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은 지금] "선생님, 아무 것도 못하니 열받죠?"

이홍라 기자 2023. 7. 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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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교실의 현실을 파헤치다 ① 교사 무시하는 학생들

[편집자주]사회 곳곳에서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포화된 사교육 시장과 대입 위주 교육으로 교육의 본질이 달라졌다는 지적이 지속되면서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공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함에 따라 이 같은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 교실은 어떤 모습일까.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느끼는 교실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공교육을 살리는 방법을 알아봤다.

사교육이 만연해진 시대에 학생들은 공교육을 통해 지식을 배우지 않는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세종시 한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여교사 A씨는 교원평가에서 학생들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 학생들은 익명이 보장되는 교원평가에서 A씨를 향해 "XX 크더라 짜면 △△ 나오는 부분이냐" "너 OO통 너무 작아" "그냥 김정은 기쁨조나 해라 XX'" 등 입에 담기 힘든 내용을 적었다. 한 학생은 좋은 점이나 바라는 점을 작성하는 칸에 여성의 성기를 비하하는 은어를 적고 웃기까지 했다.

'호랑이 선생'은 이제 옛 말이다. 과거 교사의 한 마디에 모두가 쥐죽은 듯 조용해지는 교실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교사는 더이상 학생을 훈육하지 못한다. 학생은 이 점을 이용해 교사를 협박하고 무시한다.

그 결과 교권은 땅에 떨어졌다. 사교육이 만연해진 시대에 학생들은 더이상 공교육을 통해 지식을 배우지 않는다. 학교에서는 사회생활의 기본인 예절교육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학생들에게 학교는 친구를 만나는 장소에 불과하다.

최근 학생이 교사에게 욕을 하거나 성희롱했다는 기사가 넘쳐난다. 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데 겪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이 늘고 있다. 머니S가 대한민국 교실의 현실을 짚어봤다.



"학생 교육 어려워"… 늘어나는 교사들의 호소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데 겪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이 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수도권에 있는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B씨(남·20대)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신세를 한탄하는 글을 올렸다.

교직 3년차인 B씨는 점심시간에 생활교육을 하다 한 학생에게 욕설을 들었다. B씨가 근무하는 학교는 점심시간에 줄서기나 배식 등과 관련한 급식 생활교육을 진행한다.

A씨는 점심시간에 동료 교사 C씨(여·50대)가 한 학생을 교육하는 것을 목격했다. 학생이 줄을 서지 않고 새치기를 했기 때문. 이를 본 B씨는 학생에게 다가가 "뒤에 가서 줄 서자"라고 지도했다. 그럼에도 말을 듣지 않자 B씨는 "뒤에 줄 서자"라며 학생의 팔을 잡아끌었다.

이에 학생은 "XX 왜 XX이야"라며 식판과 수저를 던졌다. 주변 교사가 말렸음에도 학생은 욕을 몇 차례 더 하고 B씨를 때리려는 행동을 취했다. 학교에서 이런 일을 겪은 B씨는 "부디 학교에서 학생을 교육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초등학교 담임 교사가 수업에 성실히 임하지 않는 것도 모자라 조롱과 무시를 일삼는 학생 때문에 곤란함을 겪은 사연도 공개됐다.

교사 D씨는 "이 모든 일은 남학생 4명에게서 나온 일인데 이것도 새 발의 피"라며 자신이 겪은 일 몇 가지를 설명했다. D씨에 따르면 그는 어버이날을 맞아 잔잔한 노래를 틀어준 뒤 학생들에게 편지 쓰기를 시켰다. 그러자 한 학생이 "억지로 눈물 짜내는 거 역겹다"며 수업을 방해했다.

이 학생 무리는 태블릿PC를 활용하는 수업에서는 유튜브로 이상한 영상을 재생하고 끄지 않는다. 이에 D씨가 태블릿PC를 뺏으려 하자 "수업권을 침해하냐"고 따졌다.

평소 수업시간에도 이들은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 있냐" "내가 (공부) 안 해도 아무 것도 못하니 열 받죠?" 등 D씨를 비꼬았다. 학생들을 훈육하기 위해 D씨가 명심보감을 한 장씩 필사하는 반성문을 쓰게 하자 "틀딱('틀니를 딱딱거린다'의 줄임말로 노인 비하 표현) 냄새 심하게 난다"며 반성문을 찢어버렸다. D씨는 "에너지의 90%를 저 4명을 막아내는 데 쓰고 남은 10%를 26명에게 써야 한다"며 나머지 학생들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교권이 바닥"… 교사 무시하는 학생들


지난해 12월 교원평가에서 교사를 성희롱하는 발언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사진은 교원평가에서 교사를 성희롱하는 내용을 작성한 내용.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해 12월 실시된 교원평가에서는 교사를 성희롱하는 내용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세종시에 있는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작성한 교원평가는 입에 담기 힘들 정도의 성희롱과 욕설로 가득했다.

지난해 8월에는 수업 중 교단에 드러누워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남학생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안겼다. 영상 속의 남학생은 교단 위에 올라가 수업 중인 여교사 뒤로 드러눕고 그 상태로 휴대전화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촬영하던 학생의 주변에서는 "와 XXX네" "저게 맞는 행동이냐" 등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재미있다는 듯 웃기만 할 뿐 말리는 학생은 없었다.

해당 영상은 공개된 지 6시간 만에 조회 수 6만건을 넘기며 빠르게 확산됐다. 현재 이 영상은 삭제된 상태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교권이 바닥에 떨어졌다" "교사도 힘든 직업이다" "세상이 말세다" 등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홍라 기자 hongcess_0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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