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확장현실’ 시대 대비해야

2023. 7. 5.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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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이을 차세대 컴퓨팅기기
애플, 비전프로 보급형 개발 속도
세계 ‘미래 패권’ 놓고 경쟁 가열
삼성, 이제 채비… 제2 노키아 우려

지난달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플 본사에서 열린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 2023) 무대에 오른 팀 쿡 최고경영자가 “원 모어 싱”(One more thing)이라고 운을 떼자 환호성이 쏟아졌다. 애플 창업자인 고 스티브 잡스가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 등 주요 신제품을 공개할 때 쓰던 상징적인 대사와 함께 애플워치 발표 이후 9년 만에 새로운 애플의 야심작 ‘비전프로’가 공개된 것이다.

확장현실(XR·eXtended Reality) 기기인 비전프로는 물리적인 현실을 디지털로 변환해 디지털 현실에 통합하기 때문에 혼합현실(MR) 기기라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하다. 애플은 비전프로를 MR 시장에 진입하는 모습이 아니라 애플답게 공간 컴퓨팅이라는 새로운 장을 여는 기기라고 평가했다. 비전 프로의 출시일은 내년 초로 발표했으며, 가격은 456만원(3499달러)이다. 이는 메타가 지난해 말 출시한 메타 퀘스트 프로보다 3배 비싼 가격이다. 물론 메타 퀘스트2는 2020년 출시 1년 만에 1000만대가 팔렸지만, 그 이후 XR시장은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이러한 시장에 초기 시장보다는 안정된 기술과 대중 시장을 노렸던 애플이 진입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출시를 둘러싸고 내부적으로 논란이 있었지만, 더 늦으면 안 된다는 판단 때문에 출시를 결정한 것 같다.
신동형 알서포트 전략기획팀장 ‘변화 너머’ 저자
애플은 왜 XR 기기를 출시할까? 그 맥락을 살펴보면 그 속에는 미래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기업, 국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애플은 2015년부터 팀을 구성하고 다양한 인수합병(M&A)을 해왔다. 현재 1000명 이상의 전담 엔지니어가 XR 기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렇다면 애플은 왜 약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엄청난 투자를 했을까? “아이폰이 모바일 컴퓨팅 시장을 연 것처럼 비전프로가 공간 컴퓨팅 시장을 열 것이다.” 팀쿡의 말처럼 XR는 스마트폰을 이을 차세대 컴퓨팅 기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뀌는데? 팀쿡은 “디스플레이 제약 없이 디지털 콘텐츠를 실제 공간에 있는 것처럼 보고, 듣고 행동할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애플뿐 아니라 메타와 퀄컴 역시 스마트폰을 이을 차세대 컴퓨팅으로 보고 투자를 하고 있다. 심지어 메타가 실적 하락에도 차세대 컴퓨팅인 XR에 대한 투자를 더 강화하는 것은 새로운 시대의 패권은 애플과 구글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애플은 왜 지금 비전프로를 발표해야 했을까? 플랫폼 관점에서 지금 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고, 진입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XR 시장은 OS는 안드로이드로, 칩셋은 퀄컴으로 표준화되고 있다. 80% 이상의 점유율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메타는 물론,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하는 피코와 DPVR도 모두 안드로이드 OS 또는 그 변종을 사용하고 있다. 또 칩셋은 메타는 퀄컴 칩만, 피코와 DPVR는 퀄컴 칩셋을 채용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자체 OS와 칩셋으로 플랫폼 경쟁 및 차별화를 꾀하는 애플에 위협이 된다.

XR는 미·중 경쟁의 또다른 격전지다. 이미 메타·퀄컴과 같은 미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중국도 기기 시장에서는 피코, DPVR 등을 통해 메타 다음은 대다수 순위를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고어텍은 메타, 소니, 피코 등 다양한 XR 기기의 전문 ODM으로 대부분의 물량을 제조하고 있어 중국은 피코·DPVR·고어텍을 중심으로 미국과 경쟁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처럼 전 세계는 XR라는 차세대 컴퓨팅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업, 플랫폼, 국가 차원에서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삼성전자가 구글·퀄컴과 협력을 통해 준비 중이라고 하나, 여전히 스마트폰 강자 위치에만 취해 있는 스마트폰 시대 직전 노키아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대한민국이 스마트폰을 넘어,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넘어 차세대 컴퓨팅 기기에서도 승자가 되지 못한다면, 스마트폰 기기 및 부품 제조 생태계가 우리나라 경제에서 날아간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이런 위기감을 바탕으로 XR 시대를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동형 알서포트 전략기획팀장 ‘변화 너머’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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