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까지 생각했는데... '엄마 김자인'이 쓴 새 역사, 30번째 金 '암벽여제는 살아있다'

안호근 기자 2023. 7. 1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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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우승 후 금메달을 들고 미소짓고 있는 김자인. /사진=올댓스포츠
김자인(왼쪽)이 10일 우승을 차지하고 남자 우승자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ISFC 홈페이지
'암벽 여제'라 불렸지만 세월은 거스를 수 없었다. 후배들이 치고 올라왔고 세계 무대 우승을 떠나 태극마크를 달지 못하는 일까지 겪었다. 모두가 끝을 생각하게 될 때쯤 김자인(35)이 또 한 번 사고를 쳤다.

김자인은 10일(한국시간) 프랑스 샤모니에서 열린 2023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월드컵 9차 대회 여자부 리드 결승에서 43+를 기록, 일본의 노노하 쿠미(38+)를 가볍게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2019년 10월 일본 인자이 월드컵 이후 4년 만이자 리드 부문 30번째 금메달. 김자인이 새 역사를 썼다.

김자인(오른쪽)과 서채현. /사진=김자인 인스타그램
김자인(왼쪽)과 딸 규아. /사진=김자인 인스타그램
승승장구 '암벽여제', 결혼 그리고 찾아온 규아의 축복... 그러나 선수로선 어두웠던 전망
김자인은 한국에서 스포츠클라이밍과 동의어나 마찬가지였다. 종목 자체가 생소했던 상황에서도 세계 무대에서 연일 희소식을 전했다. 2009년 11월 체코 브르노 월드컵 리드 종목에서 처음 금메달을 수확한 김자인은 이후 세계를 대표하는 '리드 1인자'로 떠올랐다.

리드는 높이 15m 경사의 인공암벽을 제한된 시간 내에 더 높이 올라야 하는 종목이다. 어려운 과제의 수행 여부가 핵심인 볼더링, 빠른 스피드를 겨루는 스피드 종목과 함께 스포츠클라이밍을 구성하는 종목으로 꼽힌다.

2012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선 한국 선수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고 2014년 히혼 세계선수권에서도 당당히 리드 종목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부상은 숙명과도 같았고 서채현 등이 빠르게 성장하며 내림세를 탔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복합 부문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으나 포인트가 부족해 2020 도쿄 올림픽에선 후배를 응원하는 해설위원에 만족해야 했다.

2015년 소방관 출신 국회의원 오영환과 결혼한 그는 2021년 딸 규아를 출산했다. 그러나 선수로선 끝이 보이는 듯 했다. 훈련 공백이 길어졌고 스스로도 올림픽 출전 꿈이 무산되며 은퇴를 고려하기까지 했다.

김자인. /사진=김자인 인스타그램
김자인. /사진=김자인 인스타그램
가족의 힘으로, 다시 일어선 김자인은 '살아 있는 역사'가 됐다
포기를 생각할 때 가족들이 큰 힘이 됐다. 다시 한 번 힘을 낸 김자인은 지난 4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비록 2명이 나서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권은 따내지 못했지만 다시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지난 9일 오후 열린 예선에서 첫 번째 루트를 완등한 그는 두 번째 루트에선 35+를 기록해 6위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에선 39+, 전체 4위로 결승에 나섰다.

10일 8명의 결승 진출자 중 5번째로 결승 루트에 오른 김자인은 다이나믹한 동작을 뽐내면서도 침착히 등반을 이어갔고 모두가 고전한 37,38번 홀드를 잡아내며 최종 43+를 기록했다. 2019년 이후 4년 만이자 엄마가 된 이후엔 처음으로 거머쥔 금메달이었다.

더불어 한 종목에서 월드컵 30개의 금메달을 수확한 것도 김자인이 최초다. 한국을 넘어 세계 스포츠클라이밍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쓴 김자인이다.

김자인. /사진=ISFC 공식 SNS
김자인이 당당히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올댓스포츠
김자인은 소속사인 올댓스포츠를 통해 "엄마로서 첫 메달이자 금메달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오히려 첫 금메달을 땄을 때보다 얼떨떨하다"며 "매 순간 소중한 마음으로 진심을 다했기에 받을 수 있었던 선물이었던 것 같다. 앞으로 남은 도전들도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IFSC에 따르면 김자인은 우승 후 "좋은 젊은 클라이머들이 많아서 금메달을 따게 될 줄은 정말 몰랐는데 그 사이에 서게 돼 기쁘다. 믿을 수 없는 놀라운 일"이라며 "내 딸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그렇게 된 것 같다. 지금은 침대에 누워있겠지만 한국에 돌아가면 메달을 주겠다"고 말했다.

비록 항저우 아시안게임엔 나서지 못하지만 내년 열릴 파리 올림픽을 목표로 나아갈 생각이다. 선수로서는 출산이라는 큰 벽 앞에 좌절하지 않았고 굵은 땀방울을 흘린 끝에 어느 때보다 값진 금메달을 목에 걸었기에 남은 커리어에 크나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8월이 중요하다. 2024 파리 올림픽 직행 출전권이 걸린 2023 베른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서지 못하는 만큼 이 대회 하나만을 바라보고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한편 함께 출전한 서채현(20)과 이도현(21)은 리드 부문에서 나란히 8위에 그쳤다. 김자인과 서채현은 뒤이어 14일부터 15일까지 프랑스 브리앙송에서 개최되는 IFSC 10차 월드컵에 출전해 2023 베른 세계선수권대회 전 마지막으로 감각을 끌어올린다.

김자인. /사진=김자인 인스타그램
김자인. /사진=김자인 인스타그램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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