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공원의 축구 현장] 돋보기로 살펴본 日 J리그가 추춘제를 하려는 이유 ①

박공원 칼럼니스트 2023. 7. 10.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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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 박공원의 축구 현장

최근 국내 매체를 통해서도 꽤 비중 있게 소개되는 일본 축구계 이슈가 있다. 바로 일본 J리그의 추춘제 시행 여부다. 일본은 오는 2026-2027시즌부터 추춘제를 시행할 수 있을지 여부를 두고 J리그 소속 클럽과 미디어는 물론 일본 축구팬들을 설득하고 있다. 최근 노노무라 요시카즈 J리그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추춘제 시행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국보다는 따뜻하다고는 하지만, 일본 역시 추춘제를 치르기에는 겨울 날씨가 만만찮은 나라다. 센다이나 니가타와 같은 도시들은 겨울에 춥고 눈이 정말 많이 내린다. 그래서 J리그가 추춘제를 시행한다고 했을 때 도대체 무엇 때문에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한국 팬들의 관심이 많은 듯하다. 아무래도 J리그의 행정이 K리그에도 적잖이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한 발 떨어진 곳에서도 꽤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는 K리그의 추춘제 적용 여부는 논하지 않겠다. 다만, 일본이 왜 추춘제를 하려고 하는 것인지를 우리 팬들에게 이해를 돕고자 설명하고자 한다.

추춘제 아이디어는 이번에 처음 나온 게 아니다

유럽의 겨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혹독한 동아시아의 동계 여건을 고려할 때 추춘제는 감히 입에 담을 수 없는 아이디어처럼 비치지만 그렇지 않다. J리그는 지난 십수 년 전부터 추춘제 논의를 했고, 가장 최근에는 5년 전에도 이 안건이 내부 논의된 적이 있다. 그때는 추춘제 시행과 관련한 이견이 있어 차후에 다시 살피기로 했다. 그때 전제 조건 중 하나가 바로 AFC 챔피언스리그(ACL)의 일정 변경 여부였다.

ACL이 만약 중동 혹은 유럽의 스케쥴에 맞춰 추춘제로 바뀔 경우 재논의하자는 얘기였는데,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ACL이 본래 추춘제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수원 삼성이 정상에 올랐던 2001-2003시즌이 바로 추춘제 ACL였다. 추춘제 ACL은 UAE 클럽 알 아인이 챔피언에 등극했던 2002-2003시즌까지 2년 동안 지속되었는데, 당시 아시아 전역을 휩쓸었던 중증호흡기증후군(SARS) 여파 때문에 일정이 꼬이게 됐다. 이게 추춘제 ACL이 현행 춘추제 ACL로 바뀌게 된 이유다.

AFC 가맹국들의 추춘제 전환 분위기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이다. 본래 추춘제 시즌을 했던 중동뿐만 아니라 호주 A리그, 인도·스리랑카 등 남아시아 국가들은 물론 태국·인도네시아·홍콩·캄보디아 등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차례로 추춘제로 전환하고 있다. 무더운 동남아시아나 남아시아 국가들은 1월에도 30도가 넘는 기온이다 보니 추춘제든 춘추제든 큰 의미가 없어선지 자연스레 추춘제 캘린더로 바뀌는 듯한 추세다.

현재 춘추제 시즌을 운영하는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중국·베트남·말레이시아·대만·라오스 등 국가들인데,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표준처럼 되어가는 추춘제에 일본이 편승하려는 자세를 취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꽤 오랫동안 추춘제를 검토했었다는 점에서 그저 말만 앞서는 여론 청취가 아님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의외로 일정이 나온다?

하지만 동아시아는 혹독한 동계 날씨 때문에 추춘제로 전환할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일정을 잡는 데 굉장한 애로 사항이 발생한다. 일본에서도 이 점 때문에 처음에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노노무라 의장을 중심으로 한 현행 J리그 사무국은 막상 달력을 펼쳐두고 계산기를 두들겨 보니 그렇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행 춘추제 시즌은 2월에 시작해서 11월 말이나 12월에 끝난다. 그리고 한두 달 정도 동계 훈련을 한 뒤 새 시즌에 돌입한다. A매치 브레이크 등 1~2주 정도 짤막하게 브레이크가 있지만 유럽처럼 장기간 휴식기는 없이 앞만 보고 달린다.

일본은 추춘제 전환 시 시뮬레이션을 한 상태다. 지난 4월 J리그 이사회 발언록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J리그는 8월에 시작해 12월까지 리그를 소화한 후, 1월에 휴식기를 가지고 2월부터 5월까지 시즌을 이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무더운 7월과 8월 초까지 휴식기를 가진 뒤 다시 새 시즌을 진행하는 것을 안으로 잡고 있다. 이 일정이라면 시즌을 치르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 세계 표준인 추춘제와 발을 맞출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 ②편으로

글=박공원 칼럼니스트(前 대한축구협회 이사)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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