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의 진화] ③코로나가 키운 세계 코리빙 산업… ‘비싼 디스토피아’ 비판도

런던(영국)=백윤미 기자 2023. 7. 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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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워크 IPO 실패하며 코리빙 산업도 투자자에 외면
팬데믹 이후 ‘소속감’ 욕구 커지며 부활해 급성장
국가별 규제와 세입자 간 갈등 등은 해결 과제

이른바 ‘몸만 들어가면 되는 집’인 코리빙 하우스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급격하게 수요가 증가했다. 팬데믹 초기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면서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역설적으로 코로나19 이후 높아진 소속감에 대한 욕구가 코리빙 산업을 키웠다. 이제 막 ‘핫’ 해진 코리빙 하우스가 대도시의 주거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될 수 있을지는 국제적으로도 큰 관심사다.

코리빙 하우스는 주거 비용이 비싼 런던과 뉴욕 등 대도시에서 시작됐다. 집이 클수록 침실 당 가격은 낮아지고, 주거의 질은 높아진다는 데 주목해 고안된 주거 형태다. 일반적으로 코리빙 하우스는 같은 수준의 일반 주택에 비해 임차료가 20~30% 정도 싸다.

특히 코리빙 하우스의 주요 타깃인 2030 젊은 층은 대부분 집 한 채를 통째로 살 만한 경제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수준 높은 공유시설에 대한 수요가 있지만, 일반 아파트는 공유시설 이용료를 따로 청구하는 등 장벽이 있다는 점도 문제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코리빙 하우스는 임차인의 이 모든 불편을 해소하는 수단으로 주목받으면서 떠올랐다.

◇코로나 팬데믹 초기 최악의 위기… 줄폐업 하기도

코리빙 산업은 코로나19 대유행과 주요 도시의 높은 공실률 등으로 임대 시장이 침체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 그중 큰 사건은 공유경제의 상징과도 같았던 위워크(WeWork)가 기업공개(IPO)에 실패한 것이었다. 당시 주요 코리빙 기업들은 투자자들에게 신흥 주거 사업으로서 관심을 모으고 있었지만, 위워크가 무너지면서 코리빙 기업들까지 피해를 입었다.

애덤 뉴먼 위워크 최고경영자(CEO·가운데)는 2018년 1월 예비 기업공개(IPO) 기업인 자격으로 나스닥 시장의 개장을 알리는 종을 치는 행사에 참석했다. 그러나 IPO가 무산되면서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AP=연합뉴스

잇따른 자금 조달 실패로 많은 코리빙 기업들이 무너졌다. 미국의 코리빙 스타트업 올리(Ollie)는 2020년 12월 부동산 운용사인 스타시티(Starcity)에 인수됐고,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코리빙 회사인 허브하우스(HubHaus)는 2020년 9월에 문을 닫았다. 이 때문에 당시 코리빙 기업들은 호텔 형태의 사업모델을 고안해 코리빙 하우스와 함께 운영하는 식으로 돌파구를 찾기도 했다.

허브하우스의 창업자인 슈루티 머천트는 폐업 배경에 대해 “투자자들의 외면에 이어 코로나19로 늘어나는 공실, 임차료 미납 등으로 5% 미만이었던 공실률은 30% 이상으로 늘어났다”면서 “캘리포니아 지역의 임대료가 30% 이상 폭락하고 재택근무를 하기 위해 이 지역을 떠나는 사람들 등으로 인해 셧다운이 오랜 시간 지속될수록 상황이 심각해졌다”고 밝혔다.

◇코로나 이후 커진 ‘소속감’ 욕구… 코리빙 산업 키워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코리빙 하우스는 오히려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긴 시간 극심한 고립감을 느끼면서 역설적으로 소속감이나 공동체 의식에 대한 수요가 커진 것이다. 수준 높은 공유공간을 갖추고 있으면서 아파트의 성격도 있는 코리빙 하우스의 특성이 시대적 상황과 맞아 떨어졌다.

코리빙 하우스는 아직은 틈새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점차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66억7000만 달러(약 8조6910억원)였던 코리빙 시장 규모는 2025년 139억2000만 달러(약 18조1377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11%의 연평균성장률(CAGR)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대표적으로 영국은 코리빙 사업이 수도인 런던에서 시작돼 여전히 영국 전체 시장의 82%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맨체스터, 버밍엄, 셰필드, 글래스고, 브리스틀 등에서도 코리빙 하우스를 개발하면서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고용시장과 경제 상황이 개선돼 투자가 몰리면서 이들 도시로도 젊은 전문직 종사자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코리빙 사업이 전국적으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운영 중이거나 개발 중인 코리빙 하우스는 2020년 약 6만2000베드(bed)에서 2022년에는 7만4000베드로 20% 증가했다. 미국 유명 코리빙 브랜드인 커먼(Common)은 지난해까지 1억1300만달러(약 1472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했다.

가장 큰 잠재 시장으로 꼽히는 곳은 중국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인도다. 인도 부동산 자문회사인 프롭타이거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코리빙 시장은 연간 930억 달러(약 121조1790억원)를 창출할 잠재력이 있다.

◇입주자간 갈등·높은 규제 등 한계… “월세 비싸다” 비판도

다만 코리빙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입주자 간 생활하면서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위생이나 보안 등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또 단기간 임대업에 대한 제재가 있는 국가들도 많다. 뉴욕의 경우 공유 주택에 잠금 장치를 설치하는 게 법적으로 금지돼 있어 보안상 문제를 겪기도 한다.

전문직 등을 타깃으로 하는 만큼 비싸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크릴 브룩스 런던 시의원은 지난 4월 코리빙 하우스에 대해 “초봉이 많지 않다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싼 ‘디스토피아’”라면서 “시에서 허가를 내주면서 장려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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