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오 횡단보도 추가 설치 놓고 10년 넘게 갈등…보행권 vs 생존권

유민주 기자 2023. 7. 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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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전 가게 골목에서 종로5가 찻길 건너 약국거리로 돌아가려면 약 300m를 걸어야 한다.

종로5가 일대 지하상가 계약권을 가진 서울시설공단은 횡단보도를 또 설치하면 지하상가 이용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김씨 말고도 종로5가 약국거리 상인과 주민들은 노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불편을 해결해야 한다며 서울시 등에 지속적으로 횡단보도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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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의회 건의안 제출…"서울시 방관도 문제"
4일 서울 종로구의 약국 특화거리.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반대편으로 건너가기 쉽지 않고 지하철 승강기 타려면 300m 정도 돌아가야 합니다."(보령약국골목상인회 관계자)

"장사가 안 돼 임대료까지 깎아줬는데 횡단보도 만들어 사람들이 여기 안 지나가면 다들 죽으라는거죠."(종오지하쇼핑센터 상인회 관계자)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의 전 가게 골목에서 종로5가 찻길 건너 약국거리로 돌아가려면 약 300m를 걸어야 한다. 그러나 횡단보도가 설치되면 거리가 50m로 짧아진다. 도로 한쪽 끝에 이미 횡단보도 두 개가 설치돼 있지만 횡단보도를 추가로 설치할지를 놓고 상인들이 10년 넘게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는데도 서울시는 '이해 당사자간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종로5가 일대 지하상가 계약권을 가진 서울시설공단은 횡단보도를 또 설치하면 지하상가 이용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 측에서 제공한 '종로 보행자편의시설 설치검토안'/뉴스1 DB

◇ "보행 편의" vs "생계 걸려"…갈등 평행선

"시장에서 장사하는 분이나 외부인이나 지하보다 지상으로 건너다니기를 원하는 것 같아요. (횡단보도가) 필요한 자리예요."

광장시장으로 손수레를 끌고 장보러 나온 김모씨(64)는 땀방울을 닦으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시장 앞 종로5가에 횡단보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씨 말고도 종로5가 약국거리 상인과 주민들은 노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불편을 해결해야 한다며 서울시 등에 지속적으로 횡단보도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종로5가에서 40년 넘게 옷가게를 하는 김모씨도 "광장시장을 찾는 장애인과 노약자들이 지하도 이용을 힘들어한다"며 "일부는 무단횡단을 하는데 보기에도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근 종로5가 지하상가 상인들은 입장이 완전히 다르다. 이들은 횡단보도가 또 생기면 지하상가 유동 인구가 줄고 매출이 감소해 생계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걱정한다.

지하상가의 한 상인은 "지하상가에서 66명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며 "횡단보도 추가 설치는 이곳 상인들의 생계와 직결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장시장 앞 출구로 종로5가지하상가상인회 현수막이 붙어있다.

◇ 종로구의회는 건의안 제출…"서울시는 자체 합의만 바란다"

종로구의회는 횡단보도 설치에 찬성했다. 구의원 11명이 지난해 10월 횡단보도 설치를 서울시에 건의했다.

이들은 건의문에서 "지하철 1호선 종로5가역 일대는 광장시장과 동대문시장이 이웃해 유동인구가 많은데 그들이 왕복 7~8차로 종로길을 건너려면 지하로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150m나 떨어진 서쪽 신호등 건널목을 이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종로구의 65세 이상 고령자가 17.9%(2021년 기준)나 되고 장애인 인구 또한 많다는 점도 거론했다.

이들과 달리 종오지하상가에서 한복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지하상권이 위축되고 있는데 횡단보도를 또 만든다면 그야말로 죽으라는 이야기"라며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공예품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노약자나 장애인을 위한다면 리프트나 엘리베이터 같은 시설 설치가 우선"이라며 "횡단보도만 그으면 문제가 다 해결될 것처럼 말하는 데 그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들 상인은 올해로 끝나는 서울시설공단과의 계약을 지난 4월 5년 연장한 마당이어서 횡단보도 추가 설치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에 보령약국상인회 측은 "서울시가 나서지 않으면 절대 끝나지 않을 싸움인데도 방관하고 있다"며 서울시의 적극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4일 오후 서울 종로5가 지하상가를 지나가는 휠체어 장애인 모습.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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