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도 읽고 산책도 하고… 무더위 날리는 도심 속 북캉스 명소

김수미 2023. 7. 10. 17: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찌는 듯한 무더위에 장맛비까지 쏟아져 휴가나 나들이 나서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읽고 싶었던 책 한 권 챙겨 북캉스를 떠나 보면 어떨까. 북캉스는 북(book)과 바캉스(vacance)의 합성어로, 책을 읽으며 휴가를 보내는 것을 뜻한다. 책만 잔뜩 있는 도서관이 아닌 자연 속에서 호젓하게 독서를 즐기고 인근의 멋진 산책로까지 거닐 수 있는 도심 속 휴양지 같은 북캉스 명소를 소개한다.

서울 종로구 인문학 둘레길 끝자락 인왕산 중턱에 위치한 청운문학도서관. 최상수 기자
◆한옥의 멋, 청운문학도서관=서울 인사동에서 ‘윤동주 시인의 언덕’까지 이어지는 종로구 인문학 둘레길 끝자락에 다다르면 기와 한옥이 눈에 들어온다.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 같이 인왕산과 한 폭의 그림처럼 어우러져 있지만, 2014년 11월 청운시민아파트가 있던 자리에 주변 자연환경에 맞게 한옥 공공도서관을 개관한 것이다. 

신발을 벗고 본채 마루에 올라가니 벽에 등을 기댄 채 활짝 열린 문 사이로 드나드는 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는 시민들이 눈에 들어왔다. 본채 옆에는 작은 연못 위에 정자가 세워져 있는데, 이곳이 명소다. 정자에 앉아 창문 밖으로 폭포수 떨어지는 시원한 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고 있으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본채의 지붕 기와는 숭례문 기와를 만든 무형문화재 장인이 직접 만들어 수제 기와의 특유한 색깔과 자연스러운 멋이 돋보인다. 낮은 담장 기와는 한옥자재은행에서 보관하고 있던 돈의문 뉴타운 지역에서 철거된 한옥의 기와 3000여장을 가져와 재사용했다.

작은 연못 위에 세운 정자에서 폭포수를 보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청운문학도서관. 최상수 기자
작은 연못 위에 세운 정자에서 폭포수를 보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청운문학도서관. 최상수 기자
자료실 및 기타 열람실로 이용되는 지하층은 건물의 효율성을 고려해 현대식으로 조성, 한옥과 양옥이 자연스럽게 결합했다. 청운문학도서관은 한옥 공공도서관으로서 자연스러운 멋을 살리고 한옥의 다양한 확장 가능성을 제시해 2015년 국토부가 주최한 ‘올해의 한옥’ 대상을 받았다.

인왕산 중턱에 위치한 만큼 인근 산책 코스도 훌륭하다.

이재성 사서는 ①인사동을 시작으로 만해당(한용운 가옥)→보안여관(시인부락)→이상 옛집→윤동주 하숙집터→세종대왕 생가터→정철 생가터→윤동주 시인의 언덕→청운문학도서관 코스로 이어지며 문학을 따라 탐방하는 산책길과 ②윤동주문학관을 시작으로 청운문학도서관→백운동천→청송당터→겸재 정선 생가터→백세청풍→자수궁터→송석원터→수성동계곡으로 진경산수화 그림에 얽힌 역사를 알아 가는 테마산책길을 추천했다. 윤동주문학관을 둘러본 후 계단을 올라 시인의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시내 전경도 일품이다.   

다산성곽도서관 2층은 초록빛 식물이 도서관 전체를 가로지르고, 3층은 다락방처럼 아늑하다. 최상수 기자
다산성곽도서관 2층은 초록빛 식물이 도서관 전체를 가로지르고, 3층은 다락방처럼 아늑하다. 최상수 기자
다산성곽도서관 2층은 초록빛 식물이 도서관 전체를 가로지르고, 3층은 다락방처럼 아늑하다. 최상수 기자
◆정원 품은 다산성곽도서관=장충체육관에서 다산팔각정까지 이어지는 한양도성 남산구간 성곽길 끝자락에 식물 카페처럼 보이는 도서관이다.

주변의 자연 경관을 그대로 살린 설계와 2층 입구에서 1층까지 가로지르는 초록빛 실내 정원 인테리어는 마치 숲속에서 휴식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1층 테라스에는 북카페처럼 테이블이 마련돼 있어 아기자기하게 가꿔 놓은 미니 정원을 바라보며 책을 읽을 수 있다. 대형 천막으로 햇빛을 가린 야외 공연장도 공연이 없을 때 그림처럼 펼쳐진 성곽길을 바라보며 독서 쉼터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3층 청소년 자료실의 한쪽은 다락방처럼 아늑하게 꾸며졌다. 다락방 평상에 엎드려 엄마 몰래 만화책 읽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창가 너머로 남산 성곽과 멀리 북한산과 다산마을의 집들이 옹기종기 그림처럼 펼쳐진다. 2021년 5월 개관해 비치된 책들도 깔끔하고, 어르신들을 위한 ‘큰글자책’도 신청받아 구비하고 있다. 

책을 읽고 해 질 무렵 산들바람을 벗 삼아 성곽길 따라 거니는 산책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모두 필수 코스로 꼽힌다.

창밖으로 펼쳐진 푸르른 자연을 보며 해먹에 누워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워커힐호텔 더글라스 하우스의 라이브러리.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제공
아차산 중턱에 ‘오감의 정원’과 ‘사색의 정원’, ‘더글라스 숲길’ 등 각기 다른 풍경을 연출한 3개 공간으로 구성된 ‘더글라스 하우스 가든’.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제공
◆워커힐·더글라스 라이브러리=아차산 산책로를 끼고 있는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의 ‘워커힐 라이브러리’와 ‘더글라스 라이브러리’도 북캉스 명소다.  

자연 속에서 조용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더글라스 하우스’ 1층에 자리한 ‘더글라스 라이브러리’는 창밖으로 펼쳐진 푸르른 자연과 원목 인테리어의 조화로 숲속 오두막에 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해먹까지 비치돼 있어 누워서 편안하게 책을 볼 수도 있다. 

그랜드 워커힐 2층 ‘워커힐 라이브러리’에도 국내외 소설 및 에세이, 역사, 과학, 예술, 자기계발, 자녀교육, 취미 실용 등 전 분야를 아우르는 3000여권의 도서가 비치돼 있다. 매월 첫째 주 토요일에는 로비에서 유명 저자와 함께하는 북콘서트, 캘리그래피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소개하는 ‘문화살롱’도 즐길 수 있다. 

산책 코스로 유명한 더글라스 하우스 가든(Douglas House Garden)도 놓치지 말자. 피자힐 방면에서 들어오는 ‘오감의 정원’과 더글라스 하우스 정문 쪽에서 들어오는 ‘사색의 정원’, 워커힐 주차장에서 올라오는 ‘더글라스 숲길’ 3개의 공간이 각기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한여름 밤 서울광장 풀밭 위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는 ‘밤의 여행 도서관’의 LED 빛 서가. 서울도서관 제공 
◆열대야 날리는 서울광장 ‘밤의 여행 도서관’=한여름 밤 서울광장에서 은은한 불빛 아래 텐트와 빈백에 누워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서울시는 시민들이 한여름 밤 서울광장 풀밭 위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책읽는 서울광장’을 8월 말까지 매주 금∼일요일, 오후 4∼9시에 운영한다. 달밤을 연상시키는 ‘풍선 조명’ 아래 텐트와 캠핑 의자, 빈백, ‘LED 빛 서가’ 등이 비치돼 ‘북 캠핑’을 하며 열대야를 날릴 수 있다. 모기와의 전쟁에 대비해 원터치 모기장도 무료 대여해 준다.

당초 지난 4월23일 ‘세계 책의 날’을 맞아 ‘책읽는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광화문 책마당’을 3개월간만 운영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7∼8월 특별 야간 프로그램 ‘누워서 세계 속으로: 밤의 여행 도서관’을 운영하기로 했다. 스페인, 영국, 브라질, 프랑스 등 8개 테마로 각 나라를 떠올리게 하는 문학 도서뿐 아니라 대표적인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