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연 "집값 상승기 대출 규제, 강남 아파트엔 효과 없어"

정영희 기자 2023. 7. 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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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국토연구원은 최근 '주택 수요 규제 정책이 주택가격에 미치는 단기 효과'(국토연구 제117권) 보고서를 발표, 주택시장이 우리나라 경제와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주택정책의 효과는 단기·장기적인 측면에서 다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수요 규제 정책 중 일부 정책들은 시행 즉시보단 중·장기적으로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사진=뉴시스
집값이 폭등한 2019~2020년 서울 강남의 부동산 시장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강력한 금융 규제 정책이 강북 9억원 미만 주택 가격 하락에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장 안정화를 꾀하는 정책을 수립할 때는 해당 정책의 단기·장기적 영향과 주택시장 전반의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6일 국토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주택 수요 규제 정책이 주택가격에 미치는 단기 효과'(국토연구 제117권)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2019년 하반기 주택시장은 저금리 장기화로 가격 상승이 누적돼 과열된 상태였다. 정부는 당시 집값 안정을 위해 시가 9억원까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를 적용하고, 9억원 초과분에 대해 20%만 대출해주는 강력한 정책을 포함하는 '12·16대책'을 시행했다. 고가 아파트가 몰린 서울 강남3구(강남·송파·서초)와 마포·용산 등을 노린 정책이다. 이후 집값은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대규모 재정 확대와 초저금리 정책이 지속됐고, 주택시장으로 유동자금 유입이 계속돼 가격 상승과 시장 불안이 커졌다. 같은 해 주택시장 열기를 소강시키기 위한 추가적인 수요 규제 대책인 '6·17대책'이 시행됐다.

갭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전세대출을 받은 상태에서 규제지역 내 3억원 초과 주택을 매수하면 대출을 회수하고 조정대상지역을 대폭 확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두 정책은 금융·조세 규제와 투기 근절 등 수요 위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으나 정책의 강도나 시행 시기, 제반 경제 상황 등은 서로 달랐다.

국토연구원은 서울 전체와 동북권(광진·동대문·성동·중랑구)과 동남권(강남·강동·서초·송파구) 주택시장을 거래 금액별로 나눠 정책 발표 3개월과 6개월 후 주택 가격 하락 효과를 분석했다.

2019년 발표된 12·16대책은 서울 거래금액별 하위시장과 동북권 시가 9억원 이하 하위시장의 주택가격을 일시적으로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었지만 동남권 거래금액별 하위시장과 동북권 9억원 초과 주택시장에서는 유의미한 단기 가격 하락이 확인되지 않았다. 2020년 6·17대책의 경우 대체로 모든 거래금액별 하위시장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12·16대책과 2020년 6·17대책의 실질적인 단기 규제의 효과는 동남권 9억원 초과 주택시장보다 동북권의 동일한 시장 조건에서 더 크게 나타났음을 확인했다. 수요 규제 정책이 등장하게 된 배경 자체가 서울 타 권역에 비해 9억원이 넘는 주택이 많이 분포된 동남권 주택시장 안정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고려할 때 당초 정책 목표와 실제 결과가 상이한 셈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초저금리와 유동성 증가에 따른 외부 환경 변화로 인해 수요를 방지하고자 한 주택하위시장의 특성에 따라 정책 목표와 다른 방향의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국토연구원은 해당 연구를 통해 주택정책 수립 시 주택시장 전체와 주택하위시장에 따른 특성을 세밀하게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재수 강원대 부동산학과 부교수는 "유사한 내용의 규제 정책이라도 세부 하위시장의 구성이나 입지 특성, 경제 상황 등에 따라 상이한 효과가 드러날 수 있으므로 주택시장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과 중·장기적 영향을 모두 고려해 정책의 수립과 시행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책 내용에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019년 12·16대책에서는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 강력한 대출 제한 조치를 취하면서도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위한 전세보증금 대출 규제는 느슨한 편이었다. 규제 정책만으로 투기수요자와 실수요자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데, 당시 서울 평균 전세가율이 매매가격의 50%를 넘어서는 상황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는 제한적이었으며 실수요자에 대한 주거 안정을 꾀한다는 이유로 전세자금대출 시 총부채 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 부교수는 "투기를 막겠다고 금융을 규제하면서도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를 완화하자 규제 정책의 틈새를 이용해 투기수요자들이 합법적으로 더 쉽게 주택을 구입하게 됐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주택시장 뇌관이 된 전세사기와 같은 주택시장 문제의 원인 중 하나가 됐다"고 전했다.

과열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수요 규제 정책과 함께 재고 주택 거래 활성화를 통한 공급을 늘리고 장기적으로는 신규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 국토연구원의 의견이다. 주택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민의 주거 안정과 주거 복지 향상이므로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투기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충분한 보완책을 마련해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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