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산다는 왕서방 못 막지만…" '형평성'은 맞춰야

김서온 2023. 7. 5.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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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외국인 토지 거래 중 437건 위법 의심 거래 적발
尹 정부, '외국인의 투기성 주택거래 규제' 국정과제로 채택
올 하반기 외국인 대상 주택·비주택 기획조사에 나설 계획
"내국인과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 '역차별' 논란 해소해야"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자본주의 사회에서 외국인의 시장 진입 자체를 막는 건 불가능합니다. 외국 자본이 국내로 유입됨에 따라 발생하는 순기능도 분명하고요. 사실 접근 자체가 어려운 부분입니다. 다만, 내국인과 외국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역차별 논란, 즉 형평성 문제는 분명 해결해야 하는 숙제입니다.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 불법행위는 내·외국인 가릴 것 없이 강력한 제재가 필요한 것도 맞습니다."

국토부가 올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외국인 토지 거래 불법행위 기획조사를 실시 결과 437건의 위법 의심 거래를 적발했다. 별도의 신고 없이 해외에서 매수 자금을 수억원 끌어와 계약일이나 거래 금액을 허위로 신고하는 등 '시장 교란 행위'도 드러났다.

외국인 토지 거래량은 전체 거래 대비 비중이 작다. 그러나 수도권 등 개발이 진행 중인 지역에서는 이 같은 위법 거래가 발생하면서 가격을 왜곡해 시장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최초로 외국인 아파트 매입 건수가 공개되며 '역차별' 논란이 거세졌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간 규제에 묶인 내국인은 꼼짝 못 했는데, 외국인은 비교적 자유롭게 부동산 거래가 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최근엔 토지의 위법 거래 정황도 다수 포착되면서 내국인과의 '형평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정소희 기자]

◆중국인 토지 위법 의심 거래 '최다'…하반기 2차 기획조사

국토부는 올해 2월부터 지난달까지 외국인 토지 거래 불법행위 기획조사를 벌인 결과 437건의 위법 의심 거래를 적발했다. 지난 2017∼2022년 외국인 토지 거래 1만4천983건 중 이상 거래 920건을 조사한 결과다. 국토부가 외국인 토지 거래를 조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국토부는 '외국인의 투기성 주택거래 규제'가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로 채택된 뒤 지난해 주택 투기 기획조사를 시행한 바 있다.

국토부는 위법 의심 거래 437건에서 527건의 위법 의심 행위를 찾아내 관할 지자체와 관련 기관에 통보했다. 위법 의심 행위 중 가장 많은 시세차익을 거둔 거래는 중국인이 인천 계양구 토지를 지난 2017년 800만원에 취득한 뒤 2020년 9천450만원에 매도해 1천81% 수익률에 달하는 차액을 본 것이다. 또 다른 중국인은 인천 서구 일원 토지를 지난 2020년 9억7천만원에 매수, 2021년 12억3천만원에 매도한 사례도 있었다.

위법 의심 행위자(매수인 기준 376건)는 국적별로 중국인이 211건(56.1%)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미국인 79건(21.0%), 대만인 30건(8.0%) 순이었다.

국토부는 위법 의심 행위를 국세청·경찰청·관세청·금융위·지자체 등 관계기관에 통보해 향후 각 기관의 범죄 수사, 탈세·대출 분석, 과태료 처분 등의 후속 조치가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올 하반기에는 지난해 실시한 1차 외국인 주택 기획조사 대상 기간 이후 거래된 건을 대상으로 외국인의 주택 대량 매입, 이상 고·저가 매수 등 주택과 비주택의 투기성 거래에 대해 2차 기획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외국 국적의 교포 등 '검은 머리 외국인'도 상당수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 토지 보유 현황에 따르면 외국 국적 교포가 55.8%(1억4천732만㎡)로 가장 많았다. 국내 사정에 정통한 교포가 내국인에게만 적용된 각종 부동산 규제를 피해 땅을 사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집·땅 사겠다는 외국인 못 막아"…'역차별' 논란 과제로

현 정부는 그간 부동산 시장 문제점으로 지적받아온 '외국인의 투기성 주택거래 규제'를 국정과제로 채택하면서 지난해 10월에는 외국인의 국내 아파트 매입 통계가 최초로 공개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을 통해 제출받은 연도별 외국인 아파트 매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7년 8개월간 외국인이 사들인 전국 아파트는 2만9천792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중국인의 매입 건수가 1만8천465건으로 전체의 절반을 크게 웃도는 62.0%를 차지했다. 이어 미국인이 매입한 경우가 5천855건으로 19.6%, 기타 국적의 외국인이 산 경우는 5천472건으로 18.4%를 차지했다.

지난 2015년 2천979건이던 외국인 전국 아파트 매입 건수는 2016년 3천4건, 2017년 3천188건으로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2018년부터 3천697건, 2019년 3천930건으로 소폭 증가했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차법 시행 영향으로 집값과 전셋값이 크게 오르기 시작한 지난 2020년에는 외국인 매입 건수가 5천640건으로 전년 대비 43.5% 급증했다.

눈여겨볼 점은 지난 2019년 말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도가 강화되고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이 금지, 취득·양도세 중과 등 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내국인의 주택 매입은 매우 어려워졌지만, 이런 규제에서 벗어나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들의 아파트 매입은 많이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내국인 역차별'과 '외국인의 투기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실제 이달 공개된 외국인 토지 거래에서도 아무런 제약 없이 자금을 끌어와 계약일, 거래 금액 등을 허위로 신고하는 등 '시장 교란 행위'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내국인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균형을 맞춘 정부의 정책이 이른 시일 내 마련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공정한 잣대가 적용된 시장을 조성하는 동시에 불법 거래에 대해선 강력한 제재로 내국인, 외국인 구분 없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방지책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단편적인 예로 기존 시장에서 정상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외국인의 고가 매입 사례가 발생하면 거품이 낄 수 있다"며 "이렇게 형성된 가격의 부작용을 내국인들이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세금과 규제 부분에서도 내국인이 차별에서 비롯된 불편을 겪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 자본이 들어오고, 정상적인 부동산 거래로 발생하는 순기능도 분명히 있다. 또한,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를 원천 차단하기도 매우 어렵다"며 "다만, 최근 밝혀진 적발 사례와 같이 외국인이 범주 내에서 교묘하게 피해 나간 불법행위로 시장 교란을 유발하면서 내국인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뚜렷한 기준 즉,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를 금지하고 말고의 접근 방식은 배제되어야 한다"면서도 "외국인의 불법 거래와 투기 논란은 이들의 거래가 공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무엇보다 동일 시장 내에서 내국인은 규제를 적용받고, 외국인은 규제에서 자유로운 것은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내·외국인 간의 형평성을 높여야 하며 불법 거래는 차별 없이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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