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트럭에 버려져…'강아지' 4마리가 울고 있었다
[편집자주] 이제는 소중한 가족이 된, 유기동물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 드립니다. 읽다 보면 관심이 생기고, 관심이 가면 좋아지고, 그리 버려진 녀석들에게 좋은 가족이 생기길 바라며.
2년 전, 무더운 7월의 여름날이었다. 식당을 하는 재이씨는 평소처럼 일을 하고 있었다.
"끼이잉, 끼잉. 낑낑."
어디선가 강아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재이씨는 바깥으로 나가 귀를 기울였다. 낑낑낑, 소리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땡볕에 한껏 뜨겁게 달구어진 트럭 한 대가 보였다. 다가갈수록 강아지 울음이 점점 커졌다. 뒤편으로 가보니 짐칸에 낡은 종이상자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자그마한 강아지 넷이 헥헥거리며 애달프게 울고 있었다. 까망이, 밤색이, 섞인 아이. 귀는 얌전하게 아래로 늘어졌다. 눈이 마주친 뒤에도 녀석들은 큰 목청으로 울었다. 마치 살려달라는 듯이.
재이씨는 트럭 앞쪽에 놓인 핸드폰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혹시 트럭에 있는 강아지들 주인이신가요?"
"네? 무슨 강아지요?"
트럭 주인은 금시초문이라 했다. 그와 무관한 일인 듯했다. 누군가 트럭 짐칸에 버리고 간 모양이었다.
굶주렸을 강아지들을 품고 안에 들어갔다. 부리나케 밥과 물부터 주었다. 녀석들은 정신 없이 허겁지겁 먹었다. 역시나 배고팠구나 싶었다. 재이씨는 마음이 무너졌다.
강아지들을 달랜 뒤 식당 CCTV를 살펴봤다. 마침 트럭쪽을 비추고 있어 범인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회색 경차를 타고 온 할아버지가 와서 강아지들을 버리고 간 거였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었다. 재이씨는 짐작이 갔다. '중성화를 안 하고 마당에서 키우다 임신했구나. 그러다 새끼 넷을 낳으니 그냥 버린 거구나.'
'이 아이들을 어떡해야 하나', 걱정이 들었다. 유기견을 봤다고 신고하면 보호소로 갈 거고, 얼마 안 돼 '안락사' 당할 게 뻔했다. 재이씨는 강아지들을 보호하며 좋은 입양처를 찾아주기로 맘먹었다.
한때 했던 생각이긴 하지만 부끄러웠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다 같은 강아지인데 편견이 있었나 봐요. 유기견인데 괜찮을까, 키우기 힘들진 않을까, 믹스견은 처음이라 또 어떨까. 다 같은 강아지이고 똑똑하고 예쁘단 얘긴 들었지만요. 어쩐지 망설여졌지요."
매 순간 함께하는 날들이 불필요한 염려를 이겼다. 고스란히 차곡차곡 정으로 쌓였다. 작았던 꼬물이들은 사랑을 먹고 무럭무럭 자랐다. "오구야, 까망아, 차차야." 그리 이름이 생겼다. 질리도록 불러주며 자연스레 가족이 됐다.
"이리 작은 아이들도, 어쩜 그리 감정을 잘 느끼고 위로하는 듯한 행동을 하는 걸까 싶었지요."
노을이는 재이씨 식당 앞 도로를 건너다가 차에 치였다. 순간 기절했다. 이어 두 대의 차가 더 지나갔으나,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피해서 갔다. 이후 정신이 든 노을이는 다친 몸을 도로 갓길까지 이끌고 왔다.
재이씨는 식당으로 달려갔다. 겉으로 보기엔 피가 보이진 않았다. 많이 놀랐는지 손을 대기도 전에, 자지러지듯 울었다. 재이씨는 노을이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다행히 타박상이었다. 그리고 집으로 데려와 밥과 약을 먹여 치료해주었다.
노을이는 밤새 울며 잠을 자주 설쳤다. 사고 후유증인 듯했다. 재이씨는 밤을 잊은 채 돌봐주었다. 노을이가 울면, 잠을 자던 오구도 번쩍 일어나 냄새를 맡고 살펴보고는 했다. 서로를 위해주는 방법을 아는 거였다.
재이씨는 이제는 정말 잘 안다. 한때 유기견에 대해 가졌던 편견이 잘못이었단 걸.
"아무 조건 없이 절대적인 사랑을 주는 존재에요. 가족으로 살며 제가 양보하는 것도 있지만, 제게 주는 걸 생각해보면 더 많이 내어줄 수 있어요. 아이들이 저를 살게 하는 이유라 할 정도로요. 죽을 때까지, 건강하게 편안하게 또 행복하게, 지켜줘야겠단 다짐을 합니다."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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