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건'부터 '미션임파서블7'까지…톰 크루즈는 37년째 리즈다 [TEN리뷰]

이하늘 2023. 7. 10.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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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이하늘 기자]'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이하 '미션 임파서블 7')으로 우리 곁을 찾아온 배우 톰 크루즈.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액션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그는 팔색조의 얼굴을 가진 배우다. 풋풋하게 사랑을 고백하는 청년부터 실수를 저지르고 죄책감에 빠진 모습, 아내에 관한 망상으로 광기 있는 모습까지. 각기 다른 역할로 분한 톰 크루즈는 순진한 얼굴 뒤에 자리한 매력으로 스크린을 압도했다. 12일 개봉을 앞둔 '미션 임파셔블 7'을 기념해 극장에서는 톰 크루즈의 전작들 상영에 한창이다. 그 시절 우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톰 크루즈의 작품들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 작품들은 현재 극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영화 '탑건'(1987) 감독 토니 스콧

영화 '탑건' 공식 포스터.


노련한 파일럿 매버릭(톰 크루즈)이 나온 '탑건:매버릭'(2022/감독 조셉 코신스키) 이전엔 담대하지만 서툴렀던 매버릭이 처음 등장한 '탑건'(1987/감독 토니 스콧)이 있었다. 침착하게 제자들을 가르치는 모습과는 달리 젊은 매버릭은 바람을 가르며 자유자재로 비행하는 담대함과 길들지 않은 반항아적인 모습을 뽐냈다.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동료에게 덤벼들거나 좋아하는 여자의 집 창문을 넘어 들어갈 만큼 앞뒤 안 가리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도로 위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모습은 그 시절 관객들의 마음을 훔친 대표적인 장면 중 하나다.

'탑건'의 내용은 이렇다. 해군 최신 전투기 F-14기를 모는 젊은 조종사 매버릭 대위는 최정예 전투기 조종사를 양성하는 '탑건' 훈련학교에 입학하고 불의의 사고로 비행 중 파트너 구즈(안소니 에드워즈)가 목숨을 잃는다. 실의에 빠진 매버릭은 하늘 위에서 조종하는 일에 트라우마를 갖게 되면서 모든 것을 포기할 마음을 갖는다. 교육을 담당하던 항공물리학 전문가 찰리(켈리 맥길리스)와의 사랑에도 점차 금이 가면서 방황하는 매버릭의 모습이 영화 속에 담겨있다. 선글라스를 얼굴에 얹어 표정을 감춘 톰 크루즈의 섬세한 연기와 제복을 입고 걸어가면서 표출한 감정들은 매버릭을 설명하는 하나의 단서가 된다.

앳된 얼굴의 톰 크루즈는 말 그대로 길들지 않은 야생마와 같은 야성을 선보인다. 일그러진 얼굴과 흩날리는 머리는 하늘 위에서 극한의 상황까지 밀어붙이는 매버릭의 인장과도 같다. 좁은 전투기 안에서 폭발하는 에너지는 가히 놀랍다. 적군 전투기와 맞붙는 시퀀스는 그것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적군이 발사한 스치듯 지나친 총알과 포물선을 그리는 전투기들과 이탈하는 매버릭은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동료를 남겨둘 수 없어"라며 팀원들을 챙기는 매버릭의 모습은 한층 성장해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조종사로서의 신념을 보여준다. '탑건'에서 톰 크루즈의 삐뚤어졌지만, 빠르게 상황에 대처하는 천재 조종사의 면모를 가감 없이 연기한다.

 영화 '레인 맨'(1989) 감독 배리 레빈슨

영화 '레인 맨' 공식 포스터.


영화 '레인 맨'(1989/감독 베리 레빈슨)은 배우 더스틴 호프만과 톰 크루즈의 형제 연기가 일품인 작품이다. '미드나잇 카우보이'(1975), '졸업'(1988),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1976) 등으로 유명한 더스틴 호프만은 '레인 맨'에서 자폐증을 가진 형 레이먼드 역으로 분했다. '레인 맨'은 찰리(톰 크루즈)와 레이먼드(더스틴 호프만)의 가슴 저리는 동행을 그렸다. 

로드무비(주인공이 목적지로 향해가는 여정을 다루며, 말 그대로 길 위에서 벌어지는 내용 담은 영화) 형식으로 구성된 '레인 맨'은 LA까지 도달하는 각 도시의 풍광이 인상적이다. 돈 앞에서 악착같은 모습을 보이는 자동차 중개상으로 처음 등장한 톰 크루즈는 정제되지 않은 거친 모습이다. 아버지가 엄청난 재산을 형에게 남겨줬다는 소식을 듣고 정신병원에서 형을 찾아내고, 돈 때문에 그의 보호자가 된 찰리는 고소공포증으로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 레이먼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횡단 도로로 여행하게 된다.

두 사람의 동행은 기이하다. 오랜 기간 떨어져 있던 형제의 어색한 만남은 길게 뻗어진 길만큼이나 길고 그것을 좁히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더욱이 타인에게 쉬이 마음을 열지 않는 자폐증을 가진 형 레이몬드의 마음을 열기란 쉽지 않다. 131분가량의 러닝타임만큼이나 두 사람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 정반대 성격을 지닌 형과 동생. 한 가지에 몰두하면 주변의 변화하는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는 레이먼드는 같은 말을 반복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그만큼 기억력도 좋은 레이먼드는 비행기 추락사고 사건을 모두 기억할 정도로 똑똑하다. 하지만 상대의 눈을 마주치지 않고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등 이상행동을 보인다. 반면 찰리는 "형 때문에 미치겠다"며 투덜대면서도 그런 형을 제지하고 옆에서 기다려주는 자상함을 보인다. 겁에 질려 차에서 내린 형을 위해 속도를 낮춰 뒤에서 따른다. 찰리를 연기한 톰 크루즈의 연기는 섬세하면서도 풍부하다. 영화는 단순히 두 사람의 동행이 아닌 삶을 연결하는 방식을 그리고 있으며 엔딩에 다다를수록 어느샌가 눈에 눈물이 차오른 자신을 발견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 감독 닐 조단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공식 포스터.


창백한 얼굴과 새빨간 입술, 매혹적인 뱀파이어로 변신한 톰 크루즈의 모습은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감독 닐 조단)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야말로 전성기 시절이  담긴 30대 톰 크루즈와 함께 '델마와 루이스'(1991), '흐르는 강물처럼'(1993), '파이트 클럽'(1999) 등에 출연한 동시대 미남 배우 브래드 피트가 같은 스크린에 나오는 귀한 작품이다.

기존에 뱀파이어가 사람들을 해치면서 악의 근원처럼 묘사되었다면,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는 고혹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뱀파이어와 인터뷰한다는 독특한 형식으로 구성된 영화는 샌프란시스코의 화려한 도시의 야경이 인상적이다. 비밀을 감춘 듯, 어둠이 내려앉은 도시에는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음악이 깔리기도 한다. 야경이 비치는 창문의 등을 돌린 채, 처음 등장하는 루이(브래드 피트)는 나직한 음성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과거를 회상하면서 함께 등장한 톰 크루즈. 뱀파이어 레스타드 역의 톰 크루즈는 광기 어린 눈빛으로 루이의 목을 이빨로 물면서 탐욕을 취한다. 창백한 얼굴 너머로 삐져나온 욕망을 그려낸 톰 크루즈의 얼굴은 오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더욱이 삶에 흥미를 잃은 권태롭고 무력했던 모습이 루이를 만나면서 활력이 넘치는 모습으로 변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장난기 넘치는 표정의 레스타드(톰 크루즈)는 루이의 목숨을 두고 거래하는 저돌적인 모습을 보이고, 서로의 피를 탐하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줄다리기하는 두 사람은 청년다운 패기와 열정을 함께 보인다. 현대가 아닌 300여년 전의 과거를 시대적 배경으로 두는만큼 헤어 스타일과 의상 찰떡같은 소화력도 눈에 띈다. 인간의 피를 탐하는 뱀파이어의 모습은 사랑을 갈구하는 남성을 대변한다. 정반대 성격을 지닌 레이와 레스타드의 대립도 극의 중심이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두 사람, 저돌적인 레스타드와 인간으로서 마지막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레이는 현실적이고 공감 가능한 포인트를 보여준다. 자비 없는 뱀파이어를 연기한 톰 크루즈의 냉철하면서 시대를 통달한 모습은 서늘하면서도 신선하다.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2000) 감독 스탠리 큐브릭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 공식 포스터.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시계태엽 오렌지'(1971), '샤이닝'(1980) 등을 연출한 거장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 '아이즈 와이드 셧'(2000)에서 톰 크루즈는 인간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묘사한다. 톰 크루즈가 연기한 영화 속 부유층 계급의 자신을 과시하는 태도 뒤에 자리잡은 타락한 이면은 배우 니콜 키드먼과의 연기 조합으로 완성된다.

억만장자 지글러(시드니 폴락)의 파티에 참석한 젊은 의사 윌리엄 하포드(톰 크루즈)와 아내 앨리스(니콜 키드먼). 파티 안에서는 지글러가 앨리스를 유혹하고, 다른 여자들이 윌리엄에게 매력을 발산하는 얽히고설킨 관계가 지속된다. 이후에 친구로부터 상류층 비밀 파티에 관해 듣게 된 윌리엄은 가보고 싶은 열망을 감추지 못한다. 가면을 쓰고 파티가 열리는 저택으로 들어선 윌리엄은 이상한 의식이 열리는 광경을 목격한다. 하나의 관례처럼 암호를 대야 들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윌리엄은 몰래 들어온 것이 발각되고 집에 돌아온 윌리엄에게 아내 앨리스는 자신이 꾼 꿈에 관해 설명한다. 그것은 바로 윌리엄이 파티에서 목격한 장면과 똑같았고, 윌리엄은 진실을 파헤치기로 한다.

톰 크루즈는 어리숙하면서도 열망을 쫓는 사내를 연기하며 부부 사이의 균열을 단계적으로 표현했다. 아내 앨리스와의 무너지는 관계 안에서 무게추를 어디로 둬야 할지 고민하는 톰 크루즈의 연기는 강렬하다. 샹들리에가 반짝이는 파티와는 달리 거리의 암울한 분위기는 대비를 고조시키고 혼란이 가중된 상황에서 중심을 정확하게 직시하려는 톰 크루즈가 연기한 윌리엄은 입체적으로 표현된다. 톰 크루즈는 공포에 떨면서도 차츰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청년 윌리엄의 불안한 내면을 겹겹이 잘 포개 극의 중심을 잡는다. '아이즈 와이드 셧'에서 과연 톰 크루즈가 봐야 하고, 보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
 

 영화 '바닐라 스카이'(2001) 감독 카메론 크로우

영화 '바닐라 스카이' 공식 포스터.


'바닐라 스카이'(2001)에서 톰 크루즈는 꿈과 동일하게 흘러가는 삶에서 혼돈을 겪는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캐릭터 데이빗 에임즈를 맡았다. 부모님이 남긴 유산으로 거대한 출판사의 사장으로 일하며 따분한 것 없는 즐거운 세상을 마주하는 데이빗. 친구이자 파트너인 줄리(카메론 디아즈)와는 감정을 교류하지 않는 짧은 만남을 즐기고, 자신의 생일파티에서 만난 소피아(페넬로페 크루즈)와는 첫눈에 반한다.

카사노바이자 미래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자유로운 성향은 톰 크루즈 특유의 활기 넘치는 모습으로 더욱 입체적으로 표현됐다. 초반부와 달리 후반부는 고통에 괴로워하는 데이빗이 등장하는데, 그 이유는 데이빗에게 버림받아 복수한 줄리로 인해 사고를 당하기 때문. 얼굴이 뭉개진 이후, 절망하는 데이빗을 톰 크루즈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묘사해 눈길을 끈다. 자동차를 타고 질주하며 아무 걱정도 없던 모습에서 모든 것을 잃고 삶의 끝자락에 선 데이빗으로 모습으로.

어쩌면 전혀 다른 캐릭터라고 여겨질 만한 데이빗의 전후를 표현하면서 톰 크루즈는 자신의 연기 내공을 입증했다. 자존감이 떨어져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데이빗의 망가진 얼굴처럼 일그러진 내면을 표현해내는 톰 크루즈의 연기는 더욱 몰입감을 높인다. 고슴도치처럼 날을 세우며 자기혐오에 빠진 데이빗에게 손을 내민 소피아를 마주 보는 표정은 상처 난 얼굴 뒤로 설레는 모습 역시 인상적이다. 짧은 사이에 변화하는 감정과 공포, 벗어날 수 없는 환각 사이에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데이빗을 톰 크루즈는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사실 톰 크루즈는 액션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연기 변신하는 배우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어 퓨 굿 맨'(1992)에서의 다니엘 캐피 중위와 '매그놀리아'에서 프랭크 T.J 매키 역으로 장르를 넘나들며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했다.(해당 작품들도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1981년 영화 '끝없는 사랑'으로 데뷔해 벌써 40년이 넘는 시간동안 연기한 톰 크루즈.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할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으로 오는 12일 돌아온다. 끝없는 연기 변신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하는 그의 임무는 아직 멈추지 않는 것 같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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