달할 확률이 90%라고 전망했는데요. 무려 3년간 이어진 라니냐가 끝나고 4년 만에 엘니뇨가 돌아온 겁니다.
그럼 혹시 지금의 이 무더위 역시 엘니뇨 때문인 걸까요. 만약 그렇다면 기후위기 걱정을 좀 덜 수 있을 텐데요. 알아보니 약간의 영향은 있긴 하지만, 아직은 엘니뇨 탓을 하기엔 좀 이르다고 합니다. 태평양의 난류는 몇 달에 걸쳐 천천히 전 세계를 이동합니다. 이 난류가 성층권 제트기류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대서양과 유럽 기후까지 영향을 받는 건데요. 엘니뇨는 보통 9~12개월 이어지기 때문에 아마도 내년 여름까지 지속될 겁니다. 다시 말해 지금은 아직 시작일 뿐입니다. 엘니뇨로 인해 지구가 뜨거워지는 현상은 내년 여름이 절정일 수 있습니다.
엘니뇨의 경제 나비효과
동남아시아(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와 남부아시아(인도)는 강수량이 줄어 가뭄이 닥칠 수 있습니다. 이 지역은 보통 여름철 상승기류가 생겨서 비가 많이 오는데요. 엘니뇨는 이 지역 공기를 가라앉게 만들기 때문에 건조해집니다. 호주가 가뭄과 산불 위험이 커지는 것도 같은 이유이죠.
반면 아프리카 동부와 남미 일부는 비가 오히려 많이 와서 홍수를 걱정해야 합니다. 태평양 열대 저기압이 늘어나서 하와이엔 태풍이 몰아칠 수 있고요. 같은 미국에서도 지역별로 달라서, 미국 북부는 더 따뜻하고 건조해지지만 남부는 춥고 비가 많이 내리게 됩니다. 대신 대서양은 오히려 대기가 안정적으로 되어 허리케인 활동은 줄어들고요.
그 결과 엘니뇨는 세계 경제에 주기적으로 손해를 끼쳐왔습니다. 미국 다트머스대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82~83년 엘니뇨는 4조1000억 달러, 1997~98년 엘니뇨는 5조7000억 달러의 피해를 줬다고 하죠.
엘니뇨 영향권인 국가들은 잔뜩 긴장하고 있습니다. 콜롬비아는 엘니뇨에 대비해 천연가스 생산을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콜롬비아는 전력의 3분의 2 이상을 수력발전으로 공급하는데요. 엘니뇨로 가뭄이 들면 전력 생산에 어려움이 닥칠까봐 걱정하는 겁니다.
태국 정부는 엘니뇨 영향으로 올해 몬순 시즌에 전국 강우량이 평균보다 10% 줄어들 걸로 보고, 물 절약 비상계획 수립에 나섰습니다. 이미 농부들에게 “물을 절약하기 위해 2개 작물이 아닌 단일 작물로 재배하라”고 당부했고요. 노무라홀딩스의 유벤 파라쿠엘레스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태국은 대규모 식량 수출국이기 때문에 엘니뇨가 경제 성장의 큰 걱정거리”입니다. 엘니뇨로 가뭄이라도 닥치면 태국은 쌀 생산이 줄어서 GDP가 최대 0.2%포인트 감소하게 됩니다.
세계 2위 금 소비국 인도에선 엘니뇨로 금 수요가 줄어들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인도에서 금을 많이 사는 큰손은 대도시보다 농촌 지역에서 많이 사는데요. 엘니뇨로 가뭄이 들면 흉작 때문에 농부들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일부 분석가들은 원자재를 넘어 다른 소매 부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거라고 예상합니다. BMO 캐피탈 마켓의 사이먼 시겔 애널리스트는 CNN에 “코트∙그릴∙야외가구∙스웨터를 판매하는 소매업체는 자연이 그들에게 무엇을 던질지 예측해야 한다”고 설명하는데요. 여행 업계도 엘니뇨의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과학저널 애트모스피어에 따르면 과거 엘니뇨 기간 동안엔 미국 내 자연명소를 찾은 방문객 수가 상당히 감소했다고 하죠.
그럼 혹시 엘니뇨와 식품인플레이션을 투자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을까요. 대신증권은 최근 팜유 착유공장이나 농장을 소유한 기업에 투자할 만하다는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과거 엘니뇨 기간에 농산물 팜유 가격 상승률이 특히 높았기 때문입니다(19.2%). 팜유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글로벌 생산량의 대부분(83%)을 차지하는데요. 엘니뇨가 강해지는 4분기가 팜유 수확 시기와 맞물리다 보니 생산이 줄어들고 가격이 뛸 수 있다고 합니다.
반면 엘니뇨가 국제 곡물가격에 끼칠 영향은 라니냐(태평양 수온 하강이 특징)보다 작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나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엘니뇨 때문에 호주나 동남아는 곡물 생산량이 줄겠지만(강수량 감소), 미국 남부나 멕시코 지역은 오히려 늘기 때문에(강수량 증가) 상쇄가 되는 겁니다.
참고로 일각에서는 예전보다 엘니뇨가 잦아진 게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고 설명하는데요. 사실 명확한 과학적 증거는 없습니다. 오히려 반대의 연구결과(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엘니뇨가 줄어든다)도 있죠.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올해와 내년은 온난화와 엘니뇨가 겹치는 만큼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분간 세계 경제를 논할 땐 엘니뇨라는 키워드에 주목해야 할 겁니다. By. 딥다이브
엘니뇨가 나타나면 우리나라는 미세먼지가 잦아질 수 있다고 합니다. 겨울이 따뜻해지고요. 썩 반갑지 않은데요. 그나마 다행인 건 기후 예측이 갈수록 정교해져서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다는 거죠. 환경은 물론 산업과 투자의 관점에서도 기후 변화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
-지난주인 7월 6일이 관측 사상 역대 가장 지구가 더운 날이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나서 열사병과 산불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명확한 지구 온난화의 증거입니다.
-이런 속도대로라면 12만년 전 간빙기 때의 온도도 금세기 중반이면 넘어설지 모릅니다. 인류는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기온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특히 걱정인 건 이번 여름에 엘니뇨가 4년 만에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이미 설탕 가격이 오르는 등 식량 물가가 들썩입니다. 엘니뇨가 더 강해질 올해 말이나 내년엔 무더위도, 식품 인플레 현상도 더 극심해질 수 있습니다. 먼 나라 얘기 같은 엘니뇨 현상을 잘 지켜봐야 할 이유입니다.
https://www.donga.com/news/Newsletter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파출소 문 핥고 난동 부린 비키니 차림 여성들, 알고 보니…
- “내용보고 감동했다”…아이가 무인점포에 써놓고 간 쪽지는?
- “소름 끼친다” 최준희, 과거 외조모가 오빠에게 보낸 문자 공개
- 전남 방문한 한동훈 “물 들어오는 데 노 저을 사람 없어…절실한 상황”
- “차 빼달라”는 여성에 침뱉고 폭행한 전직 보디빌더 구속영장 기각 왜?
- 박원순 선대위원장 출신 교수 “나도 여제자 손목 잡아 격려”
- 故 최진실 딸, 외할머니 주거침입으로 신고 “손자가 봐달라고 했는데”
-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김여정, 돌연 말바꾼 이유
- 주차장서 레슬링 한 만취男들, 포르쉐 수리비 1500만원 나오자 “돈 없다”(영상)
-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휴가지 2위는 미국…1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