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스스로를 벤츠라 생각하라”… Z세대 명언 저작권자는? 아이돌!

이옥진 기자 2023. 7. 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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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은 아이돌 명언을
좌우명으로 삼는다는데
그래픽=송윤혜
그래픽=송윤혜

“그대들은 언제나 저마다의 의미를 품고 태어난 존재.”

대학생 김수아씨의 다이어리에는 곳곳에 명언이 적혀있다. 휴대폰 배경 화면도 마찬가지. 스스로를 ‘명언 덕후(한 가지에 미칠 정도로 빠진 사람)’라고 불렀다. 그녀가 수집하는 명언은 역사 속 인물이나 유명한 사상가 등 위인의 말이 아니다. 명언의 주인공은 바로 방탄소년단(BTS) 멤버들. 아미(BTS 팬클럽) 소속인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BTS의 명언들 덕분에 원하던 대학에 입학했어요.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치열하게 꿈꾸고 노력하라는 멤버들의 말로 마음을 다잡았거든요.”

◇BTS·블랙핑크 등 아이돌은 명언 제조기

10~20대 아이돌 팬덤을 중심으로 자신의 ‘최애(가장 좋아하는)’ 아이돌이 한 멋진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어록으로 만들어 소장하거나 공유하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 인스타그램·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BTS, 블랙핑크, NCT 등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명언을 수집하고 기록하는 아카이브 계정들이 수백 개 존재한다. ‘명언북’ ‘멘트북’ ‘어록집’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 이들도 있다. 가격은 대개 1만~3만원가량.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도 등장했다. 가수 아이유의 명언 앱에는 아이유가 인터뷰 등에서 한 멋있는 말, 예쁜 가사 구절 등이 100여 개 수록돼 있다.

아이돌 스타들은 어린 나이부터 피나는 노력을 해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다. 널리 회자되는 이들의 말에는 자신을 긍정하고, 꿈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라는 내용이 많다. 실제 아이돌의 말들은 유튜브, 소셜미디어 등에서 ‘위로’ ‘동기부여’ ‘공부 자극’ ‘자존감 향상’ 등을 위한 명언으로 소개된다. 그중에서도 ‘명언 제조기’로 통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인 이가 BTS의 RM. 책과 미술 애호가로 알려진 RM은 공개 석상에 나서거나 인터뷰를 할 때마다 하는 말이 화제가 되곤 한다. 인기 덕도 있지만, 그의 말이 감각적인 데다 진지한 통찰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막연히 살아만 가는 것은 스스로에 대한 모독인 것을 왜 몰랐을까” “’난 얘가 싫어’라는 찰나의 생각으로 5초 만에 쓴 댓글을 보고 나는 5시간, 5일 동안 생각을 한다. 그럴 가치가 없는 건데 하나하나 신경을 썼다” 등의, 독백 같은 말.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방황은 사실 우리 아버지도 하시고, 우리 할아버지도 하십니다. 자기의 신념이 있으면, 윤리적으로 잘못된 것만 아니라면 그냥 믿고 나갔으면 좋겠어요. 자기를 믿고 그대로 방황하셨으면 좋겠어요” “오늘도 삶과 치열한 사투 중인 아미들 힘내세요. 삶의 인질이 되었으니 야망을 선택해야죠” 같은, 사람들을 향한 말.

그래픽=송윤혜
그래픽=송윤혜

걸그룹 블랙핑크도 명언돌로 불린다. “우리 모두 꿈이 있고 그걸 이루길 갈망해요. 내가 하는 일에 온 힘을 쏟아부어야 꿈이 현실이 돼요.”(로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본인 스스로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어야 해. 예를 들어, 가장 빛나고 싶으면 우선 본인이 매력 있다고 생각해야 돼.”(리사) NCT 또한 수많은 명언으로 유명한 아이돌. “여러분이 아직 어리다는 걸 잊지 마요. ‘이 길이 나한테 안 맞는 것 같아’라고 느낄 때, 다른 걸 할 시간이 충분히 있어요. 여러분은 할 수 있어요, 젊음이 이기게 하세요.”(마크) “세상에 이 길을 걷는 사람이 없다 해도 내가 걸으면 내 길이에요. 너무 주위 시선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한 번뿐인 인생, 후회 없이 살면 되는 거잖아요.”(런쥔)

‘MZ 대통령’이라 불리는 21세 래퍼 이영지의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는 ‘명언 맛집’이다. 재치가 넘쳐 늘 반응이 뜨겁다. “인생이 너무 고단할 때마다 스스로가 벤츠라고 생각해보세요. 유지비 관리비 억 소리 나는 벤츠. 화려하고 귀한 옥체를 지닌 자의 삶은 늘 고단한 법이랍니다.” “이유 없이 부정적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을 때가 종종 있어. 우리 다 사람인 걸. 그러니 다 이해해. 그럴 땐 갓 구운 슈크림 붕어빵 냄새를 상상하면 어때? 난 그럼 좀 괜찮던디….”

◇“우울할 때 언니 오빠의 말 생각해요”

아미 8년 차, 직장인 이모(25)씨는 자신의 자존감을 키운 8할이 BTS라고 했다.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멋있잖아요.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 ‘닮고 싶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가 가장 아끼는 말은 RM의 “내일은 좀 더 덜 게으르고 더 열심히 하고 나를 사랑하는 내가 됩시다”라는 말과 뷔의 “‘나만 잘해야지, 나만 행복해야지’ 하면 잠깐의 행복만 올 뿐, 길게 느껴지진 않더라”는 말이다. 고등학생 김모(18)양은 블랙핑크, 르세라핌, 아이브 등 여성 아이돌의 명언을 좋아한다고 했다. “잡지 인터뷰 같은 것은 밑줄 쳐가면서 읽고 스크랩하는 편이에요. ‘진짜 치열하게 살아야지 저 자리에 오를 수 있구나’ ‘저 언니들도 좌절한 적이 있는데 잘 극복했구나’ 같은 생각을 하죠. 우울하고 자신감이 떨어질 때마다 언니들 말들을 생각해요.”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아이돌이 주는 ‘선한 영향력’의 일례로 봤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팬덤은 외모 등 외적 매력에 집중한 반면, 요즘 팬덤은 아이돌의 성장 서사에 감응하는 경우가 많다”며 “10~20대는 그들을 인생의 롤모델로 받아들이면서 아이돌의 성장기를 통해 동기부여, 성취 자극 등을 받는다. 자존감과 생산성 향상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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