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사선 넘어온 탈북민들…韓 정착 돕는 '하나원'에 가다

안성=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2023. 7. 10.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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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탈북민 교육시설 '하나원' 언론 공개
탈북 여성들 "인권 보장되는 곳에서 당당히 살고 싶었다"
2019년 1천명 넘던 탈북민, 2020-22년 사이 100명 이하까지 급감
심리검사 거쳐 제빵, 재봉, 요양보호 등 각종 직업교육 실시
탈북민 급감 여파로 최근엔 사회 나간 탈북민 심화교육이 더 많아져
권영세 "탈북자들 얼마나 늘어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 생각"
"대화 하더라도 원칙에 맞게…지원 중심, 유화적, 굴종적 지양해야"
"국민들 새 정부 기대하는 부분에 대해 지난 1년 동안 변화 노력"
10일 북한 이탈주민들의 사회정착을 지원하는 통일부 소속기관인 경기도 안성시 삼죽면 하나원이 개원 24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하나원 교육관 컴퓨터실에서 북한 이탈주민들이 ITQ 교육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에서 월경할 때, 탈북을 결심할 때는 혼자 몸이니까 두려울 게 없었다. 어떻게 돼도 저 하나는 (살 수 있겠지 하고) 걱정 안 했는데 중국에서 아이 생기고 하니까… 삶에 적응이 되고, 북한에서 살던 대로는 다시 돌아가서 살지 못하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고. 중국에 있다는 것 자체가 불법이니까 완전히 보장된 그런 생활이 아니고, 사회적 활동도 할 수 없다. 당당하게 나서서 살지 못하니까 안전하고 싶고 나를 지키고 싶었다." (탈북 여성 A씨)

"여기(한국)서 사는 게 중국보다 더 편하다고 생각하지만, 하나원에 와서 도움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교육도 많이 받았지만 나가서 살림을 하는 데 하나원에서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 정착금 많이 받고 나가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나원과 국가정보원에 대해서 너무 감사하고, 한국 사람들도 못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탈북민들을 많이 도와준다고 생각하고 감사하고 있다." (탈북 여성 B씨)

"(탈북을 하고 나서) 정착한 곳은 국경지대였다. 채용하는 개인 집에서 지냈는데, 신분이 없다고 해서 중국 사람 절반 임금을 받고 일했다. 억울한 마음도 들었고, 코로나19 때문에 바깥출입도 못 하고 지냈다. 한국에 오면 신분이 생기니까, 인권이 보장되는 곳에서 사람처럼 당당히 살고 싶었다." (탈북 여성 C씨)

각각 30대, 30대, 20대 여성인 탈북민 A·B·C씨는 10일 경기 안성시에 위치한 하나원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털어놨다. 이들은 최근 한국에 들어와, 하나원에서 실시되는 12주 과정의 기초교육을 받고 있다. 통일부는 이날 내·외신 취재진을 대상으로 하나원을 개방해 이 곳에서 시행되는 북한이탈주민들 대상 기초교육, 직업교육 과정 등을 일부 공개했다.  

탈북한 뒤 국가정보원, 방첩사령부 등 관계기관 합동신문을 거쳐 하나원에 입소하는 탈북민들은 모두 이 곳에서 우리 사회 적응을 위한 교육을 받고 정착지원금과 함께 사회로 나오게 된다. 2019년 탈북민은 연간 1천명을 좀 넘겼지만, 코로나19와 그에 따른 국경 통제의 영향으로 이듬해인 2020년 229명, 2021년에는 63명, 2022년엔 67명으로 그 수가 급감했다.

이 곳에서는 우리 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과 함께 정서안정과 직업탐색, 성평등 교육 등을 실시한다. 특히 하나원 내부에 자체적으로 마련된 하나의원과 마음건강센터에는 의사들이 상주하며 탈북민들의 건강을 돌보고,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근처 협력병원으로 이송한다. 이날 취재진이 찾은 하나의원은 흔히 볼 수 있는 병원과 별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쾌적한 시설이 마련돼 있었다.

20대 탈북 여성 C씨는 2019년 탈북해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하던 시기에 중국에서 지내다 최근 한국에 들어왔다. 국경지대에 살았는데, "세관이나 밀수 같은 것들을 막다 보니 생활이 더 어려워졌다"며 탈북했다는 그는 "하나원에서 생활하면서 한국에 대한 생활을 많이 알고 가는 중인데, 노력만 하면 잘 살 수 있다는 신심을 가지고 공부와 생활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연합뉴스


2014년 탈북한 30대 여성 A씨도 "한국행을 시도하다가 붙잡혀 북송당하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 한국행을 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지, 오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하나원 교육은 도움이 된다 안 된다를 떠나서, 어떤 것을 선택하거나 좋아해서 먹고 살 수 있다를 가르쳐 주는 기분이다. 그전에는 뭘 하고 싶다고는 생각해도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해 몰랐는데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직업훈련을 시작하기 전에는 심리검사를 시행해 탈북민 본인들의 적성을 알 수 있게 하고, 이에 맞추어 제빵과 재봉, 네일아트, 피부미용, 요양보호 등 다양한 교육 과정과 이를 위한 시설들이 마련돼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건축·목공, 애견미용, 떡 제조, 도배·장판 등 4개 분야 교육이 더 추가될 예정이다.

서정배 하나원장은 "하나원이 탈북민들에게 갖는 의미로 교육생을 위한 최적·최고의 공간, 마음의 고향이자 친정집, 그리고 동포애와 통일의지의 상징적 공간이 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만 최근에는 코로나19로 탈북민이 급감한 탓에, 처음 한국에 와서 기초교육을 받는 수보다는 이미 사회로 나간 탈북민들이 심화 교육을 받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고 한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 통일부 제공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사실 몇 주 가지고 완벽한 교육을 할 수는 없다. 시설을 놀리기보다 재교육이나 심화교육을 시키면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추진한 것이다"며 "탈북자들의 수가 계속 적은 동안에는 그런 식의 운영을 계속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탈북자들이 얼마나 늘어나고 기본 업무가 얼마나 늘어나고 유지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 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 왔는데, 그래서는 안된다"며 "앞으로 통일부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헌법 정신에 따라 통일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황진환 기자


권 장관은 "대화를 하더라도 원칙에 맞게 해야 한다. 지나치게 지원 중심으로, 유화적으로, 굴종적으로 대화하는 모습은 지양돼야 한다"며 "대북·통일정책엔 넓은 컨센서스가 필요한 만큼 지난 정부의 성과에 대해선 이어받고 이어나가되, 국민들이 새 정부에 기대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난 1년 동안 (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1년 동안 쭉 지켜보면서 북한이 전혀 변화할 생각을 안 하고, 작년에 30여 차례에 걸쳐 미사일 도발을 하고, 남북 통신선까지 끊는 모습을 보면서, 통일부의 북한에 대한 대북정책에 있어 변화가 필요하겠다, 이런 상황까지 고려한 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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