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 직전 지옥같이 심각" BTS가 고백한 '오뚝이 10년'

양승준 2023. 7. 10.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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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비욘드 더 스토리: 텐 이어 레코드 오브 BTS' 발간
"어떻게 열심히 활동했는지 알고 싶어" 
교보문고에 아침부터 줄 선 해외 아미들
"청년 대표? 칼춤 추는 기분"... 10년 간 알려지지 않은 성장통, 성찰 담아
그룹 방탄소년단이 그들의 팬덤을 뜻하는 '아미'란 문구가 적힌 상자를 들고 있다. 올해 데뷔 10년을 맞아 팬들과 추억을 나누기 위해 찍은 사진이다. 빅히트뮤직 제공

9일 오전 9시 20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영업 시작 10분 전 서점 앞엔 히잡으로 얼굴을 가린 여성 등 세 명의 외국인이 문 바로 앞에 서 있었다. 올해 데뷔 10년을 맞은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그간 활동 뒷얘기를 풀어놓은 책 '비욘드 더 스토리: 텐 이어 레코드 오브 BTS'를 사기 위해 온 외국인 팬들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오드리(40)씨는 "3년 전부터 BTS를 좋아하게 됐고 휴가를 서울에서 보내기 위해 5일 입국했다"며 "그들이 어떻게 열심히 데뷔를 준비했고 활동했는지 초창기 이야기를 알고 싶어 책을 사러 왔다"고 말하며 웃었다. 스리랑카에서 온 라크시(34)씨는 지난달 BTS 슈가 솔로 공연을 보러 서울을 찾은 김에 하루라도 빨리 이 책을 손에 쥐고 싶어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점 앞에서 문 열기만을 기다렸다. 이들은 한국어와 영어로 된 책을 같이 샀다. 한국어책은 소장용이다. 500쪽이 넘는 BTS의 방대한 인터뷰가 담긴 책은 23개 언어로 발간됐다. 책이 나온 이날은 BTS 팬덤인 아미가 탄생한 '아미 데이'(7월 9일)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오드리씨와 스리랑카에서 온 라크시씨가 9일 오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방탄소년단의 데뷔 10년 여정에 대한 고백이 담긴 책 '비욘드 더 스토리: 텐 이어 레코드 오브 BTS'를 산 뒤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승준 기자
9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를 찾은 외국인이 방탄소년단의 데뷔 10년 여정에 대한 고백이 담긴 책 '비욘드 더 스토리: 텐 이어 레코드 오브 BTS'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그룹 방탄소년단의 데뷔 10주년을 맞아 멤버들의 인터뷰를 엮은 책 '비욘드 더 스토리 : 텐 이어 레코드 오브 BTS'(방탄소년단 강명석 저) 모형이 진열돼 있다. 뉴스1
"새 앨범 만들지 말자는 얘기도"

2011년 대구에서 처음으로 서울로 올라와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신사역까지 불과 2㎞ 남짓 거리를 돌고 돌아 택시비로 3만8,000원을 냈다는 뷔의 '택시비 사기' 경험부터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이 BTS와의 작업을 위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1주일 자가격리에도 서울로 건너온 얘기까지. 이야기 너머라는 뜻의 제목 '비욘드 더 스토리'처럼 책엔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이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2018년 5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빌보드 뮤직어워즈에서 '페이크 러브'를 부르고 있다. 거짓된 사랑에 대한 노래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슬럼프에 빠졌을 때 만든 노래다. 라스베이거스=AP 연합뉴스

BTS의 가장 큰 위기는 2018년 10월 소속사 빅히트와 재계약하기 직전이었다. 그때를 지민은 "새 앨범을 만들지 말자는 이야기도 있었다"며 "팀 자체가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RM은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다음 앨범이 못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얘기까지 했다. 제이홉도 그 때의 위기감을 "지옥 같았다"고 표현했다.

2017년 2월 앨범 '유 네버 워크 얼론'을 낸 뒤 불과 7개월여 뒤인 9월 '러브 유어셀프 승 허' 발매. 그 사이 BTS는 10개국을 돌며 32회의 공연을 했다. 2013년 6월 데뷔 후 앞만 보고 쉼 없이 달려온 BTS 일곱 청년은 말 그대로 탈진 상태였다. "서로 너무 예민해졌고 그런 모습들까지 다 보게 되니까 더 이상의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됐던"(뷔) 때로, 진은 다른 멤버들이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아예 연예계를 떠날 생각까지 했다. 마음이 흉흉했던 2017년 겨울, 정국과 지민은 일본으로 '돌발 여행'까지 떠났다. 정국은 "핼러윈 기간이라 영화 스크림' 시리즈에 나오는 가면을 쓰고 검은색 천 같은 걸 몸에 덮고 까만 우산을 쓰고 다녔다"고 고백했다.

파국을 맞을 수도 있는 슬럼프를 가장 먼저 털고 일어난 건 숙소의 3.3㎡(1평) 남짓의 방에 틀어 박혀 지내던 지민이었다. "혼자 술 마시다 '에필로그: 영 포에버' 노래에 팬들이 '떼창'을 하는 영상을 봤어요. '이것 때문에 열심히 살았는데'라는 생각이 든 거예요."

그룹 BTS 멤버 지민이 2021년 9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열린 제2차 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의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UN 제공
"칼춤 추는 기분" 왕관의 무게

BTS가 여느 K팝 그룹과 다른 점은 음악이 지닌 동시대성이다. 4월만 되면 음원차트엔 '봄날'(2017)이 좀비처럼 다시 등장한다. "보고 싶다"로 시작해 뮤직비디오에서 노란 리본이 바람에 휘날리던 이 노래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한 추모곡으로 여겨졌다. 슈가는 "연습생이었을 때 '야, 나 데뷔할 수 있을까?' 그러다 엉엉 울고 했던, 진짜 보고 싶은데 볼 수 없는 친구"를 생각하며 노랫말을 썼다. "화가 손상기 선생님에 대한 평론을 쭉 읽다가 제 마음을 가장 크게 건드린 구절이 있었어요. 아마도 가장 위대한 예술가는 자신의 가장 개인적인 경험을 가장 보편적인 진리로 환원시킨 사람이 아닐까란 대목이었죠. 이게 내가 원하는 거구나 했죠."(RM)

"모두 다 눌러라 062 518." 제이홉은 '마 시티'(2015)에서 이렇게 랩을 했다. 노래 속 062는 광주의 지역 번호이고, 518은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일어난 민주화운동을 일컫는다. 광주가 고향인 제이홉은 "지역감정에 대해 잘 몰랐는데 서울에 와서 그런 게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내가 왜 태어난 곳에 대해서 이런 말을 들어야 하고 이런 감정을 느껴야 하지'란 생각에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BTS 멤버들이 '봄날'과 '마 시티' 작업 계기를 털어놓은 건 이번이 처음. 그렇게 음악으로 꾸준히 세상과 손을 잡은 BTS는 2018년과 2021년 미국 뉴욕 유엔(UN)본부에서 두 번에 걸쳐 연단에 올랐다. 세계의 청년 세대를 대표해 목소리를 내는 일은 "사람들 앞에서 칼춤 추는 기분"(슈가)이 들 정도로 BTS에게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그룹 방탄소년단 '봄날'(2017)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회전목마에 걸린 노란 리본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뮤직비디오 캡처

2016년 RM은 '농담'으로, BTS는 '호르몬 전쟁' 등으로 일부 가사가 여성 혐오적이란 비판을 받았다. 여성 혐오적 이야기를 힙합이란 장르적 특성으로 오인해 빚은 잘못이었다. RM은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한 번은 겪어야 했던 일이고, 그때 '강남역 사건' 등이 있어 여성의 입장에선 더더욱 발언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쓴 랩과 사고방식에 대해 정확한 지적과 비판을 일찍 받은 덕분에 그런 문제를 먼저 인식할 수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202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시어터에서 열린 제49회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대상에 해당하는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를 받자 감격해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뉴스
"뭘 더 해야 할까요?"

이런 성장통을 거쳐 BTS는 2020년 '다이너마이트'로 미국 빌보드 인기곡 차트인 핫1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 가수 최초다. "연습생 때 지금은 회사에 안 계신 어느 분이 내게 '짐 쌀 준비를 해야 할 수도 있겠다'라고" 한 얘기를 듣고"(지민), "방송사에서 선배든 후배든 가리지 않고 먼저 인사 하고 다녔는데 우리 인사를 그냥 무시"(뷔) 당하던 그룹이 일군 인생 역전이다. BTS는 2021년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중 하나인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대상에 해당하는 '올해의 가수' 상도 받았다. "너무 놀라웠죠. 소름 돋기도 했고요. 새로운 챕터의 시작이란 말을 했었는데 정말로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느낀 순간이었어요."(정국)

BTS로 세계 음악시장에 우뚝 선 제이홉은 집 거실에 일곱 멤버들의 사진을 액자에 넣어 걸어 뒀다. 제이홉이 다른 여섯 멤버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받은, 2018년 10월 BTS를 차세대 리더로 지칭한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의 표지 사진이다.

"더 이상 우리의 목표 같은 것들을 얘기하는 것은 좀 무의미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뭘 더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요. 오랫동안 BTS를 하는 게 지금 상황에서는 가장 큰 목표예요. 나이 들어서도 음악을 계속하는 팀이 되는 게 우리 팀 전체의 목표고요."(슈가)

"지금도 우리 팀은 뭐랄까 부단하게 열심히 노력하는 것 같아요. 사실 무섭기도 해요.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죠. 하지만 우린 서로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요. 언제나 잘해왔고 또 지금도잘해주고 있고. 이 사람들을 만난 게 너무나도 큰 축복이에요. '아미가 웃고 기뻐할 수 있다면 그게 곧 우리 행복이다' 생각하면서 계속 달려 나가고 있어요."(제이홉)

그룹 방탄소년단이 2018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표지를 장식했다. 타임 제공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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