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AI가 산업현장 사고 막는다”… LGU+ 안전 솔루션 도입한 폐기물 처리장 가보니

박수현 기자 2023. 7. 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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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처리업체 에코비트 경주 사업장에 LGU+ 솔루션 적용
”안전벨트에 달린 카메라, 현장 상황 실시간 공유”
운전자 얼굴·움직임 분석해 사고 위험성 판단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큰 시장… 성장 가능성 충분”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시 안강읍에 위치한 '에코비트 에너지 경주' 사업장에서 LG유플러스 직원이 사물인터넷(IoT) 센서가 부착된 안전모를 시연하고 있다./경주=박수현 기자

“안전벨트 매주세요.”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시 안강읍에 위치한 ‘에코비트 에너지 경주’ 사업장. 사업장 내 안전요원이 단속에 나서나 싶었는데, 소각장으로 폐기물을 옮기는 화물차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작업자가 시동을 켠 상태로 자리를 비우자 대시보드 중앙에 부착된 기기가 이를 감지하고 경고를 한 것이다.

소각장 내부를 들여다 보기 위해 가까운 지게차에 다가가니 “후진합니다, 비켜주세요”라는 안내멘트가 이어졌다. 비키기 전까지는 경고를 멈추지 않을 기세였다. 고막을 때리는 성량을 피해 고소(高所) 작업자용 안전장구가 있는 시연대로 발걸음을 옮기니 ‘안전모 턱끈 상태를 확인하세요’라는 팝업을 띄운 휴대폰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드니 소각장 건물 외벽에 설치된 작업대에 서 있던 작업자가 안전모를 벗는 중이었다.

2022년 1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며 안전관리 지침이 강화되자 기업들의 인력 부담도 커졌다. 폐기물처리업체인 에코비트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 이명호 에코비트 에너지 경주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초기 안전 관리 업무가 문서 중심으로 늘면서 한정된 인원으로 현장을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하지만, 올해 2월 안전 관리를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으로 전환하니 인건비 절감은 물론 관리자 업무 강도도 완화됐다”고 말했다.

에코비트는 경주 사업장에서 효과를 본 후 에너지BU(소각) 사업장 전체(11개)에 LG유플러스의 ‘스마트 안전장구’와 ‘영상안전 솔루션’ 도입하기로 했다. 에코비트는 그린BU·워터BU·미래BU 등 나머지 3개 부문의 사업장에 적용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이 대표는 “스마트 안전장구와 영상안전 솔루션 도입 후 관리자가 현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직원들의 보호구 착용 의무를 모니터링하는 게 가능해졌다”며 “인공지능(AI)이 사고 발생률이 높은 지게차나 운반 차량의 운전자의 부주의한 행동을 감지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2021년부터 산업안전 솔루션 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지난해 현대엘리베이터와 공동 개발한 스마트 안전장구는 ▲IoT 센서 3종(안전모·안전고리·안전벨트) ▲작업자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관제 플랫폼 등으로 구성됐다. LG유플러스는 여기에 ‘스마트 바디캠’ ‘지게차 충돌방지 솔루션’ ‘운전자 행동분석 솔루션’ 등 영상안전 솔루션 6종을 추가로 개발해 에코비트에 공급했다.

고용노동부 중대재해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추락, 끼임, 부딪힘 등 3대 산업안전 사고로 사망한 근로자 수는 421명이다.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 수 644명의 절반을 훌쩍 넘기는 수치다.

'스마트 안전장구'와 연동된 작업자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뒤로 작업자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관제 플랫폼 화면이 떠 있다./박수현 기자

에코비트 에너지 경주 사업장은 추락 사고 방지를 위해 작업 시 스마트 안전장구와 스마트 바디캠 착용을 의무화했다. LG유플러스 측은 “안전벨트에 달린 카메라는 작업자가 관리자와 실시간으로 현장 상황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 생산성도 높인다”고 했다.

작업자가 안전모에 달린 턱 끈을 체결하지 않거나 안전고리를 안전벨트와 체결하지 않으면 각각에 부착된 센서가 이를 인식해 경고음을 울리고, 이 사실을 작업자 전용 앱과 관제 플랫폼으로 전달한다. 작업자 전용 앱과 관제 플랫폼에서는 ▲센서 배터리 현황 ▲체결 상태 ▲체결률 등을 확인할 수 있다. LG유플러스 측은 “센서의 정확도는 99%가 넘는다”며 “특히 안전모 턱 끈에 다는 센서는 대단히 민감하다. 물과 땀을 구분해 우천 시에도 정확도를 유지한다”고 했다.

부딪힘 사고를 줄이기 위해 지게차 충돌방지 솔루션도 활용 중이다. 지게차 충돌방지 솔루션은 지게차 앞·뒤·좌·우에 붙이는 4개의 카메라와 모니터 등으로 구성됐다. 이중 정면 하단의 카메라에는 지게차 주변 10m 이내 사람의 존재 여부를 다리만 보고 인식해 경고음을 작동시키는 AI 기술이 접목됐다.

지게차 정면 하단에 '지게차 충돌방지 솔루션' 카메라가 부착된 모습. /박수현 기자

사업장에서 가장 호응이 좋은 건 운전자 행동분석 솔루션이다. 카메라로 인식한 운전자의 얼굴과 움직임 등을 바탕으로 AI(인공지능)가 사고 위험성을 판단하는 솔루션이다. 운전자의 턱이 일정 각도 이상으로 기울거나, 몇차례 이상 눈이 깜박이면 졸음운전 확률이 높다고 보고 경고한다. 운전자가 휴대폰을 들고 통화를 하거나, 정면을 주시하지 않거나, 흡연을 할 경우에도 이를 지적한다. LG유플러스 측은 “운전자가 임의로 기기를 끌 가능성에 대비해 배선을 대시보드 뒤로 넘겼다”며 “다만, ‘감시받는 기분이 들어 싫다’는 운송 작업자의 의견을 반영해 관제실과 연결하는 ‘네트워크 기능’은 끌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강남 지역 병원에서 의료폐기물을 운송하는 에코비트 작업자 A씨는 “하루는 운전대 앞에 붙은 기기가 갑자기 ‘휴식하세요’라고 말하더라”며 “5분 내 하품을 3번 했으니 잠시 졸음쉼터에 들리라는 뜻이었다. 그제야 ‘내가 지금 피곤하구나’ 깨달았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시 안강읍에 위치한 '에코비트 에너지 경주' 사업장에서 LG유플러스 직원이 '운전자 행동분석 솔루션'을 시연하고 있다. /박수현 기자

LG유플러스는 고객 수요를 반영해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명노성 LG유플러스 스마트안전사업스쿼드 PO(Product Owner)는 “‘운전 중 지루하지 않도록 AI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는 에코비트 운송 작업자 의견을 받아들여 관련 기능을 준비하고 있다”며 “운전자가 ‘오늘 좀 피곤하다’고 말하면 AI가 졸음을 깰 수 있는 음악을 추천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 중”이라 했다.

산업안전 솔루션 시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며 만들어진 특수한 시장이어서 현 시점에서 정확하게 규모를 측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정부가 올해 250억원의 예산을 들여 50인 미만 중소기업의 스마트 안전 장비 보급을 지원한다고 밝힌 만큼 LG유플러스는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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