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에 대기업도 못 버텨… 글로벌 ‘脫중국’ 기회 잡아야

이동수 2023. 7. 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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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을 발령한 여파 등으로 우리 기업의 중국 법인 매출이 6년 새 13%가량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5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중 중국 생산법인 실적을 공시한 113곳의 지난해 합산 매출액은 총 111조424억원으로, 2016년 127조7292억원 대비 13.1%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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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새 韓기업 中법인 매출 13% ↓
반도체·배터리 제외땐 37.3% 하락
현대차·기아, 23조 줄어 80% 급감
법인 30곳 매각되고 16곳은 청산
中 대안 ‘亞14국 알타시아’ 급부상
美·中 갈등 속 中 회피자금 잡아야
상의 “경쟁력 강화 국가 지원 절실”

중국 정부가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을 발령한 여파 등으로 우리 기업의 중국 법인 매출이 6년 새 13%가량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배터리와 반도체를 제외하면 매출 감소 규모는 40%에 달했다. 업계에선 전 세계적으로 탈(脫)중국 기조가 가속화하면서 중국을 대체할 공급망 국가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이 떠오른 만큼 기회를 포착하고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5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중 중국 생산법인 실적을 공시한 113곳의 지난해 합산 매출액은 총 111조424억원으로, 2016년 127조7292억원 대비 13.1% 감소했다. 최근 중국 매출이 급증한 배터리, 반도체 관련 기업을 제외하면 매출액은 2016년 117조2300억원에서 지난해 73조4485억원으로 37.3% 급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 생산법인 매출이 가장 감소한 곳은 현대차로 무려 15조2284억원(76.7%)이 줄었다. 기아도 7조9161억원(80.8%) 급락하면서 중국 현대차·기아의 총 매출은 6년 새 5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삼성전자는 중국산 스마트폰과 가전이 부상하면서 중국 생산법인 매출이 43.5%(17조1236억원→9조6798억원), 삼성디스플레이는 49.9%(10조7831억원→5조435억원) 급감했다.

국내 대기업이 지난 6년간 매각한 중국 생산법인은 30곳, 청산한 법인은 16곳이었다. CEO스코어는 “한한령으로 국내 기업에 대한 제재가 본격화한 뒤 미·중 무역 갈등, 공급망 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복합 위기 상황이 지속하면서 국내 기업의 대(對)중국 사업이 후퇴를 거듭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인도에 공장을 지어 2019년 생산을 시작한 뒤 인도 판매량은 2019년 51만대에서 지난해 81만대로 59% 늘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도 진출해 지난해 아세안·호주 전체 판매량은 2016년 대비 46% 증가했다.

이같은 탈중국 기조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미·중 갈등 속 ‘중국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의 독점 구조에서 탈피해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디커플링’, 공급망을 다변화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디리스킹’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발표한 ‘글로벌 무역기조의 변화와 대응과제’ 보고서에서 탈중국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중국 공급망을 대체할 수 있는 시장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14개국을 꼽아 ‘알타시아(Altasia, Alternative+Asia)라는 신조어를 붙였다. 중국을 완전히 대체할 나라는 없지만 기술력, 물류서비스 등 부문별로는 대체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한국·일본·대만은 중국의 기술력을, 싱가포르는 금융·물류를,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브루나이는 자원을 대신할 수 있다.

알타시아는 이미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올 상반기 외국인직접투자(FDI)가 170억9000만달러(약 22조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중국 회피’ 자금이 몰린 영향이 크다. 미·중 갈등에 따른 중국의 대체 투자처로 한국이 부상한 것이다.

대한상의는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도 주문했다. 중국이 한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안 한국은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점차 잃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대중국 고위기술 제조업 현시비교우위지수(RCA)는 1990년 1.19에서 2020년 1.42로 1.2배 상승하는 동안, 중국의 대한국 고위기술 제조업 RCA는 0.05에서 1.44로 28.8배 늘었다. RCA는 수출경쟁력을 판단하는 지표로, 1을 넘으면 해당 국가의 해당 항목이 특정 시장에서 수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본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정부가 기업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법제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국제사회로부터 매력적인 대체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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