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두 얼굴] 챗GPT시대의 교육, "'읽기'와 '쓰기'의 순서가 뒤바뀐다"

박서연, 금준경 기자 2023. 7. 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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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두 얼굴 (14)] 김성우 캡츠랩 연구위원"사고가 게을러진다? 사고의 모드가 달라지는 것"
"생성AI로 격차 해소? 사회 전체적 격차 벌어질 수 있어"
"맞춤형 교육 철학 고민 아닌 퍼포먼스 위한 교육관에 우려"

[미디어오늘 박서연, 금준경 기자]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격차를 줄일 것인가, 늘릴 것인가.

김성우 캣츠랩 연구위원(서울대 영어교육과 강사)은 “그럴 듯한 그림을 누구나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선 격차가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오히려 사회적 격차를 늘릴 수 있다”고 했다. 인공지능 번역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영어를 공부할 요인은 줄어들게 되고, 인공지능의 번역 오류를 잡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극소수가 될 수 있다.

그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학생들이 쓰면 '사고가 게을러진다' '사고를 못하게 된다'는 진단에 “동의하지는 않는다”며 “대신 '사고의 모드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인공지능 기술이 보편화되면 교육 과정에서 '읽기'와 '쓰기'의 개념이 바뀔 수 있다고도 했다. “지금은 글을 쓰기에 앞서 사전에 독해를 하는 게 습관이 됐다. 하지만 생성형 인공지능을 쓰면 이런 과정이 필요가 없어진다”며 “전체적으로 읽기와 쓰기의 순서가 바뀌는 것이고, 지금은 읽기와 쓰기를 분리된 활동으로 인식하지만 결합된 활동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김성우 캣츠랩 연구위원. 사진=금준경 기자

김성우 연구위원은 교육부가 제시한 '맞춤형 교육' 정책에 관해 “방향성은 맞다”면서도 “더 큰 걸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맞춤형 교육을 철학적 문제로 접근하기 보다는 퍼포먼스를 내기 위한 아웃풋 중심의 교육관이 거기에 있다”는 지적이다.

응용언어학 연구자이자 '리터러시' 연구자인 김성우 연구위원을 지난 3일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만나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 교육 현장과 리터러시의 변화에 관해 들었다.

- 리터러시와 관련한 활동을 해왔다. 리터러시에도 여러 정의가 있는데, '어떤 리터러시'에 주목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전통적으로는 문해력 개념, 즉 읽기와 쓰기 등 텍스트 리터러시로 정의된다. 개인적으로는 멀티 리터러시와 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비판 리터러시에 주목해 활동하고 있다. 멀티 리터러시는 텍스트와 이미지, 영상, 소리 등이 엮이는 방식에 대한 리터러시라고 할 수 있다. 제가 관심을 가진 연구 분야는 '비판 리터러시'이다. 쉽게 말하면 세상에 중립적인 텍스트는 별로 없기 때문에, 어떤 관점에서 어떤 지향을 가지고 받아들일 것인가가 중요한 개념이다. 관련해서 글을 쓰고 번역에 참가했다. 최근 들어선 생성형 인공지능이 어떻게 리터러시를 변화시킬 것인가 관심이 있어 논문도 쓰고 있고 공부하고 있다. 특히 '리터러시'가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개념이 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맥락과 입장, 개개인의 사회 경제적, 문화적, 기술적 자리에서 어떻게 이해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인공지능은 교육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교육은 크게 보면 다양한 리터러시를 배우고 가르치는 활동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지식을 소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무언가를 생산해내는 능력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인공지능의 영향력이 증대될 것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무언가를 읽어내고, 이해하고, 해석하고, 만들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능력 각각의 단계에 다 들어갈 수 있다. 텍스트 생성, 텍스트에서 이미지로, 그리고 요즘은 텍스트에서 비디오로 전환도 된다. 이런 것들을 왔다 갔다하면서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고, 영상 제작을 예로 들면 전과 달리 기획이나 대본, 제작, 편집 등에 인공지능이 다 개입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교사들은 아직 이 변화에 완전히 적응하지 않았다. 1~2년 정도는 계속 혼란스러울 거 같다.”

- 해외에선 과제에 챗GPT를 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미국에서 교육을 하는 지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분명히 챗GPT를 이용한 것처럼 보이는 과제가 많아보인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우리 대학에서도 영작문이나 번역 과정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을 절대 쓰지 않는 학생이 있냐고 물어보면 없다고 하더라. 이건 시간과 관련이 있다. 세상에 정보량이 많고 시간은 적기 때문에 이걸 쓰지 않으면 스스로가 손해본다고 생각하는 거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챗GPT는 아직까지 한국어 수준은 별로라고 생각하는데 한국어 수준도 꽤 높아지고 있긴 하다. 국내에서 만든 생성형 인공지능이 나오면 파장이 더 클 것 같다.”

- 네이버가 거대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개발하고 있다.
“네이버가 챗GPT와 같은 서비스를 하게 된다면 교육현장에서 파장이 클 거다. 한국에서 만든 서비스의 데이터 양이나 훈련된 양은 해외 서비스가 따라잡을 수 없다. 학생들 입장에선 접근성의 문제다. 사실 챗GPT가 주목 받는다고 하지만 접근성이 좀 떨어져 안 써본 사람도 많다. 반면 네이버나 카카오가 대문에 걸어놓으면 쓸 수밖에 없다. 그러면 교육현장에 삽시간에 퍼질 거다. 그래서 준비가 필요한데 교육부는 미래교육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이 중요하다'는 건 강조하지만 '활용을 잘 하자' 수준이다. '어떤 과제를 내줄 것인가', '어떻게 인용을 할 것인가', '평가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하지만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사용했을 때 벌어지는 이슈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대비가 안 됐다. ”

-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가 교육 현장에 쓰이면 '사고력' '글쓰기 능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사고가 게을러진다' '사고를 못하게 된다'는 진단이 있지만 동의하지는 않는다. 대신 '사고의 모드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기존에는 제가 단어를 고르고, 아이디어를 내고, 아웃라인을 입혀서, 머릿속에서 고치기도 하고 빼기도 하고 더하기도 하면서 글을 쓴다. 글의 방향은 내가 정한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입력을 하면 방향이 정해져서 나온다. 이걸 어떻게 잘 바꿀 것인가가 글쓰기가 되는 거다. 제가 생각하는 문제는 글을 맨바닥에서 쓰면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게 있다. 내가 방향을 정하고 부딪혀보면서 내가 얼마나 모르는가를 깨닫기도 하고, 그러면서 더 조사를 하는 등의 과정이 있는데 이 과정이 제거된다. 그렇게 되면서 인공지능을 전적으로 활용해 글을 쓰는 세대는 '글쓰기에 대한 감'이 완전히 바뀌게 되고 기성세대와 안 통하게 되고, 서로의 리터러시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일정 부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기초적인 글쓰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사람들이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통해 정교하게 내가 원하는 의도와 방향대로 글을 수정해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 '읽기'와 '쓰기'의 개념이 변화할까.
“만약 학생들에게 어떤 주제에 관해 조사를 해서 5장짜리 보고서를 쓰라고 했다고 치면, 대부분은 검색부터 할 거다. 수십명 중에 한 두명은 도서관에 가서 책을 찾아볼 것이다. 논문을 찾고, 책을 찾고, 웹사이트를 검색해서 이를 종합해서 언어를 읽고 그 다음 단계로 '쓰기'를 하게 된다. 그냥 무조건 쓰지 않는다. 사전에 독해를 하는 게 습관이 됐다. 하지만 생성형 인공지능을 쓰면 이런 과정이 필요가 없어진다. '교수님이 이 주제에 관해 5장 짜리 보고서를 쓰라고 했는데 써달라'고 하면 답부터 나온다. '읽기'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라 '쓰기'부터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그 다음 내가 의도에 따라 읽어야 될 것을 보게 된다. 논문을 읽을 때도 챗GPT에게 '요약해줘'라고 하면 요약본으로 볼 수 있다.”
“전에는 어느 정도 조사를 하고 읽은 뒤 쓰기 시작했다면 이제는 바로 쓰기로 가는 거다. 이미 쓴 다음에 결과물 중에서 무엇을 읽을지 보게 되고, 읽는 것도 요약본을 보거나 발췌해서 읽게 된다. 전체적으로 읽기와 쓰기의 순서가 바뀌는 것이고, 지금은 읽기와 쓰기를 분리된 활동으로 인식하지만 결합된 활동으로 변화하게 될 거다.”

- 말씀하신 것처럼 생성형 인공지능이 논문 내용을 요약해주는 등 '요약' 기능에 특화돼 있다.
“요약은 양날의 검이다. 정말 단시간 안에 많은 정보를 소화해야 할 때는 어차피 다 볼 수 없기 때문에 요약이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독후감을 쓰는 것과 요약본을 보고 쓰는 건 감이 다르다. 사실 우리도 사람의 요약본을 믿지 못하는데, 인공지능의 요약본은 신뢰할 수 있을까. 이건 사회의 문제이기도 하다. 요약은 결국 양과 속도에 대한 경쟁을 부추긴다. 사회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정보의 양이 많다. 그런데 우리가 그렇게까지 많은 정보를 받아들여야만 정말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건가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가 책을 안 읽는다고 하지만, 하루종일 채팅을 읽고, 웹소설 읽고, 문서를 읽는 등 읽기를 안 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특히 교육에서 이렇게까지 읽게 하고 요약시키는 게 과연 필요한 건지, 개인이 담당해야 할 정보의 양은 어느 정도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 김성우 캣츠랩 연구위원. 사진=금준경 기자

-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한 '질문하기' 능력이 부각되고 있다. 그런데 '질문'이 아니라 '유도심문'에 가까운 느낌이라고 지적한 적 있다.
“리터러시 차원이라기보다는 대화의 관점에서 한 말이다. 인공지능과 대화는 열린 대화가 아니다. 사람 간의 대화는 진짜 궁금하고 몰라서, 관심에 기반해 질문을 한다. 인공지능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답안에 대한 상을 그려놓고 시작한다. A+학점을 받기 위한 보고서, 비즈니스에서 상대방에게 의사전달을 하기 위한 영어 글쓰기 등을 상정해놓기에 열린 대화는 아니다. 인공지능은 기본적으로 생산성 도구이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생산성이 좋은 상이 있고, 그 곳에 가기 위해 인공지능을 대화의 파트너로 끌어들인다. 똑같은 대화라고 하지만 사람 간의 대화와는 차이가 있다.”

- 챗GPT의 등장은 교육을 하고, 글쓰기 과제를 시키는 입장에서도 당혹스러울 것 같다. 챗GPT 3.5버전이 사회적으로 주목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메타버스나 NFT보다는 훨씬 더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봤다. 사실 이 두 가지는 일상에서 쓰는 툴은 아니었다. 예술 쪽에서 관심이 있다면 NFT,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블록체인 관련 툴을 쓰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부분 쓰지 않게 된다. 반면 GPT 3.5는 일상과 밀접한 텍스트 생성 인공지능이다. 그래서 이걸 쓰면서 편해지겠다는 생각과 함께 연구자로서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인간에게 글쓰기를 가르친다는 건 뭘까' '피드백을 준다는 건 뭘까' '창작이란 뭘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저는 모두를 위한 리터러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챗GPT를 생산성 도구라고 한다. 일의 속도를 높여줄 수 있다는 건데, 지금 일의 속도가 느려서 문제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지금도 챗GPT를 모르는 분들이 많다. 그러면 이게 모두의 삶에 도움이 되는 걸까라는 생각도 든다.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생산성 도구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격차를 늘리는 도구이지 않나. 동시에 생태를 파괴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그래서 처음엔 혼란기가 있었고, 이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쪽에 관심을 갖게 됐다.”

- 학생들에게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과제를 내준 적 있나. 교육을 하는 입장에서 과제를 낸다면 어떤 점에 유의하게 해야 할까.
“이번에는 제가 가르치는 과목에 챗GPT를 적용한 과제를 내준 적은 없다. 다음 학기는 '언어교육과 테크놀로지' 수업을 하는데 텍스트, 이미지, 동영상 생성 등 관련 과제를 많이 낼 거다. 지금 학교나 사회적으로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 사용을 허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한다. 나는 이 구도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글쓰기 모드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의 타이핑으로만 하는 전통적인 글쓰기도 있고, 반대로 인공지능에 의존하는 글쓰기가 있기도 하다. 저는 '징검다리'라고 표현하는데 인공지능을 통해서 어떻게 다르게 경험이 되는지, 장단점이 무엇인지 조망할 수 있는 메타인지를 키울 수 있도록 과제를 구성하려고 한다.”

▲ 김성우 캣츠랩 연구위원. 사진=금준경 기자

-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과제를 낸다면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까.
“기술 활용은 본능에 가깝다. 이걸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기술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고, 수 많은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벌어진 저작권 이슈, 탄소 소비량이 막대한 생태 이슈, 그리고 타임지에서 보도한 것처럼 역겹고 차별적인 텍스트를 판별하는 노동을 누군가가 하고 있는 문제 등 여러 이슈가 있다. 그래서 기술이 단순히 우리를 편하게 해주는 도구가 아니라 이 기술이 사회에 들어왔을 때 이면에, 혹은 그 밑에 얼마나 많은 이슈가 걸려있는지 총체적으로 보게 하는 것이 교육자로서 첫 번째 목표다. 두 번째는 생성형 인공지능 활용이 단순히 '편하다'가 아니라 내가 했던 작업 중에 어떤 부분이 제거되는가. 인공지능이 아웃라인을 짜고 요약하는 역할을 해준다고 했을 때 아무 문제가 없는지, 성찰을 할 수 있는 과제를 내려고 한다.”

- 딥엘과 같은 인공지능 기반 번역 프로그램이 발전하고 있다. 어쩌면 '영어공부'가 필요 없어지는 시대도 오지 않을까.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원어민 첨삭이 급격하게 줄고 있다. 외국인 전문가가 봐야 하는 수준이 아니면 대부분 인공지능이 해결할 수 있어서 그렇다. 영어교육 시장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위기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다르게 보면 기회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영어로 된 정보는 중요하다. 세계를 읽기 위해선 영어로 된 굉장히 많은 정보를 접해야만 하고, 그걸 비판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으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다.”
“어려운 글이라도 인공지능에 넣어서 한 단계 쉽게 만들게 요청해서 차근차근 올라가서, 어려운 수준의 문학이나 철학 텍스트를 읽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네트'라는 종류의 시가 있다. 이를 챗GPT에 응용해 BTS의 butter 가사를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처럼 써달라고 요청하면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이 노래는 잘 알려져 있으니, 셰익스피어가 이를 썼다면 어땠을지 생각해볼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새로운 교육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번역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내가 영어 실력이 안 돼서 접근하기 어려운 외국 무역 정보, 패션 정보, 문화적 정보를 적절하게 읽어낼 수 있게 될 수도 있다.”

-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이 교육과 글쓰기, 리터러시의 격차를 확대시킬 수 있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한마디로 격차가 커진다고 하거나, 줄어든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민주화라는 말을 많이 쓴다. 엄청나게 뭔가 있어 보이는 그림도 소프트웨어만 잘 쓰면 그럴 듯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런 면에선 격차가 줄어드는 게 맞지만 사회 전체의 일반적인 격차가 모두 줄어드느냐, 그건 잘 모르겠다. 예를 들면 영어를 안 배우려는 친구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면 번역기의 모호한 표현이나 오류를 잡아내는 능력은 극소수에게 집중이 된다. 많은 사람이 그림이나 영상을 비슷한 퀄리티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선 격차가 줄어들지만 사회 전체의 격차는 줄지 않을 수 있다.”
“'마태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무릇 있는 자는 더욱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있는 것까지도 빼앗기리라'라는 성경 구절에서 비롯된 용어다. 만약 제가 맥킨지에 다닌다면 보고서를 만들 때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수십년 간의 맥킨지 데이터를 끌어와 학습해서 만든 것과 스타트업 기업이 만든 것의 격차는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기존의 권력과 자본이 있는 조직이 더 앞서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뉴욕타임스가 할 수 있는 것과 지역 신문사가 할 수 있는 것의 격차도 커질 수 있다. 글쓰기도 이제 시작한 사람과 잘 하는 사람 간의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 교육부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교과서 도입 등 맞춤형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맞춤형 교육이라는 것 자체가 완전히 틀린 아이디어는 아니다. 각자 필요한 게 다르니 이에 맞춘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건 의미가 있다. 인간은 다양하지만 19~20세기 학교는 대량 생산에 초점을 맞췄다. 학생들이 교육 과정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교육 과정이 학습자에게 맞춰져야 하는 건 맞다. 그런데 더 큰 걸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맞춤형 교육을 철학적 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교육적인 퍼포먼스를 내기 위한 아웃풋 중심의 교육관이 거기에 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기본적으로는 개인과 기술의 만남을 통해서 교육의 문제가 많이 해결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3월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디지털 교육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맞춤형 교육의 문제가 아니고 전반적인 철학과 사회 구조의 문제라고 본다. OECD에서 학습자가 미래 사회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갖춰야 할 역량으로 '변혁적 역량'을 제시했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긴장이나 딜레마를 중재할 수 있는 능력이 사회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갖췄을 때 공동체와 사회를 트랜스포메이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지금 표준화 평가 얘기하고 일제고사 부활 소식이 들린다. 지금의 경쟁과 위계 상황에서 맞춤형 교육은 환상에 가깝다. 오히려 굉장히 세련된 20세기식 교육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지만 기존에 있던 어떤 가치들을 그냥 흡수하게 만드는 교육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기술의 적용보다 더 큰 사고의 프레임 전환이 필요하다. 미래교육은 '맞춤형 학습'이기 이전에 '맞춤형 인간, 시스템, 구조'가 되어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몸과 마음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모두를 가치있게 만드는 인간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생성형 인공지능을 생산성 도구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을 쓰면 과제를 금방 하잖아'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거다. 삶의 속도를 이 기술을 통해서 제어할 수 있는가, 숨 쉴 공간과 멍 때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사회 전체적으로 빈부격차와 권력의 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가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생산성 도구라는 이름으로 생산성에만 초점을 두는 데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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