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유인택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정자연 기자 2023. 7. 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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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만의 콘텐츠 개발... 격차 없는 문화향유 기회 확대”
유인택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가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재단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포부 등을 밝히고 있다. 홍기웅기자

 

“경기도에만 있는 ‘월드클래스급 자원’으로 누구나 격차 없이 향유하는 콘텐츠를 만들겠습니다.” 유인택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67)는 경기도가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 세계문화유산 등 인적·물적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경기도만의 콘텐츠 제작을 구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경기문화재단의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해 재단을 이끌고 있는 그를 지난 4일 만나 앞으로의 구상을 들어봤다. 그는 “박물관, 미술관을 비롯해 지역 축제 등을 아울러 많은 도민이 함께하면서 경기도를 알릴 수 있는 지역 콘텐츠를 모색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예술인들에게도 현장을 돌려주고 싶다. 문화예술인들의 일자리는 무대”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내내 지친 표정 하나 없이 열정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에서 ‘도전’과 ‘최초’의 수식어를 쌓으며 살아온 문화예술 전문가의 이력이 읽혀졌다.

Q 경기문화재단 대표로 취임한 지 반년이 지났다. 그동안 가장 주력한 점은 무엇인가.

A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만큼 지난 6개월간 재단 산하 박물관, 미술관의 업무와 재단 내 500여개 사업을 파악하는 데 애를 쓴 것 같다. 경기도가 광역자치단체로서 덩치가 제일 크다 보니, 시범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 특히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경기도 곳곳에 있는 재단 기반시설을 찾아다녔다. 직원들에게 물어가며 파악하고 또 나름대로의 아이디어로 구상했다. 어느 정도 파악이 된 지금, 그동안 봐오고 구상해 온 것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Q 그 선택과 집중이 궁금하다.

A 문화예술 창작 및 향유 공간 확대, 미래 문화예술 인재 양성, 안정적인 문화예술 재원 확충이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문화예술 생태계를 조성할 것이다. 무엇보다 격차 없는 문화 향유의 기회 확대를 세밀하게 추진해 나가겠다. 취약 지역, 취약 계층, 취약 장르에 대한 지원 사업을 통해 이러한 것들을 해소하려 한다. 이미 ‘모든예술31’ 사업을 통해 기초문화재단이 없는 지역에 추가 예산을 10% 증액 편성했다. 도서관 등 협업이 가능한 거점 공간들을 활용해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지역 격차를 줄여갈 것이다.

Q 경기문화재단이 창립 26주년을 맞았다. 연륜이 쌓인 만큼 변화가 필요한 지점도 있을 텐데.

광역문화재단으로 재단이 가진 고유의 능력과 위상이 크지만 변화가 필요한 지점도 당연히 있다. 우선 ‘in 경기’에 한정돼 있는 듯하다. 경기도는 가장 큰 광역자치단체로 1천400만 인구가 있고, 젊은층이 많아 문화 향유에 대한 소비 수준이 높으며 수요도 많다. 31개 지자체가 각자 고유의 문화적 자원과 특성을 내세우며 경기도를 이룬다. 다만, 경기도라는 콘텐츠를 확고히 하고 더욱 확장시키지 못한 채 ‘경기도’라는 틀에 갇혀 있는 느낌이다. 경기도는 7개의 도 박물관·미술관을 가지고 있고 수원 화성, 조선왕릉 등 세계 문화유산도 많이 있다. 경기도가 갖고 있는 자산과 잠재력으로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문화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콘텐츠를 발굴할 계획이다. 실용 음악, 실용 댄스 등이 핵심인 K-컬처와 관련된 학과가 도내 대학에 많이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부분도 눈여겨보려 한다. 기존에 해오던 재단의 좋은 사업을 이어가면서 대중문화도 포괄하는 새로운 콘텐츠를 찾는 데 주력하겠다.

Q 늘 ‘경기도만의 잠재력’이 있다고 말해 왔다. 문화예술 사업과 연계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A 경기도 박물관의 가치는 자타 공인 ‘월드 클래스급’이다. 이를 더 많이 알릴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세계적인 작가 백남준의 이름을 딴 세계 유일한 미술관이자, 전 세계 최대의 백남준 작품과 아카이브를 소장한 백남준아트센터는 올해 백남준의 대형 야외 설치작 ‘트랜스미션 타워(2002년)’를 설치해 특별전을 연다. 이는 국내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전시다. 또 아시아 최초로 주먹도끼가 발견된 유적지인 경기도 연천의 전곡선사박물관에서는 하반기 구석기 문화 페스티벌을 개최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연천의 관광명소인 재인폭포를 소재로 한 마당극과 경기 북부 도민들에게 관람 기회가 매우 제한적이었던 발레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중소극장 규모의 맞춤형으로 재제작한 ‘호두까기 인형’ 발레 공연을 양주시, 동두천시, 연천군의 지역 공연장에서 상연할 것이다. 정전 70주년을 맞아 경기도 천혜의 문화관광 자원인 DMZ를 기반으로 하는 평화축전도 준비하고 있다.

Q 올해부터 운영을 시작하는 ‘움직이는 예술인지원센터’에 대해 설명해 달라.

A 경기도 예술인들을 위한 경기예술인지원센터가 경기상상캠퍼스에 있다 보니 수원과 인근 지역에 계신 분들을 제외하고는 접근성이 떨어진다. 경기도 전역에 계신 예술가들을 돕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지난해에 경기 북부에서 예술인 심리상담, 법률상담, 창업상담을 진행해 봤는데, 현장 예술가들의 반응이 좋았다. 올해에는 ‘움직이는 예술인지원센터’ 사업을 론칭하고 하반기에 경기 북부와 남부 두 곳에서 각각 한 차례씩 진행할 계획이다. 상담업무와 더불어 올해는 예술가들을 위한 실무 아카데미, 인문학 특강을 함께 추진한다. 향후 예산이 좀 더 확보되는 대로 확대해 나가려 한다.

Q 재단에서 ‘경기도는 어린이 천국! 어린이가 행복한 경기도!’를 모토로 제시했다. 어린이를 화두로 들고 나온 것이 반가우면서도, 그 이유가 궁금하다.

A 어린이들만큼은 격차 없이 문화예술을 향유해야 하지 않겠나. 나이가 어렸을 때 받아들이는 문화예술은 창의성과 감수성을 갖게 해준다. 더욱 편견 없이 받아들여 진로를 모색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돼줄 수 있다. 경기도에는 각각 남부와 북부에 어린이박물관이 있어 다양한 어린이 문화예술 정책과 활동을 펼칠 수 있는 플랫폼이 마련돼 있다. 재단은 미래 세대를 열어 나갈 어린이 문화예술 정책과 사업을 확대해 나가려 한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올해 유료 예술공연을 상시 운영하고, 내년부터는 무료 공연을 정기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에는 부모가 동행하는 경우가 많아 향유 대상도 확대된다. 미취학 아동, 초등학생의 부모까지 연계한 프로그램을 확대·개발할 것이다. 또 도내 38개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어린이들에게 음악교육 프로그램과 악기 대여를 지원하는 ‘지역아동 예술기회 지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Q 취임 직후부터 문화예술 후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상이 있나.

A 모든 분야의 기부와 후원이 그렇듯, 문화예술 후원 또한 어느 날 갑자기 돈이 생긴다고 해서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왜 그 일에 자금이 필요한지, 그만한 예산이 있다면 어떤 일들이 가능한지, 그리고 그것이 쓰일 때 어떤 사회적 가치와 보람이 생겨나는지에 대한 생각이 먼저다.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선행돼야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런 맥락에서 경기도 지역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는 물론 각계각층의 많은 분들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올 하반기에 경기도 전역의 다양한 인사들을 대상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향유의 즐거움을 나눌 문화예술 포럼을 먼저 준비하고 있다. 경기도의 ‘예술 나무’를 함께 가꿔 갈 동지들을 구하는 일이다. 기부 모금 사업은 가랑비에 옷 젖듯 십시일반해 맞들면 나은 백지장 같은 것이다.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고, 비어 있는 무대에 공연을 올리게 하는 것이 문화예술 후원의 힘이다. 필요와 쓸모의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관심도와 시장에서의 파이도 늘어날 거라 믿는다. 그런 힘으로 예술나무 10만 그루를 심어 보고 싶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부탁드린다.

A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영화제작자, 공연예술 기획자, 펀드매니저 등으로서 민간에서 가졌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도에 있는 문화재 등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보석 같은 자원들을 잘 꿰어 나가겠다. 특히 기초문화재단 직원들이 상당한 전문성과 역량을 가지고 지역의 문화사업을 각각 이끌어 가는 가운데, 재단이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수행하며 기초재단과의 역할 분담을 잘하려고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임기 동안 옳다고 생각한 부분에서는 재단을 정확한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이다. 재단 안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사업을 잘 만들어 나가면서 경기도의원, 도내 기초문화재단 대표 등과 협력해 재단이 제안할 수 있는 것들을 잘 엮어 보려 한다.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김보람 기자 kbr1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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