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안 수백m 덮은 정어리 사체, 집단 질식사 당한 이유는
제주 전통 어획 방식 ‘원담’에 갇혀 산소 부족 등으로 떼죽음
제주 외도동 해안가에 집단 폐사한 정어리가 밀려들면서 수백여m에 걸친 바위 곳곳이 정어리의 무덤이 됐다. 날씨까지 더워 사체가 부패하면서 해안가에 악취가 진동했다. 정어리를 떼죽음으로 몬 것은 온난화 등 기후 변화가 아니라 제주 전통 어업 방식인 ‘원담’이 지목됐다. 정어리 개체 수가 늘면서 밀물에 밀려든 정어리가 원담에 갇혀 죽은 것이다.
4일 제주시와 외도동주민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 2일 오전 제주시 외도동 연대마을 해안에서 집단 폐사한 정어리 사체가 뒤덮여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주민센터 등은 신고 당일 오후 3시쯤 3시간 가량 사체 수거에 나섰는데, 당일 현장에서 수거된 정어리 사체만 약 500㎏에 달했다고 한다.
당시 주민들이 제보한 사진을 보면, 해안가 바위 곳곳에 정어리 사체가 쌓인 채 방치돼있었고, 해안가 근처 바다에도 정어리 사체와 기름띠가 둥둥 떠있는 모습이다. 정어리 사체가 밀려들었던 초반에는 몇몇 주민들이 식용으로 일부를 수거해 갔다고 한다.
국립수산과학원 제주수산연구소는 밀물 때 해안가로 밀려온 정어리 떼가 갯바위와 웅덩이 등에 갇혀 산소부족 등으로 폐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제주 지역에선 고기를 잡는 한 방법으로 해안가에 원형 울타리 형태의 돌담 ‘원담’을 쌓는데, 정어리가 여기에 갇혀 빠져나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어리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어종으로 다른 어종에 비해 산소 요구량이 많아 산소 부족에 취약하다고 한다.
제주에서 정어리 자원 자체가 증가한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들어 남해안을 중심으로 멸치가 줄고 대신 정어리떼가 해안가에서 대거 목격되고 있다. 국내 어획 통계를 보면 정어리는 1987년 연간 20만t 잡혔지만, 1990년대와 2000년대 들어 자원량이 감소하면서 매년 100여t에 그쳤다. 그러다 2017년부터 8100t에 이르는 등 개체 수가 늘더니 지난해에는 1만2000t이 잡힌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수산연구소가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와 서귀포시 강정항 인근 해역에 설치한 정치망에서도 지난 5월부터 작년까지는 찾아볼 수 없던 정어리가 잇따라 잡힌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나라 남쪽 먼 해역에서부터 정어리가 개체 수가 늘고 있으며 제주와 남해안까지 서식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게 제주수산연구소의 설명이다. 개체 수 증가의 원인에 대해서는 좀 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초에도 원담이 있는 제주시 이호해수욕장에서 집단 폐사한 정어리 떼가 발견돼 수거 작업이 이뤄졌다. 당시 정어리 약 50만 마리가 집단 폐사해 수거된 폐사체만 7t에 이르렀다. 당초 주민들은 멸치가 폐사한 것으로 추정했지만, 제주수산연구소가 확인한 결과 정어리로 파악됐다.
이정용 제주수산연구소 소장은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제주 바다에 정어리 자원량이 늘었는데, 정어리들이 빛을 좋아하는 성질 때문에 연안으로 몰려 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다가 최근 물이 많이 들고 나는 시기에 정어리가 원담에 갇혀 폐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로 봐서는 기후변화보다는 자연적인 원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수거한 정어리 사체를 농가에 비료용으로 배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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